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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시대의 복음
최병천  |  신앙과지성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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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6월 10일 (금) 01:07:08
최종편집 : 2022년 06월 10일 (금) 01:09:35 [조회수 :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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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시대의 복음>, 장기천 지음, 신앙과지성사, 1989

1.
벌써 33년이 지난 일이다. 장기천 감독님께서 이제 막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하루하루 살얼음판 걷는 기분으로 살던 나에게 전화를 하셨다. 어른의 눈으로 살펴보면 어려운 행태가 엿보이셨는지, 감독님은 가끔 나를 호출하셔서 당시 나로서는 접할 수 없는 좋은 음식들을 사주셨다. 달려가 뵈니 이제 막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을 끝마친 후라 홀가분하게 시간 보내시면서 원고를 정리했다며 원고 뭉치를 내게 밀어주셨다. 감독회장으로 시대적 상황 속에서 목회서신 형식으로 쓰신 글과 여러 신문과 잡지사에서 청탁받아 쓰신 글이 대부분이었다. 원고를 건네받고 몇 차례 살펴본 후 나는 책의 제목을 <민중시대의 복음>이라고 정하고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매우 흡족해하셨다.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 감독님 돌아가신지도 10년이 넘었다. 어느덧 내 나이도 67세가 되었다. 출판된 지 33년이 지난 이 책을 부여잡고 홀로 사무실에서 그리운 장 감독님의 모습을 회상하면서 이 글을 쓰는데, 평소 동생처럼 지내는 광현교회 서호석 목사가 전화를 했다. “이 책이 5월에 출간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 감독님도 5월에 돌아가셨다면서, 5.18. 5.16 등 한국의 비극적인 역사 5월의 시간들을 그렇게 가슴 아파하시더니 진작 본인도 5월에 떠난 사람이 되고 말았다.”라고 서 목사에게 전하는 말끝이 흐려졌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이 책 소제목 중에 “우리에게 5월은?”이란 글이 있는데, 5월을 염려하며 5월에 떠나가신 감독님을 생각하며 소개해 본다.

“5월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수많은 인명을 살상당한 광주시민들을 사회적으로 교수형에 처했던 사람들이 지체없이 자신들의 과오를 참회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 아픔을 나누지 못한 자신들을 부끄럽게 여기며 회개해야 할 것입니다. … 감리교도 여러분! 한국의 감리교회는 하나님으로부터 겨레를 위한 예언자로 부름 받았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향해서는 이 겨레의 죄와 허물을 속량하는 제사장이 되어 몸으로 산제사를 드리는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임을 기억하고 기도합시다.”

나는 오늘에 들어도 유효한 감독님의 글을 마주 대하니 감개무량했다. 감독님이나 목사님이라기보다 선생님으로 여기며 지내온 것이 명예롭다. 그래서인지 장 감독님의 예언자적 소명과 외침이 가득 담긴 이 책을 펴낸 출판인으로 자부심을 느끼며 가슴 벅차다.

2.
어영부영 지내왔는데 손꼽아보니 장 감독님이 이 원고 뭉치를 내게 내밀었던 때가 57세였다. 56세에 감독회장직을 마치셨으니 지금의 내 나이보다 10년이나 적었다. 그럼에도 장 감독님에겐 늘 목사님으로서의 품격이 몸에 배이셔서 뵐 때마다 긴장하면서 감독님을 만났다. 오래된 책이지만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시대정신과 복음의 관계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균형감각 있게 잘 정리해 줄 것이다. 이 책 머리글에 실린 원고의 구성을 설명하면 책의 이해에 더욱 도움이 되겠다. 감독님을 함께 추모하는 뜻에서 머리글을 일부 소개한다. 

“책은 3부로 구성되었는데, 제1부는 한국교회 일치운동과 한국사회의 민주화 운동, 민족의 평화통일 운동에 대한 평소의 소견을 담은 것이기에 ‘복음과 역사의식’이라 정했다. 제2부는 한국 감리교회의 감독으로서 새 교회로의 변화와 진보를 요청하는 목회 서신들을 모은 것이기 때문에 ‘복음과 새 교회운동’으로 정했다. 제3부는 동대문교회의 목회자로서 해가 바뀔 때마다, 중요한 교회 계절을 맞을 때마다 신도들과 동시대인으서, 혹은 그들의 이웃으로서, 바르고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글들을 모았으므로 ‘진리와 희망을 찾아서로 정했다. … 나는 예수를 믿고 그를 전하는 한, 민중선교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오직 민중을 위해 사셨던 예수의 말씀, 그의 사랑, 그의 희망에 관해 날마다 명상하며 증언하지 않을 수 없다.”

3.
나는 장 감독님을 1980년 초에 ’감청회보‘ 편집장을 하면서 청년지도위원장으로 특별한 직책(?)을 맡으셨을 때 만나게 되었다. 당시 교회갱신과 에큐메니컬 운동을 주창하던 ‘감청’은 교단 지도자들에겐 눈엣가시였다.-시간이 지나고 나 역시 나이가 드니 그때 그분들도 참 좋은 인성을 가진 분들이란 생각이 들지만- 그분들이 귀찮게 여겼던 청년지도의 업무를 당시 평동교회 장기천 목사님에게 부탁하였다. 장 목사님은 겉으로는 우리를 많이 나무라셨지만 속으론 너무 과분하게 사랑해 주셨다. 특별히 당시에는 어려운 일간신문 크기로 매월 ‘감청회보’를 발행하자, 나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셨다. 본인이 서른 초반에 교단지 ‘기독교세계’의 편집자로 고생하신 경험이 나와 일치했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평신도로서의 길을 가면서 기독청년운동을 계속하기가 어려워 대다수 감청 멤버들은 목회자의 길을 갔다. 그즈음에 ’신앙과지성사‘란 이름을 낙점해 주시면서 장 감독님은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병천아, 문서선교 중요한데 너는 그쪽에 재주가 있으니 그 일을 하면서 평신도 지도자로 가거라!”

말씀뿐만 아니라 장 감독님은 음으로 양으로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다. 사실 밀알기획·신앙과지성사가 오늘까지 내려오는 데는 초창기 장 감독님의 관심과 사랑이 큰 힘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신앙과지성사의 이름으로 두 번째로 1989년 5월 15일 출판된 이 책을 소개하는 지금 한국 감리교회가 낳은 시대적 사명을 감당한 예언자요, 특별히 청년을 사랑했던 사랑의 사도인 장기천 감독님이 더욱 그리워진다. 아울러 오늘의 현실과 상황은 장 감독님과 같은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다시 계획을 세워 이 책을 재출간하는 작업을 모색해 보아야겠다.

최병천 장로(신앙과지성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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