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내 나이 29세 때에 신장을 절제하고 2년 동안 꾸준히 약을 먹은 후 내 몸에서 결핵균은 온전히 사라졌다. 그러나 독한 약을 2년 동안 먹은 결과 내 몸의 여러 장기에서 이상 증상이 생겨 신학교 다니면서도 늘 여러 가지 통증에 시달렸다. 그 중에 하나 나를 불편하게 괴롭힌 것은 치질이었다. 변비가 생겨 변을 잘 볼 수가 없는데다 치질까지 있으니 간신히 변을 보고 나면 화장실이 피범벅이 되고 항문에선 찢어질 듯 한 통증이 왔다. 그리고 통증이 심하면 잘 앉을 수도 없다. 무엇이든 그렇겠지만 치질 역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모른다. 이런 와중에 치질 동지가 생겼다. 나보다 다섯 살 아래인 예비역 친구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서로가 치질이 있음을 알게 되고 서로 치질정보를 교환하며 애환을 나누며 동지의식으로 친해졌다. 과 친구들은 그를 ㅈ치질로 불렀다. 그의 치질은 개인을 넘어서서 우리학과 공동체의 관심사가 된 것이다. 나도 장난 끼로 그를 ㅈ치질로 불렀다. 나도 심한 치질환자이기 때문에 친하다는 의미로 호칭한 거다. “야-! ㅈ치질!”하고 부르면 그가 화가 나서 인상을 쓰다가도 금방 웃으며 농담으로 받아들이다. 그는 참 마음이 온유하고 착한 동생이다. 어느 날 그가 나를 부르며 중요한 긴급 정보를 알려준다.

     “형 이리와 봐 이거 좋은 건데 하나 줄까?”

     “먼데?”

    “유명한 한의사가 만든 건데 이거 아주 효과가 좋대 나도 사용해 봤는데 진짜 효과가 있더라고.” 하며 그가 가늘고 길쭉한 진한 밤색의 쥐똥처럼 생긴 조그만 환을 내게 보여준다.

     “어디 가서 쥐똥을 주서 와서 야단이냐!”

     “형 이거 쥐똥 아니야 이거 한 번 거기 넣어 봐”

     하나에 천 원씩 한다는 것을 나를 위해 몇 개 준 성의를 생각해 하나 넣어 봤다. 약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서 내 형편으론 큰 부담이다. 하여 난 내가 평소에 사용하는 프레파라손 H좌약을 계속 사용하였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ㅈ치질은 명석해서 화학약품으로 만든 약을 멀리하고 유기농약품을 선호한 것이다.

     동변상련이라고 우리는 나이 차이는 많지만 매우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우린 가끔 남이 없는 데서 비밀스러운 치질통을 이야기하며 서로의 애환을 나누는 친한 사이가 되었다. 동지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우리는 치질로 맺어진 우정의 동지다. 그렇게 비화학요법을 쓰던 그는 이제 치질을 완치했단다.

     *이 글은 필자의 저서 "박애로 충만한 영혼을 꿈꾸며"에서 당당뉴스 독자들을 위하여 한 챕터씩 올리는 중입니다. 네이버 주소창에 위 책 제목을 치면 구입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박애로 충만한 영혼을 꿈꾸며 : 네이버 통합검색 (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