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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성서 동화 - 오네시모
류호정  |  hjgh12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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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5월 04일 (수) 00:21:28
최종편집 : 2022년 05월 04일 (수) 00:26:15 [조회수 : 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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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네시모

(몬1:1-25)

 

로마는 이탈리아에 양치기 청년들이 모여 건국한 나라로 상당히 검소하고 건전한 기풍이 있었고 농업 형태는 중산층이 자신이 소유한 땅에서 농사를 짓는 자영농의 형태였는데, 이 중산층의 역활은 농업 이외에도 전쟁 시기에는 농업을 제쳐두고 나가서 싸우는 중요한 전력이었다. 그러나 포에니 전쟁((카르타고와 로마와의 전쟁) 이후 대규모의 영토와 값싼 노예들이 로마로 밀려 들어왔고, 중산층 자영농들은 농사를 포기하고 전쟁에 참여했는데도 전쟁 승리에 대한 분배가 없이 귀족들에게만 영토와 노예 등의 보상이 집중되었다. 그 결과, 건강하고 건전하며 소박했던 로마는 점점 풍요와 사치스러운 기풍으로 바뀌게 되었고, 중산층의 몰락이 시작되었으며, 자영농들은 경작지를 버리고 대농장주에 예속되는 소작농으로 전락되었고, 라티푼디움(광대한 토지)의 대농장이 형성되었다. 이 때, 자영농 중산층 시민들 중에는 경제적인 부채로 어쩔 수없이 노예가 된 사람들이 많이 발생했다.

 

“안 돼! 이 집과 농장이 어떤 곳인데, 절대로 나갈 수 없다!”

“이봐! 웃기는 소리 집어치우고, 어서 나와!”

“이런 불한당들아! 그까짓 몇 푼 안 되는 돈을 갚지 않았다고 이렇게 쫓아내는 법이 어디 있느냐? 너희는 하늘이 무섭지도 않느냐?”

“그래, 우리는 하나도 무섭지 않다. 그런데 돈을 갚지 않았으면 가만히 있든지, 왜 이렇게 뻔뻔하게 말이 많어. 더군다나 이 집과 농장뿐만 아니라 너희들도 당장 노예로 팔아야 되는 데, 왜 이렇게 귀찮게 구는 거야. 얘들아! 어서 저것들을 이 집에서 당장 끌어 내거라!”

빚을 갚지 못한 어느 중산층 자영농의 집에 악덕 농장주가 나타나 집안을 풍비박산 내었다. 그런데 악덕 농장주는 이 집안의 식구들조차도 노예로 팔겠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자영농은 펄쩍 뛰며 항의를 했다.

“뭐라고? 이 농장도 부족하여 우리를 노예로 판다고?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어? 로마 시민이 무슨 법으로 노예가 된다는 거냐?”

“허-어! 이 양반이 몰라도 한참 모르네. 돈을 갚지 못하면 시민도 노예가 되는 게, 이 세상의 법인 줄 몰랐어? 억울하면 돈을 가져 오면 될 것 아냐?”

“……”

자영농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내와 어린 아들이 애처롭게 자영농을 쳐다보았다.

“여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요? 어린 오네시모는 부모 없이 어떻게 살라고 해요?”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오네시모만큼은 어떻게 해 보겠소.”

그러나 악덕 농장주는 자영농의 부탁을 거절하고 오히려 잔인하게 세 식구를 갈라놓았다. 그러자 오네시모는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아저씨! 제발 엄마와 같이 가게 해 주세요.”

“오네시모야! 저 어린 것을 불쌍히 여겨 이 애미랑 같이 있게 해 주세요.”

“이 여편네가 무슨 쓸데없는 소리하고 있어. 따로따로 팔아야 수입이 괜찮걸 몰라. 더군다나 애들은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데, 내가 미쳤어. 저리 꺼져!”

악덕 농장주는 기어코 오네시모와 그의 엄마를 떼어 놓고 마차에 오네시모를 짐짝처럼 집어 던졌다. 그러자 오네시모와 엄마, 그리고 아빠는 각기 다른 마차를 타고 가면서 손을 허공에 대고 허우적거렸다.

“오네시모야!”

“엄마! 아빠!”

