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에서 깊이로>, 윌리엄 파워스, 임현경역, 21세기북스, 2012

20세기 철학자요 신학자인 폴 틸리히는 ‘외로움(loneness)’은 ‘홀로 있는 괴로움’을 표현하기 위한 단어인 반면에, ‘고독(solitude)’은 ‘홀로 있는 영광’을 표현하기 위한 단어라고 말합니다.(65) 누구나 외로움을 고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거기에 홀로 선 즐거움이 있습니다. 가장 훌륭한 홀로서기는 그 성격이 관대하고 포용력 또한 큽니다. 혼자 있는 것을 즐기기 위해서는 자신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사람, 모든 사물과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에게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을 지지해줄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고, 그런 사람만이 타인을 너그럽고 자유로운 태도로 대할 수 있습니다. 고독은 자기 자신을 만나게 하고, 타인 역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며,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 또한 깨닫게 합니다.(66)

홀로 있음의 장애는 매스미디어일 것입니다. 디지털 중독의 문제는 3가지 측면에서 발생합니다. 첫째, 개인의 내적인 삶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경험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정신적, 정서적 장애가 확산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둘째, 가족을 비롯한 개인적인 인간관계입니다. 스크린을 사용하는 시간이 얼굴을 맞대는 시간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셋째, 기업을 비롯한 조직적인 측면입니다. 지금은 어느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는 직업들로 인해 생산성이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76)

오늘날 정보의 홍수와 관련된 심리적인 문제들이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업무에 주로 신경 쓰지만, 혹시 더 중요하거나 흥미로운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 다른 일에도 손을 떼지 못합니다. 이 같은 마음 상태는 ‘지속적인 주의력 분산’이 생겨납니다. 이-메일을 확인할 때 나타나는 얕은 호흡의 한 형태로 ‘이-메일 무호흡증’도 있습니다. 또한 인터넷 중독 장애가 있고, 휴대전화가 없는 상태를 두려워하는 ‘노모포비아nomophobia’라는 질병도 있습니다.(77)

아테네의 철학자 플라톤이 <대화편>에 “도시의 거리를 걷는 것보다 시골길을 걷는 것이 훨씬 더 상쾌하다”는 유명한 의사 아쿠메노스의 충고를 받아들이는 장명이 나옵니다. 소크라테스가 그렇게 멋지고 고요한 곳을 보고 깜짝 놀라자 피이드로스는 소크라테스가 이런 자연 경관을 좀처럼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챕니다.(119) 예수와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철학자 세네카는 “가난한 자는 적게 가진 사람이 아니라, 더 많이 원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는 “나는 내 마음이 내 자신에게만 몰두하게 하고 외부의 것이 이를 방해하지 못하게 해왔네. 그러면 바깥은 아수라장이라 하여도 내면은 고요할 수 있다네.”라고 말합니다.(151) 내면의 고요, 곧 침묵과 고독은 ‘속도에서 깊이로’ 향한 귀한 선물입니다. 

저자는 그 예로 일곱 철학자들을 소개합니다. 1. 가끔은 세상과 거리를 두라(플라톤). 2. 마음의 거리를 확보하라(세네카). 3. 손에 책을 들게 하라(구텐베르크). 4. 오래된 도구를 사랑하라(셰익스피어). 5. 삶의 질서를 창조하라(벤저민 플랭클린) 6. 나만의 월든 존을 만들라(소로우). 7. 마음의 온도를 낮추라(맥루한). 이곳에서 깊이 있는 삶이 생성되고, 생각이 탄생하는 디스커넥토피아, Disconnectipia가 됩니다. 이와 같은 이들을 접하는 그곳에서 얻어진 에너지가 나머지 삶으로 흘러가 삶 전체가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307) 

전승영(한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