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일은 ‘내일 가서’ 염려해도 되는가?

예나 지금이나 한국 개신교 목사들 대부분이 “내일 일은 ‘내일 가서’ 염려하라”는 뜻으로 마6:34을 왜곡하여 해석하며 가르쳐 왔다. 왜냐하면 국내 최초의 ‘한글개역성경(1961년)’이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라고 번역해 놓았고, 일부 한글 성경들도 ‘한글개역성경’을 모방하여 “내일 일은 ‘내일 가서’ 염려하라”는 뜻으로 오역해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준새번역성경(1993년)’과 ‘한글개역개정성경(1998년)’이후에 발간된 대부분의 한글 성경들은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라고 올바로 번역하였다. 그리하여 오늘날 대한성서공회의 ‘새한글신약성경(2021년)’에서는, 곧 “내일을 위해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터이니까요.”라고 올바로 번역하였다. 말하자면 예수님의 이 말씀은 ‘걱정을 내일로 미루라’는 뜻이 아니라, ‘내일 일을 위하여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이 말씀(마6:34)과 관련하여, 대한성서공회의 번역자문위원인 민영진 교수는 그의 책 「개역개정판 이렇게 달라졌다, 11쪽, 2003년」에서 “예수님의 결론의 말씀은 ‘걱정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 내일 할 걱정을 미리 당겨서 오늘 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이 아니다. 다시 말해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걱정을 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그러나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는 이 본문을 내일 걱정은 오늘 하지 말고 내일 하라는 말로 읽어왔다. 이러한 이해는 본문 전체의 문맥에도 맞지 않는 이해일 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권면의 정신과도 맞지 않고, 그리스어 본문의 뜻과도 맞지 않는다.”라고 했다.

또한 전 장로회신학대학원 나채운 교수는 그의 책 「개역성경, 개정판에서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나, 24쪽, 2007년」에서 “지금까지의 개역성경으로는, ‘내일 일을 염려하되 오늘 하지 말고 내일에 가서 하라는 말’로 이해했지만, 원문의 뜻은 그런 것이 아니라, 내일 일은 내일 자체가 염려할 것이니, 너희는 도무지 내일에도 염려하지 말라는 뜻이다.”라고 했다. 그럼 여기서는 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 신약성경 마태복음 6장 34절을 올바로 번역한 성경들은 다음과 같다.

                                      - 다 음 -

(새한글신약성경, 2021년) 그러므로 내일을 위해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터이니까요. 그날의 나쁜 일은 그날로 충분합니다.

(원문에 충실한 신약성경, 2021년) 그러므로 내일을 걱정하지 말라. 내일이 내일 일을 걱정할 것이다. 그날의 괴로움은 그날로 충분하다.

(한글개역개정성경, 1998년)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

(표준새번역성경, 1993년) 그러므로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아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맡아서 할 것이다.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에 겪는 것으로 족하다."

(우리말성경, 2004년) 그러므로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맡아서 걱정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날에 겪는 것으로 충분하다.

(바른성경, 2008년) 그러므로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고, 한 날의 괴로움은 그날로 충분하다.

(원문성경, 2015년)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걱정하지 말라, 왜냐하면 내일 일은 내일이 걱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톨릭성경, 2005년) 그러므로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

(한글킹제임스흠정역성경, 정동수, 2000년) 그러므로 내일을 염려하지 말라. 내일이 자기 것들을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악은 그 날에 족하니라.

(KJV완역한글판성경, 서달석, 2004년) 그러므로 내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이는 내일이 그날의 일들에 대해 염려할 것이기 때문이니 그것의 악은 그날에게 족하니라.

(공인역직역본한역대역성경, 이일배, 2009년) 그러므로 이튿날을 위해 아무 걱정도 하지 마라, 이는 이튿날이 그것 자체의 일들을 위해 걱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어성경) だから， 明日のことまで 思い 惱むな． 明日のことは 明日自らが(내일스스로가) 思い 惱む．

(중국어성경) 因為明天自有(내일스스로가)明天的憂慮

(흠정역영어성경) Take therefore no thought for the morrow: for the morrow(내일이) shall take thought for the things of itself.

(NASV미국표준역성경) "So do not worry about tomorrow; for tomorrow(내일이) will care for itself.

(NIV신국제역본 영어성경) Therefore do not worry about tomorrow, for tomorrow(내일이) will worry about itself.

(헬라어원어성경 공인본문) μη ουν μεριμνησητε εις την αυριον η γαρ αυριον(내일이) μεριμνησει τα εαυτης αρκετον τη ημερα η κακια αυτης

마태복음 5-7장은 예수님의 ‘산상설교’라 불리는 내용들이다. 그 가운데 6장 25-34절의 말씀은, 예수님께서 청중들에게 “염려하지 말라”는 주제로 말씀하신 내용이다. 그리하여 6장 25,31,34절에 걸쳐 ‘염려하지 말라’는 말씀이 3번 나온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그분은 몇 가지 예화를 들어 말씀하셨다. 이를테면 공중의 새들은 하늘 아버지께서 먹이시며, 들의 백합화도 그 영광이 솔로몬의 것보다 빼어나도록 키워주신다. 이처럼 예수님은, 하나님께서 그분의 창조 세계 속에 만물이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해 놓으셨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여기서 본문에 나오는 34절, 곧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는 결론에 해당하는 말씀으로써, 즉 ‘염려하지 말라’는 것이다.