 

로마 시대의 노예는 ‘영혼이 없는 동물’이라고 했고, ‘말을 하는 도구’에 불과했다. 노예들은 물건처럼 매매 되었는데 연단 위에 진열해 놓고 사고자 하는 사람들이 벌거벗은 노예들의 건강을 알아보기 위하여 찔러 보기도 하고, 입을 벌려 보기도 하고, 주위를 걸어보게 한 후, 흥정을 했다. 일단 팔려간 노예는 주인의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주인 마음대로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었다. 간혹 노예가 도망쳤다가 붙잡히면 현장에서 죽거나, 주인이 자비를 베풀어 운이 좋은 경우는 살 수 있지만 이마에 ‘Fugitivus’(도망자)라는 머리 글자인 ‘F’ 자를 이마에 낙인찍혔다. 노예들은 먼지 한 점 묻은 것, 은 조각 하나 잘못 닦은 일, 파리를 쫓지 못한 일, 식탁을 바로 놓지 못한 일, 의자를 바로 놓지 못한 일,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재치기하거나 기침하거나 말 한마디 속삭인 일, 술 시중이나 목욕물의 온도를 조절하지 못한 일 등으로 채찍을 맞았고, 심지어 십자가에 처형당하기도 했다.

 

“자-자! 여기를 보십시오. 아주 잘 생긴 소년부터 힘센 젊은이, 어예쁜 아가씨까지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노예들이 다 있습니다. 구경 한 번 해 보십시오.”

노예시장은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흥정하는 매매꾼들은 연신 입에 거품을 물고 자신의 노예가 최고라고 자랑했고, 구경꾼들은 이리저리 다니며 맘에 드는 노예를 찾느랴고 분주했다. 그런데 많은 노예들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소년이 한 명 있었다. 그의 이름은 오네시모였다.

“여러분! 이 소년을 보십시오. 이가 얼마나 고릅니까? 어려서부터 교육을 잘 받았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시키는 대로 잘 할 것입니다.”

“어머나! 어쩜 저렇게 잘 생겼지.”

“아주 똘똘해 보이는 게 꽤 쓸만하겠군.”

“잘 가르치면 손해볼 것은 없겠어.”

사람들은 제각기 오네시모에 대해서 평가하곤 흥정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때, 넌지시 오네시모를 쳐다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골로새의 갑부인 빌레몬이었다.

“으-음! 저 아이가 괜찮겠어. 저 아이를 사야겠군. 여보시오. 내가 그 아이를 사겠소. 얼마에 팔겠소?”

그러자 지금껏 오네시모와 흥정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멈칫 했다.

“아니, 저 사람은 누구야? 빌레몬 아냐?”

“에이 저 아이가 맘에 들었는데 빌레몬이 나섰으니 글렀군.”

“글쎄 말일세. 모처럼 괜찮은 물건이다싶어 살려고 했는데 다른 곳으로 가봐야겠네.”

결국 오네시모는 빌레몬의 노예로 팔렸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오네시모는 어엿한 청년이 되었다. 오네시모는 총기가 있어 뭐든지 금방 배웠고, 배운 것을 잘 적용하여 빌레몬과 그의 아내 압비아에게 사랑을 받았다. 특히 빌레몬의 아들 아킵바는 오네시모를 노예가 아닌 형제처럼 친밀하게 대우했다. 그래서 오네시모는 빌레몬 가정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아 그의 재정을 담당하는 노예가 되었다.

“여보! 당신은 어쩜 그렇게 선견지명이 있어요. 저 오네시모를 노예시장에서 사오기를 정말 잘했어요.”

“어-흠! 내가 원래 사람을 보는 눈이 있잖소.”

“어-휴! 당신은 제가 조금만 칭찬해 줘도 그새 기고만장하시는 게, 단점이예요.”

“어-허! 내가 그런가? 어쨌든 오네시모는 내 기대 이상으로 일을 잘하고 있어 듬직하오. 더군다나 아킵보가 오네시모를 형제처럼 잘 어울리는 것을 보니 마음이 흐뭇하오.”

“그렇죠. 저도 그래요.”

오네시모는 성실하게 열심히 일을 하였고, 그에 대한 빌레몬의 신뢰는 더욱 깊어만 갔다. 그런데 오네시모가 회계장부를 검색하던 중, 수입과 지출에 차액이 발생했다. 그래서 오네시모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으-음! 왜 이렇게 금액의 차이가 많지? 이상하네. 이 많은 돈이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거야?”

그러나 오네시모는 고민 끝에 빌레몬에게 자료를 상세히 만들어 보고하기로 했다.

“주인님! 오네시모입니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오! 그래, 어서 들어오너라.”

“주인님! 다름이 아니오라 장부를 정리하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돈이 남았는데, 장부에 기재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그런 일이야 이젠 자네가 알아서 처리하게. 일일이 보고 하지 말고 연말에 결산해서 그 때에 보고하게나.”

“예! 그러면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오네시모는 빌레몬의 사무실에서 나오면서 괜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게 뭐지? 주인님께서 나에게 재정의 모든 부분을 관리하게 하셨는데 차액이 나는 것을 잘 모르고 계시네. 장부에 올바로 정리하면 되지만 왜 이렇게 내 마음이 두근두근거리는 거지? 아냐! 못된 생각을 하면 안 돼! 지금껏 주인님과 사모님과 아킵보 도련님이 나에게 베푼 사랑을 생각해서라도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 안 되지. 암 그렇고 말고.”

