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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독서
신태하  |  hopeace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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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8월 16일 (화) 22:18:56
최종편집 : 2022년 08월 16일 (화) 22:20:10 [조회수 : 2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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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독서

박노해 지음, 느린걸음, 2021년 6월 7일 출간

대학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 사노맹 사건, 일명 <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의 주모자로 7년여의 수배 끝에 체포된 ‘얼굴 없는 시인’, 박노해가 우리 사회에 준 충격은 실로 대단했다. 당시 운동권에서 그의 필명은 신화와도 같은 것으로 1984년, 그의 나이 27살에 쓴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은 독재정권의 금서 조치에도 100만 부 정도 발간되며 한국사회와 문단을 뒤흔들었다.

1957년 전남에서 태어난 그는 16세에 상경해 낮에는 노동자로 밤에는 선린상고를 야간으로 다니면서 노동현실에 눈을 뜬다. 박노해는 사실 그의 필명으로, ‘박해받는 노동자 해방’에서 앞 글자만을 딴 것일 만큼 그는 사회주의 노동운동에 투신했고, 노동자 해방 사회를 꿈꾸며 필력과 행동으로 투쟁하던 선동가이자 혁명시인이었다.

안기부에 의해 체포된 그는 24일 간의 고문을 당했고 ‘반국가단체 수괴’ 죄목으로 사형이 구형되어 무기징역에 처해졌는데, 그로 인해 사상과 표현의 자유문제가 사회 전면에 대두되게 되었다. 1993년에 <참된 시작>을 출간했고, 1997년에 그 유명한 옥중에세이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출간했다. 그는 1998년 7년 6개월 만에 석방되었다.

이후 민주화 운동 유공자로 복권되었으나 국가의 보상금을 거부했고, 2000년에는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비영리단체 <나눔문화>를 설립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터에 뛰어들어 전 세계 가난과 분쟁 현장에서 평화활동에 헌신했다. 2010년에 첫 사진전 <라 광야>를 연 후 지속적으로 전시회를 열며 현장의 진실을 기록 중이다.

시인 박노해의 인생여정은 결코 평탄치 않았다. 그는 고난의 인생길에서 자신을 키우고 지키고 밀어 올린 것은 ‘걷는 독서’였다면서 자신은 늘 길을 찾고 걷는 사람이었고 ‘걷는 독서’를 하는 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걷는 독서’는 자신의 일과이자 기도이고 창조의 원천이었다며 자신의 인생을 단 한 장에 새긴다면 ‘걷는 독서’를 하는 모습이라고도 한다.   

그는 독서의 완성은 삶이기에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저마다 한 권의 책, 삶이라는 단 한 권의 책을 써나가는 사람이라며 이 책은 지난 30여 년 동안 날마다 계속해 온 자신의 ‘걷는 독서’ 길에서 번쩍 불꽃이 일면 발걸음을 멈추고 수첩에 새겨온 ‘한 생각’이며, 눈물로 쓴 일기장이고 간절한 기도문이며 내 삶의 고백록이자 나직한 부르짖음이라고 정의 한다.

그의 고백처럼 이 책은 그의 평생의 ‘걷는 독서’의 과정을 응집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출판사는 이 책에 대해 “단 한 줄로도 충분하다”며 독자를 나아가게 하는 지혜와 영감의 책, 삶의 길잡이가 되어줄 책으로 소개한다. 실제, 이 책은 423편의 잠언과도 같은 시들과 저자가 20여 년간 기록해 온 세계의 숨은 빛을 담은 사진들과 어우러져 실려 있다.

‘좋은 사회로 가는 길은 없다 좋은 삶이 곧 길이다’ ‘자신감 찾기가 아닌 자신이 되기’ ‘많은 만남보다 속 깊은 만남을’ ‘내가 가장 상처 받는 지점이 내가 가장 욕망하는 지점이다’ ‘’내가 소유한 것들이 나를 소유하게 하지 말며 내가 올라선 자리가 나를 붙박게 하지 말기를‘ 등 주옥같은 삶의 통찰들을 곁들여진 사진들과 함께 만나는 일은 멋진 일이다.

안간힘을 쓰지 않고 그냥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과 울림을 주는 문장들이 있다. 투박한 다언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단순한 진심은 거창하고 유려한 문장에서 만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일상같이 편안한 마음으로 펼쳐 볼 수 있는 423개의 시와 사진들을 곁에 두고 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하고 기분 좋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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