위의 성경들은 모두 올바로 번역된 성경들이다. 이 성경들 중에서, 영어 성경들은 모두 내일(tomorrow)이 ‘주어’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내일이 자기 것들을 염려할 것’이라고 번역되었음을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예수님은 내일 걱정마저도 사람이 할 것이 아니고, 내일의 걱정은 ‘내일이’ 한다는 말씀이다. 여기서 내일(tomorrow)이 주어이므로, 주어 다음에 바로 동사가 나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글 성경들도 모두 다 주어가 ‘내일이’로 번역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내일이 걱정할 것”이라고 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내일’은 문장 구조상 ‘부사’가 아닌 ‘시간명사’로 사용된 것이다. 말하자면 ‘내일’이 부사가 아닌 명사로서 인격화된 주어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에서 표준새번역성경(1993년)은 “내일 걱정은 내일이 맡아서 할 것이다.”라고 했다. 당시 표준새번역성경 번역자들은 한글개역성경(1961년)의 마6:34, 즉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라는 번역이 잘못된 번역임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앞의 중국어성경과 일본어성경 그리고 영어 성경들이 한글개역성경처럼 ‘내일’이 부사가 아닌, 주어인 명사로 사용되어 ‘내일이’ 또는 ‘내일스스로가’로 번역되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한글개역개정성경(1998년) 번역자들도 이 사실을 알고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라고 번역하였다. 위의 나머지 성경들도 - 우리말성경, 바른성경, 가톨릭성경, 한글흠정역성경들, 원문성경 등 - 모두 다 표준새번역성경이 올바른 번역임을 인정하고 ‘내일’이 아닌 ‘내일이’라고 번역하였다.

- 그러나 다음 성경들은 잘못 번역된 성경들이다.

                                        - 다 음 -

(한글개역성경, 1961년)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 괴로움은 그날에 족하니라

(현대인의성경, 1986년) 그러므로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아라.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할 것이오.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의 것으로 충분하다.'

(공동번역성서, 1977년) 그러므로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 날에 겪는 것만으로 족하다.

(쉬운말성경, 2013년) 그러므로 여러분은 내일 일을 오늘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일 일은 내일에 맡겨 둘 것이요, 오늘의 괴로움은 그 날에 겪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한글킹제임스성경, 이송오, 1994년) 그러므로 내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전수성경, 2007년)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날로 족하니라.

위의 성경들은 국내 최초의 한글 성경인 ‘한글개역성경’의 번역을 그대로 모방하여,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라고 오역하고 말았다. 다시 말해 위의 성경들의 번역자들은, “내일 일은 내일 가서 염려하라”는 뜻으로 번역했던 것이다. 당시 번역자들은 중국어성경과 일본어성경을 참고했겠지만, 그들은 내일 일은 내일스스로(인격화된 주어)가 염려한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말하자면 ‘사람’이 염려를 하지, 어떻게 ‘내일’이 염려를 할 수 있단 말인가? 하고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마6:25-34까지의 내용이, 청중들로 하여금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 주제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만약 그들이 ‘주제’를 제대로 알았더라면, 사람이 걱정하지 않고, 내일(tomorrow)이 걱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위의 성경들은 모두 다 한글개역성경을 그대로 모방하여,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라고 잘못 번역하였다. 이 가운데 한글킹제임스성경(이송오, 1994년)이 있다. 이 성경은 영어 킹제임스성경을 국내에서는 최초로 한글로 번역했는데, 불행히도 한글개역성경을 모방하여 마6:34을 오역하고 말았다. 하지만 국내의 다른 한글판 킹제임스성경들 - 한글킹제임스흠정역성경(정동수, 2000년), KJV완역한글판성경(서달석, 2004년), 공인역직역본한역대역성경(이일배, 2009년) - 이 성경들은 앞서와 같이 “내일 일은 내일이 걱정할 것이요”라고 올바로 번역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 한국 개신교 목사들은 본문(마6:34)을 주제로 선정하여 수많은 설교를 해 왔다. 그들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로 하여금 염려를 내일로 미루라”고 설교를 해 왔다. 왜냐하면 개역성경에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글개역성경’의 번역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목사들은, 이 구절이 “사람들로 하여금 염려를 내일로 미루라”는 뜻이 아니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일이지, 사람들이 염려할 일이 아님”을 올바로 가르쳤다. 그들은 앞뒤 문맥과 주제를 통해서, 예수님의 말씀은 “염려를 내일로 미루라는 뜻이 아니라, 도무지 염려하지 말라”는 의미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 개신교회의 약 90%가 ‘한글개역개정성경’을 강단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약 10%가 여전히 ‘한글개역성경’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 개신교의 대부분의 목사들은 한글개역성경과 한글개역개정성경의 차이점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성서공회의 개정 위원들은 ‘한글개역성경’ 가운데 구약성경에서 59,889곳을 수정했고, 신약성경에서 12,823곳을 수정하여 1998년에 ‘개역개정성경’을 출판하였다.

이 수정된 개정판성경이 개역성경보다 번역이 잘 되었다고 판단하여, 오늘날 약 90%의 개신교회가 이 성경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개정판성경이 개역성경을 잘못 수정‧보완한 곳도 적지 않다. 그래서 개정판성경을 인정하지 않는 교회들도 적지 않다. 특히 개신교 이단들이 개역성경만을 100% 맹신하고 있으며, 또 바리새적인 극보수주의에 속한 교회들이 대부분 ‘한글개역성경’만이 최고라고 고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쨌든 개신교 목사들은 ‘한글개역성경’의 수많은 오역들을 올바로 수정‧보완한 ‘한글개역개정성경’의 말씀들 가운데 중요한 부분들에 대해, 그 차이점을 올바로 파악하여 자기네 교인들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본문(마6:34) 말씀이다. 따라서 “내일 일은 내일 가서 염려하라”는 의미로 가르쳐서는 안 되며,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해야 한다”고 올바로 가르쳐야 할 것이다.

권영문 / 전 경성대 교직원, 현 기독교 칼럼니스트 / 〈성경 번역과 해석 올바른 설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