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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성서동화 - 십보라
류호정  |  hjgh12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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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7월 31일 (일) 17:09:37 [조회수 : 1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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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써 남편을 산 여인 - 십보라

(출4:19-26)

 

바로의 딸인 공주에게 극적으로 구출되어 애굽의 궁궐에서 자라게 된 모세가 어느덧 장성한 후 이스라엘 백성들이 흙 이기기와 벽돌 굽기를 하는 노동 현장에 갔다. 그런데 마침 애굽의 관리자가 어떤 이스라엘 사람이 힘들어 쓰러지자 일어나라고 가혹하게 채찍질을 했다.

“이 버러지 같은 놈아! 빨리 일어나지 못 해!”

“으-윽!”

고된 노동에 지쳐 풀썩 쓰러진 사람은 아무리 맞아도 꿈쩍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애굽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집요하게 이스라엘 사람을 계속 내리쳤다. 그러자 참다 못한 모세가 나서며 말했다.

“이봐요? 그만 하시죠.”

“당신은 누군데 참견이슈. 노예들은 저렇게 누워있지만 일하기 싫어서 그런 거요. 모르면 점잖게 가만히 계시오.”

“뭐요? 당신은 눈물도 없소. 꼼짝도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심하게 매질을 하면 됩니까? 저러다가 죽을 수도 있지 않겠소.”

“하하하! 별 걱정을 다 하는구료. 그까짓 노예 한 명이 죽는다고 누가 슬퍼하기라도 한단 말이오. 자, 그러니 일에 방해되지 말고 저기 썩 비키시오.”

애굽 사람은 모세를 귀찮다는 듯이 밀쳐냈다. 그러자 모세는 화가 치밀어서 애굽 사람에게 주먹질을 했다.

“에-잇! 못된 놈! 니가 인간이냐? 네 놈도 당해 봐라.”

모세는 자신도 모르게 흥분하여 애굽 사람을 한 대 때렸다. 그런데 애굽 사람이 넘어지면서 돌부리에 머리를 부딪혀 즉사했다. 순간 당황한 모세는 좌우를 살펴 보았다. 그런데 마침 다른 애굽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모세는 얼른 죽은 애굽 사람을 모래 속에 감추고 급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모세는 이튿날에 궁금하여 다시 그곳에 나가 보았다.

“아무 일이 없어야 할텐데, 으-음, 설마 발각되진 않았겠지.”

모세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노동하는 현장을 훑어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두 명의 이스라엘 사람들이 서로 티격태격 싸우는 것이었다.

“자네, 치사하게 살지 마.”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러는 거야?”

“자네가 뭘 잘못했는지 정말 몰라서 그래? 어이가 없군. 자네가 애굽 관리에게 고자질한 거를 누가 모를 줄 알았나?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데 모른 척 하고 있었을 뿐이야.”

“허-어, 기가 막히군. 애굽 관리랑 말도 못하나? 난 고자질한 적이 없네.”

“증거가 있는데도 끝까지 발뺌할 건가? 이런 상종 못할 놈!”

“뭐라구! 이게 어디서 ‘놈놈놈!’ 하고 있어. 너 나한테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이 놈이 어디서 오리발이야. 방귀 낀 놈이 성질을 낸다고 하더니, 꼭 그 꼴이네. 그래 너 오늘 잘 만났다. 나한테 혼좀 나봐라.”

모세는 같은 동족끼리 싸우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잘못한 사람이 훈계하는 사람을 일방적으로 때리자 모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했다.

“이보시오! 들어보니 당신이 잘못했는데, 어찌 이 사람을 때리는 거요?”

그러자 잘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뻔뻔하게 주먹질을 하던 사람이 모세를 째려보며 말했다.

“당신은 우리를 다스리는 왕도 아니고 재판관도 아니면서 왜 우리의 일에 참견하는 거요? 더군다나 나는 당신이 애굽 사람을 죽인 것을 알고 있소. 그러니 이번에는 나도 죽일 거요?”

“아니, 어떻게 아셨소?”

“흐흐흐! 세상에 비밀이란 없는 법이오.”

순간 모세는 식은 땀이 흘렸다. 자신이 애굽 사람을 살인했다는 것이 발각된 것이었다. 그래서 모세는 서둘러 그곳을 빠져 나오며 말했다.

“으-음! 큰일 났군. 이 사람이 억하심정으로 바로에게 고자질을 하면 꼼짝없이 죽게 되었네.바로는 내가 이스라엘 사람이라는 것이 못 마땅하여 항상 나를 죽이려고 안달이었는데, 이런 좋은 빌미를 주었으니, 이를 어쩐다. 바로가 이런 사실을 아는 건 시간 문제일테고. 후-유! 어떻게 하면 좋을까?”

