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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스러운 날씨 앞에 나는 왜 이리 작아지는가.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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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5월 04일 (수) 22:44:20 [조회수 : 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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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순인데 아직 일교차는 크다. 낮은 여름과 같이 덥고, 밤은 늦가을의 아침 저녁 기온처럼 차다. 그런 연유로 아직 연탄을 끄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초에 지금과 같은 날씨가 계속 이어져서 작년처럼 4월 초순에 연탄보일러를 소제하려고 연탄을 꺼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 비가 종일 내리면서 집안의 온도가 10도에서 오르락내리락 하였다. 초봄의 집안 기온은 가뜩이나 바깥보다 서늘한데, 비가 내린 뒤라 그런지 바닥이 냉골이었다. 기름보일러를 돌려도 한참 시간이 지난 다음에 겨우 1도 오르면서 따뜻한 온기가 퍼져 보일러 가동 소리에 가슴만 졸였다. 알겠지만 요즘 기름값이 얼마나 고공행진인가. 경유, 휘발유는 물론 등유도 하늘 모르고 올라가고 있었다. 작년 12월만 해도 한 드럼에 22만원이었는데, 1월에는 24만원, 그리고 3월에는 28만원까지 치솟았다. 눈앞에서 기름 도둑을 맞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니 기름보일러가 ‘윙~’하며 가동하는 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게 들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다시 연탄보일러를 가동했다. 연탄도 매년 오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기름을 대신할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비록 탄소중립 실천과는 거리가 먼 에너지라 할지라도. 

이런 기온에 외출을 할 때면 얇은 옷과 두꺼운 옷 두 가지를 갖춘다. 지난 주일 겨우 겨울옷을 정리하여 넣어두었는데 그 중에 몇 개는 여차하면 다시 꺼내 입으려고 아직 옷장에 걸려있다. 날씨가 이렇게 변덕스러우니 농사는 어쩌겠는가. 이웃은 벌써 고추도 심고, 고구마도 심고, 참깨도 심고, 상추 등 이맘때 심는 작물들을 미리 심었지만 나는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여짓껏 머뭇거리고 있다. 물론 어린이 날이면 밭을 갈고, 두둑을 만들어 고추와 참깨를 심을 것이다. 이번에는 속도가 매우 느릴 것으로 본다. 농사는 때라고 누누이 말했지만 이번년도는 그 때를 조금 비껴가며 농사를 지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한 것처럼 트랙터는 빌렸는데 두둑기는 없는 트랙터다. 오로지 밭만 갈 수 있는 트랙터이기 때문에 두둑은 내가 직접 삽으로 만들어야 한다. 거의 200미터 되는 길이를 낑낑거리며 만들 것이다. 무한한 능력, 뽀빠이와 같은 힘이 나에게 생길 것이라 아니, 바라면서.

혼자 하는 농사이니 뭐, 더 이상 욕심내지 않기로 한다. 그러다 못하면 머물면 된다고 마음을 비울 것이다. 이전처럼 죽기 살기로 덤비지 않기로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못내 성질이 나서 병이 날 것이다. 몸은 몸대로 힘이 들 것이고, 마음은 마음대로 골병이 들 것을 알기에 이제는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롭고 싶다. 이런 자유가 종내는 무농사로 전환될 수 있는 함정이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것은 그때 가서 고민하면 될 일이다. 이런 마음이 생기는 것은 앞서 말했듯이 변덕스러운 날씨가 한 몫 한다. 4월 중순에 볍씨 파종을 하고 볍씨의 싹이 트기를 기다렸다. 보통 일주일 정도면 하얀 싹이 올라와 논으로 옮기는 모자리 작업을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열흘이 되어도 싹이 안보였다. 되려 곰팡이 모판마다 하얗게 피어올랐다. 이 무슨 허망한 일인가. 매캐한 연기를 마시며 볍씨 소독을 하고, 성인 다섯 명이 시간을 내어 볍씨 파종을 하고 그나마 따뜻하다고 여긴 집 안채에 천막을 덮고 기다렸는데, 모든 수고가 헛수고가 되어 버린 것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새로 쓴 유기농 상토 때문인가, 볍씨 소독을 잘못한 것인가, 발아 기온이 안 맞은 것인가 등등 나름 추측도 하고,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상토 회사에 연락도 해보고, 농업기술센터에 문의도 해 봤지만 어떤 것이 답인지는 가늠할 수 없었다. 작년과 같이, 거의 20년 동안 이어온 방법대로 한 것이었는데 이번엔 실패(?)였다. 이런 적이 재작년에도 있었다. 그때는 명백하게 기온 때문이었다. 그 해도 일교차가 심했던 때라 보온을 잘못하여 냉기로 인한 피해였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추측할 뿐이다. 아무리 따듯한 공간이었다 하더라도 틈틈이 들여다보면 작년보다는 공간의 공기가 쌀쌀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사람도 온도차에 민감하거늘 자연의 생물들은 기후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가. 

가슴이 아팠지만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고, 일어난 현상을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노릇이니 우리는 금새 마음을 다독였다.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이번에는 이웃 마을의 친환경 벼를 구입하여 모내기를 하기로 했다.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들이는 뼈아픈 현실이 이번으로 그치길 바랄 뿐이다. 그렇지 않으면 논농사도 마음을 비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벌써 올해의 농사가 걱정이다. 날씨가 이렇게 계속 변덕스러우면 우리는 어떤 농사법을 개발할 것인가. 벌써 기후에 저항받지 않는 컨테이너형 농사, 이를테면 스마트팜이 유행하고 있지만, 그러나 과연 인공적 수혜를 통해 먹는 농산물과 직접 해와 달과 바람과 비와 땅의 힘을 받고 자란 농산물의 맛이 같을 것인가 하는 것은 두고 볼 일이다. 그 또한 과학의 힘으로 극복될 것이겠지만, 나는 내 힘이 닿는 한 계속 하늘을 의지해 보련다. 날씨의 변덕만큼 나의 변덕이 널뛰지만 않는다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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