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 후 11년 만에 신학교에 입학하였으니 동기생들과 나이가 11살에서 12살 정도 차이가 났다. 기숙사에서는 한 방에 2층 침대를 두 대 놓고 4명이서 사용하였다. 대부분 아래층은 선배나 나이든 학생이 쓰고 위층은 후배나 나이어린 학생이 쓰는 게 보통이다. 하여 나는 나이가 많으니 1층을 쓰란다. 그러나 나는 자원해서 2층을 쓰기로 하였다. 왜냐하면 앉아서 공부하면 허리가 아파서 천장이 가까이 있는 2층 침대에서 천장에 철사를 매어 책을 매달아 놓고 누워서 읽기 위해서다. 천장에 영어사전을 매달아 놓고 누워서 공부하니 허리도 덜 아프고 단어 외우기도 좋다. 그런 식으로 꾸준히 영어공부를 하였다. 그 바람에 영어원서도 읽게 되었고 나중에 대학원 논문도 영서를 직접보고 쓰게 되었다. 그 이후 목회를 하면서도 영어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미국으로 유학 갈 형편도 못되고 지방에서 목회를 하니 영어가 필요 없을 텐데, 어디에 써먹으려고 왜 내가 자꾸 영어공부를 하는지 그 당시엔 내 자신도 몰랐다. 그냥 열심히 할 뿐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선교사가 되고 보니 이제야 깨닫게 된다. 선교사로 보내시려고 하나님이 미리 준비시키신 것이었다.

     우리는 어딘가에 몰입해 있으면서도 몰입하게 되는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다 그 이유를 알게 될 즈음 되면 벌써 오랜 시간이 흘러간 다음이다. 이런 영적 음직임을 바로 바로 깨달을 수 있으면 누구나 현자가 될 수 있다. 이제야 나이가 들고 나서 조금씩 영적으로 좀 눈이 뜨이는 것 같다.

     영의 세계에 민감해지려면 연습하고 습관을 들여야 한다. 하나님의 미세한 음성은 그저 들리지 않는다. 겸손하고 온유한 마음으로 예수님의 말씀에 몰두할 때 영의 음성이 들려온다. 영의 세계는 4차원의 세계이다. 우리가 경험하고 살아 온 세계와 전혀 다른 세계이다. 과학은 이런 미지의 영적세계를 하나하나 밝혀내어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나 숫자로 표기하는 과정 중에 있다. 과학은 이제 겨우 몇 프로 정도를 알아내고 그것을 삶에 적용할 뿐이다. 요즈음 디지털 과학은 놀라운 발전을 하여 영적 신비의 세계에 좀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다.

     * 위 글은 필자의 저서 "박애로 충만한 영혼을 꿈꾸며" 영풍문고 - 서점다운 서점 (ypbooks.co.kr) 에서 당당뉴스 독자들을 위하여 한 챕터씩 올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