결국 모세가 애굽 사람을 죽였다는 소식이 장안에 널리 펴졌고, 마침내 바로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러자 바로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모세를 잡아 죽이려고 애굽 전역에 부하들을 보내었다. 포위망이 점점 좁혀오는 것을 느낀 모세는 결국 바로의 추적을 피해 미디안 광야로 도망쳤다.

바로의 무남독녀였던 공주의 양아들로 자란 모세는 차기에 애굽의 바로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출신 성분이 이스라엘 사람으로 밝혀지자 애굽의 궁궐 내에서는 엄청난 정치적 파문이 일어났다. 공주의 덕망을 보면 모세를 지지했지만 애굽의 정서상 이스라엘 출신이 바로가 된다는 것은 거의 반대였다. 그런데 마침 모세가 애굽 사람을 살해했다. 모세를 제거하려는 세력은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데, 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그래서 모세를 죽이려고 혈안이 되었다.

이러한 살벌한 분위기에서 모세는 애굽을 급히 떠날 수밖에 없었고, 그는 정처없이 걷다가 어느덧 미디안 광야까지 오게 되었다. 그리고 너무나 지친 나머지 우물 곁에 주저 앉았다.

“어이쿠! 설마 바로의 군대가 여기까지 쫓아오지는 않겠지.”

모세는 더 이상 추격자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자 비로서 깊은 한숨과 더불어 지나온 세월을 회상해 보았다.

“후-유! 이 놈의 성질머리가 끝내 말썽을 피웠네. 그때 참았어야지 왜 주먹질을 해서 사람을 죽여. 으이구 바보, 병신, 머저리 같은 놈. 그냥 가만히 있으면 바로가 될 수도 있었잖아. 그 좋은 기회를 놓치다니. 그러나 이제 다시는 애굽으로 돌아갈 수가 없잖아. 오히려 잡히면 그날로 내 인생은 끝장날 거야. 아! 기구한 이 팔자여! 후-유! 그나저나 공주님과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도망쳤으니, 얼마나 걱정을 할꼬.”

모세는 자신의 머리를 치며 후회를 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담을 수도 없고, 그저 답답한 마음으로 먼 하늘만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때 미디안 제사장의 일곱 딸들이 양 떼를 몰고 와서 물을 길어 구유에 채우고 양 떼들에게 물을 먹이려고 했다.

“호호호! 얘들아, 오늘은 마침 아무도 없으니까 마음껏 양 떼들에게 물을 먹이자구나.”

맨 앞에 있는 아가씨가 다른 아가씨들에게 지시하는 꼴이 맏언니인 듯 했다.

“언니?”

“왜 그래?”

“근데, 저기 낯선 남자가 앉아 있어요. 무서워요.”

“으-음, 그렇군. 하지만 저 사람은 혼자고 우리는 일곱인데 뭐가 무섭니. 괜찮어.”

모세는 자신을 쳐다보는 눈길을 의식하곤 자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시늉을 보냈다. 그러자 일곱 아가씨들이 끽끽대며 웃었다.

“언니? 저 사람 좀 봐. 옷은 너덜대고 얼굴은 꾀죄죄한데, 웃는 모습이 귀엽네.”

“그러게 말야. 거지도 상거지가 따로 없네. 그치?”

“그래. 그래.”

“카르르르!”

그때 맏이인 십보라가 말했다.

“얘들아! 사람을 외모만 보고 함부로 놀리면 안 돼!”

그리고 모세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제 동생들이 철이 없어 그만 나그네를 무시했네요.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제 몰골이 워낙 누추하니 그럴 수 있죠. 하하하!”

모세는 넌지시 십보라를 쳐다 보았다. 태양빛에 그을린 피부는 검지만 아름다웠고, 총명한 눈방울에 옹골지게 포개진 입술은 마치 천상의 천사와 같았다. 모세는 순간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며 속삭였다.

“아-하! 아름답구나. 저런 여자와 한평생 같이 살았으면 좋겠네.”

그러자 십보라는 모세가 자신을 계속 쳐다보는 것을 깨달고, 샐쭉 토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흥! 지나가는 나그네 주제에 뭘 자꾸 남의 얼굴을 쳐다봐욧?”

“아-아, 죄송합니다. 아가씨의 얼굴이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그만….”

“치-이, 됐어요.”

그런데 이 모습을 지켜보던 십보라의 동생들은 일제히 언니를 놀렸다.

“얼레리 꼴레리!”

“큰 언니는 처음 본 사람을 좋아한대요.”

“얼레리 꼴레리!”

순간 십보라는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아니야, 이것들이 언니를 놀리고 있어. 나한테 잡히기만 해 봐라. 가만 나두지 않겠어.”

