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하고 집에서 요양 중이라 별로 할 일이 없어 늘 친구네 교회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친구목사는 교제하는 걸 좋아하고 학생들과 청년들을 잘 다루어서 조그만 교회이지만 늘 학생과 청년들이 교회에 와서 법석이었다. 성경공부도 하고 음식도 만들어 먹고, 할 일 없이 투병 생활하던 나에겐 친구교회에 가는 일이 유일한 행복의 시간이었다. 교회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교회가면 밥 먹여 주냐며 비아냥거리지만 교회가면 밥은 물론 밥보다 더 중요한 것을 먹여주었다. 사회에서 낙오되고 실패한 자들에게 교회는 큰 안식처이다. 교회에 가면 우리가 알지 못하던 영적세계에 관하여 알게 되고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과 성령을 체험하고 그로 인해 큰 힘을 얻기 때문이다.

     그렇게 교회에서 힘을 얻으며 살던 어느 날 오후 친구목사를 만나러온 구세군 교회의 사관(목사)을 우연히 교회 정문 앞에서 만나게 되었다. 키가 조그마하신 그 분은 나를 보자마자 대 뜸 하시는 말씀이 “당신 신학교 가서 목사 되었으면 좋겠어요.” 하는 게 아닌가! 마치 점쟁이나 예언가처럼! 그 당시 나는 교회는 다니지만 신학교에 갈 것은 조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비록 몸이 아파 쉬고 있는 중이라도 내 마음속엔 직장을 잡으면 잡았지 목사가 될 생각은 꿈에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 10년 전 친구가 신학교 가는 것을 호되게 꾸짖던 내가 신학교를 간다는 것은 전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 사관님은 다짜고짜로 나를 당신의 구세군교회로 데리고 가더니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신학교에 대하여 일장연설을 하시다.

     “구세군 신학교는 모든 학비가 면제이고, 신학생은 모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데 기숙사비도 무료일 뿐만 아니라 신학교에 가려면 부부가 함께 가야 하므로 신학교 가기 전에 결혼도 해야 하는데 ‘구세군신학교’를 간다면 좋은 여자도 소개해 주겠다. 어떠냐?”

     그분은 어째서인지 처음만난 나를 설득하려고 애쓰셨고 나도 마음이 좀 움직였다. 신학교도 가고, 결혼도 하고, 공부도 공짜로 한다는 말에 직장도 잃고 요양 중에 있는 노총각이 어찌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을까! 하여 그 주간부터 구세군교회를 출석하며 나의 앞날에 대해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그분이 시무하는 교회에 출석하면 너무 설득당할 것 같아서 우리 집에서 가까운 구세군교회를 찾아서 다니기 시작하였다.

* 이 글은 필자의 저서 "박애로 충만한 영혼을 꿈꾸며 | 이강무 | 프로방스 - 교보문고 (kyobobook.co.kr)" 를 당당뉴스의 독자들을 위하여 한 챕터씩 올리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