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교회운동에는 자의 자형 김근섭(金根燮)도 적극 참여하고 있었다. 나의 자형은 나보다 １５살 위로 말을 잘하여 강연을 자주 다녔으며 협동조합운동 한다고 활발하게 뛰어다녀 어머니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아버지는 행동이 말을 따르지 못한다고 보았는지 별로 신뢰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독립교회의 예배당을 지을 때 손수 벽돌을 찍어내는 등 헌신적으로 봉사했다. 나는 이 교회엘 나가면서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교회가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을 보았으며， 교회가 하늘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땅 위에서 살아가는 사회문제에 구체적인 관심을 갖고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버지는 요즘 말로 하면 ‘날라리’ 교인이셨어요. 어머니가 하도 성화를 하시니까 가정의 평화를 위해 일년에 몇 번 나가셨을 뿐이었지요. 그러나 헌금은 많이 하셨어요. 어머니에게 견디지 못하셨을 겁니다. 나는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거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지만 철이 들어가면서부터는 아버지의 말씀을 자주 음미하게 되고 이해하게 되었지요. 아버지는 예를 들면 강성갑(姜成甲) 목사 같은 분을 매우 좋아하고 존경했으며 자주 만났습니다. 유식하고 이야기가 통했으며， 그 분의 민족주의자적인 기개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와 반대로 친일파였던 지수왕 목사처럼 무식하고 천박한 목사들은 경멸하며 상대하지 않았습니다.

 

강성갑(姜成甲) 목사는 일본의 동경에 있는 동지사 대학 신학부를 나온 분으로 덴마크의 그룬드비히(Nikolai Frederik Severin Grundtvig 1783-1872, 덴마크 루터교 목사의 아들. 북극의 신화(시집), 농민교육자)의 영향을 많이 받은 분이셨어요. 그룬드비히가 농민운동， 농민학교를 해가지고 덴마크를 일으켰다고 해서 그 분의 이상을 우리나라에도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사회주의자는 아니고 진보주의자였어요. 나는 이 분을 통해 그룬드비히와 페스탈로치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며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이 분은 당시 ‘한얼학교’(오늘의 한얼중학)를 만들어 교장을 맡기도 했는데， 장기표씨가 이 학교 출신입니다.

 

강목사는 동생이 조봉암 계열의 정치조직에 참여하여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바람에 ６.２５ 때 좌익으로 몰려 총살당했어요. 진영의 파출소장이 강목사와 최갑시라는 한얼학교 이사장하고 두 사람을 마음대로 끌어다가 강변에 세워놓고 총을 쏘았습니다. 강목사는 기도할 시간을 달라하여 기도를 마친 후 그 자리에서 총을 맞고 숨졌으나 최갑씨는 강물에 뛰어들어 허벅지에 총을 맞고 헤엄쳐 나와 가까스로 살아났어요. 그는 그 뒤 서울로 올라와 파출소장을 찾아내어 고발했고 그 경찰관은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어머니와는 반대로 아버지는 내가 목사가 되는 것을 원치 않으셨어요. 차라리 아버지는 변호사나 의사가 되기를 원하셨습니다. 독립운동한 사람들을 변호한 김병로 선생 말씀을 자주 하시면서 네가 변호사가 되어 그런 훌륭한 일을 하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하셨지요.

 

내가 목사가 되겠다고 할 때에는 반대하시지 않았습니다. 그 때 하신 말씀이 가끔 생각나는데， 목사도 성경만 보지 말고 동양의 고전들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구약 신약 다 읽었는데 구약이 더 재미있더라. 그런데 구약보다도 사마천의 「사기」가 더 재미있다.「사기」는 꼭 읽어야 할 거다. 구약에 나오는 이야기가 사기에 다 나온다’고 하셨습니다. 그 때는 그 말씀을 지나쳐버렸는데 감옥에 갔을 때 그 말씀이 생각나서 사기를 일부러 다 읽었습니다. 대단한 책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아무튼 내가 기독교에 대해서 자유로운 입장에 서게 된 데에는 아버지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