“카르르르!”

십보라와 동생들은 우물 가에서 술래잡기하듯 서로 뒤엉켜 재미있게 놀았다. 그런데 그때 그 지역의 목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십보라와 동생들을 쫓아내려고 했다.

“야! 이 가시내들아! 당장 이 우물에서 나가.”

“오늘 이 오빠들이 우물을 전세 냈으니까 썩 꺼져버려.”

“아니 무슨 소리예요. 이 우물은 이 지역 모두를 위한 공동인데, 왜 당신들의 것인가요?”

“이게 어디서 말대꾸야, 잔말하지 말고 빨리 사라지라니까.”

십보라가 팔짱을 끼면서 야무지게 말했다.

“우리는 못 나가요.”

“정말 이 년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화가난 목자들은 씩씩대며 십보라와 그 동생들을 잡아 내동댕이치려고 했다. 그때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 동작 그만!”

순간 목자들은 멈칫거리며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왠 뼈다구 같은 놈이 우리 일에 참견이야?”

“몽둥이로 치도곤 당해봐야 알겠어. 이 놈이 어디서 함부로 까불고 있어?”

“허허허, 남자들 여럿이서 연약한 아가씨들을 괴롭히면 쓰나. 니들 같은 남자들 때문에 남자들이 망신을 당하는 거야. 그러니 오늘 나한테 맛 좀 봐라.”

모세는 날렵하게 목자들을 제압했다. 그리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네 놈들! 어서 무릎을 꿇고 이 아가씨들에게 사과하지 못할까!”

목자들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아가씨들! 저희들이 몰라 뵙고 경고망동한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십보라와 동생들은 의기양양하여 고개를 뻣뻣하게 세우며 말했다.

“흥, 알았으니 다음부터는 우리한테 까불지 마세요.”

그러자 모세가 기지개를 피며 우렁차게 말했다.

“하하하! 아가씨들이 용서했으니 썩 물러가거라.”

모세는 목자들이 서둘러 줄행랑치는 꼴을 보며 으쓱거렸다. 그리고 십보라에게 말했다.

“저-어, 제가 아가씨들의 일을 도와주고 싶은데, 괜찮겠소?”

“그럼요. 오히려 저희들이 고맙죠.”

그래서 모세는 십보라와 그의 동생들을 도와 양 떼에게 물을 먹였다. 그런데 양 떼에게 물을 다 먹이자 헤어져야 할 때가 되었다. 그러자 십보라가 말했다.

“아직 이름도 모르지만, 오늘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낯선 사람을 함부로 저희 집에 데리고 갈 수 없으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니오. 당연하죠. 나한테 신경쓰지 말고 얼른 집으로 돌아 가보시오.”

 

십보라와 그 동생들은 아쉬워하였지만 어쩔 수없이 모세를 우물 곁에 두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딸들이 일찍 들어오자 아버지 르우엘이 십보라에게 물었다.

“얘야! 어찌하여 이렇게 일찍 돌아왔느냐?”

“예, 아버님, 실은 한 애굽 사람이 우리를 목자들의 행패에서 구해주고, 우리를 위하여 물을 길어 양 떼를 먹여주고 도와줘서 이렇게 빨리 오게 되었어요.”

르우엘은 깜짝 놀래며 말했다.

“십보라야! 그러면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너희가 어찌하여 은인을 버려두고 왔단 말이냐? 어서 가서 그를 속히 모시고 와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거라.”

“예, 아버님!”

십보라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얼른 우물 가로 뛰어갔다. 그러나 십보라는 혹시나 그 나그네가 다른 곳으로 갔으면 어쩔까 하고 두근거렸다. 그런데 멀찍이 보니 마침 모세가 보였다.

“이보세요?”

모세는 갑자기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고 쳐다보았다. 그런데 웬걸, 십보라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마주 뛰어가며 말했다.

“아가씨? 어쩐 일입니까?”

“저희 아버지께서 당신을 저희 집으로 초대했어요. 그러니 어서 저희 집으로 가시죠.”

“네-엣! 정말입니까?”

“그렇다니까요.”

이리하여 모세는 미디안의 제사장인 르우엘의 집에 정착하게 되었다. 르우엘은 모세의 됨됨이를 보더니 흐뭇했다. 그래서 넌지시 모세에게 말했다.

“자네, 내 딸 십보라가 어떤가?”

“뭐-, 그냥 좋지요.”

“그럼, 됐네. 십보라를 자네의 색시로 줌세.”

“네-옛!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렇다네.”

“정말 감사합니다. 저 같은 사람에게 십보라를 주셔서 너무나 고맙습니다.”

모세는 르우엘에게 넙죽 절하며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었던 십보라는 얼굴이 빨개졌고, 동생들은 깔깔대며 좋아했다.

 

드디어 모세와 십보라가 신방을 꾸며 하룻밤을 보냈고, 하나님께서 십보라의 태를 여시어 아들을 낳게 하셨다. 그러자 모세는 너무나 감격하여 하나님께 감사하며 외쳤다.

“내가 타국에서 나그네가 되었는데, 하나님께서 나를 긍휼히 여기셔서 아들을 주셨도다. 따라서 아들의 이름을 ‘게르솜’으로 부르리라.”

그리고 게르솜이 태어난 지 팔 일이 되던 날, 모세는 십보라에게 말했다.

“여보 부인, 하나님의 백성으로 태어난 남자는 반드시 팔 일이 되면 할례를 해야 하오. 그래서 그런데 지금 게르솜에게 할례를 해야 하니 그리 알고 있소.”

“뭐요? 할례라니요? 이 핏덩이에게 칼을 댄다고요? 얘를 죽일 작정이예요. 절대로 그럴 수 없어요.”

“아니, 이건 이스라엘 백성이라면 누구든지 지켜야할 명령이란 말이오.”

“아, 글쎄 안 된다니까요. 당신이나 그따위 명령을 지키세요. 하지만 내 아들은 안 돼요.”

“으이구! 당신이 반대하면 난들 어찌하겠소. 후-유! 내 신세야.”

모세는 처가살이하는 입장에서 강력하게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수가 없었다. 그리고 둘째 아들인 엘리에셀이 태어났을 때에 또 할례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그때도 십보라에게 말했다가 처절하게 욕만 먹고 거절당했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모세가 팔십 세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모세가 미디안 광야에서 장인의 양 떼를 치고 있을 때, 불타는 떨기나무 가운데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불러 애굽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케 하려고 하셨다. 모세는 이리저리 핑계를 대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집요하게 모세를 설득하셨고, 결국 모세는 하나님의 명령 따라 애굽으로 가게 되었다. 그때 모세는 장인 이드로(르우엘)에게 방금 일어난 일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장인 어른! 이제 제가 애굽에 있는 형제들에게로 돌아가서 그들이 살아 있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하오니 저로 하여금 가게 허락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이드로는 모세의 어깨를 잡아주며 말했다.

“모세야! 평안히 가거라.”

그리하여 모세는 하나님의 지팡이를 손에 잡고, 십보라와 게르솜과 엘리에셀을 나귀에 태우고 애굽으로 떠났다. 그런데 모세가 길을 떠난 후 숙소에 있을 때에 하나님께서 갑자기 나타나 모세를 죽이려고 하셨다. 그러자 모세는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십보라는 이 광경을 목격하고 화들짝 놀래며 생각했다.

“어-어, 이게 뭐지? 우리 주인께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험지인 애굽으로 가겠다는 데, 왜 하나님께서 우리 주인을 죽이시려고 하는 걸까?”

십보라는 그 원인을 찾으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더듬어 보았다. 그 순간, 번뜩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래. 맞어. 바로 그거야.”

십보라는 게르솜이 태어난 지 팔 일째 되는 날, 언약의 백성이라면 할례를 해야 한다는 모세의 말에 극구 반대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는 게르솜을 죽이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이스라엘 백성이라면 반드시 할례를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십보라는 서둘러 게르솜을 불렀다.

“게르솜아! 이 어미를 이해하거라.”

“십보라는 장성한 게르솜의 아랫도리를 잽싸게 내리고 돌칼로 할례를 한 후 잠자코 눈을 감고 있었던 모세의 발 앞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포피를 던지며 외쳤다.

“내가 잘못했어요. 당신이 게르솜에게 할례를 하자고 할 때, 내가 반대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여기 할례의 흔적이 있잖아요. 그러니 우리 주인을 살려 주세요.”

그리고 이어서 십보라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당신은 참으로 내게 피 남편이에요.”

그러자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죽이려고 손을 들었다가 살며시 내리시고 모세를 놓아 주셨다. 그 순간 모세는 깨달았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출애굽시키기 전에 먼저 우리 가족을 하나 되게 하시려는구나. 그래서 십보라로 하여금 그토록 반대했던 할례를 게르솜에게 하게 하셨던 게야.”

십보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모세가 하나님의 사명을 감당하기 전에 가족이 한 마음과 한 뜻이 되어야 함을 깨달았다.

“후-유! 큰일 날뻔 했네. 내가 경솔했어. 우리 주인이 하시는 일이 하나님의 일이거늘, 자칫 내가 불순종하여 남편을 잃을 뻔 했네.”

 

이렇게 십보라는 모세를 피 남편으로 살렸고, 모세는 하나님의 사명을 잘 감당하여 출애굽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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