오네시모는 서둘러 자신의 사무실에서 장부를 새롭게 정리했다. 하지만 한 번 흔들린 마음은 쉽게 수습하기가 어려웠다. 머리 속에서는 계속해서 거액의 남은 돈이 빙빙 떠올랐다.

“아-하! 어떻게 하면 좋지? 주인님도 모르는 돈인데, 내가 쓰면 안 될까? 부모님도 찾아볼 겸, 이곳에서 나가자. 그래, 원래부터 있었던 돈을 훔친 것도 아닌데 괜찮겠지.”

오네시모는 결국 빌레몬의 장부에 기재되지 않은 거액을 은밀하게 빼돌렸다. 그리고 어느 날 끝내 야반도주 하였다. 그러나 오네시모의 행각은 금방 발각되었다. 빌레몬은 왠지 짐짐해서 오네시모의 사무실을 방문하여 오네시모를 찾았다.

“오네시모야! 게 있느냐?”

“……”

“어-허! 이 놈이 어디를 간 게야? 주인이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고 무엇을 하는 게지?”

빌레몬은 오네시모의 사무실을 벌컥 열었다. 그러나 오네시모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으-음! 이 놈이 도대체 어디 있는 게지? 뭔가 이상해. 안 되겠군. 여봐라! 지금 당장 오네시모를 찾아서 이곳으로 데리고 오너라!”

빌레몬의 노예들이 집안 구석구석을 뒤졌다. 그러나 오네시모는 어디에도 없었다.

“주인님! 아무리 찾아도 오네시모는 이 집에 없는 듯 합니다.”

빌레몬은 그 때서야 뭔가 낌새를 차리고 재정 장부를 흩어 보았다. 그리고는 마침내 단서를 찾았다.

“으-음! 이 놈이 나를 배신했구나. 이 많은 돈이 장부에 기재되지 않았다고 돈을 훔쳐서 달아난 게 분명하군. 괘씸한 놈!”

빌레몬의 집안은 발칵 뒤집어졌다. 누구보다도 주인에게 신뢰받았던 오네시모가 거액의 돈을 가지고 도망쳤기 때문에 빌레몬의 노예들은 언제 불똥이 자신들에게 향할지 몰라 불안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상심이 컸던 사람들은 빌레몬의 식구들이었다.

“아니, 여보! 오네시모가 어떻게 우리에게 그럴 수가 있죠?”

“아버님! 제가 아는 오네시모는 그럴 사람이 아니예요. 뭔가 착오가 있는 거 아닌가요?”

“아킵보야! 여기 명백한 증거가 있단다. 오네시모는 돈을 가지고 도망친 게 분명하다.”

그러자 아킵보는 오네시모를 친형제처럼 사랑했기에 실망도 누구보다 더 컸다.

“아-하! 오네시모야! 왜 너는 무엇 때문에 죽음을 각오하고 도망친 게냐!”

“오네시모에 대한 수배령을 내려야겠다. 그래야지 다른 노예들이 도망치지 않을 테니까.”

“아버님! 죄송하지만 수배령만을 거둬 주십시오. 오네시모가 무슨 사정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제발 진정하시고, 너그럽게 봐 주십시오.”

그 때 빌레몬의 아내인 압비아가 거들었다.

“여보! 그렇게 하세요. 오네시모는 어려서부터 친자식처럼 돌본 아이인데, 노예 사냥꾼에게 잡히면 죽잖아요. 예수님께서 원수를 사랑하고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하셨잖아요.”

순간 빌레몬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으-음!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까?”

결국 빌레몬은 결정을 했다.

“좋다. 아킵보와 당신의 말대로 오네시모에 대한 수배령은 취소하겠다. 하지만 이후로 우리 집안에 있는 노예가 도망친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

오네시모 당시, 로마는 대략 150만 명의 인구가 밀집된 매우 혼잡한 도시였다. 행정구역은 열네 개로 구분되었는데 신분에 따라 주거지역이 달랐다. 아벤틴 힐은 로마시민과 귀족들이 살았고, 트라스타버는 가장 가난한 지역이었다. 로마의 일반 주택은 매우 열악했다. ‘인술라’라는 벽돌로 지은 긴 건물인데 가로 세로 2.5미터의 방으로 창문도 없고 통풍도 거의 안 되었다. 그러나 인술라조차 얻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은 광장과 거리에서 노숙했다. 로마는 매우 뒤죽박죽 혼란스런 곳이었다. 낮에는 노래와 시와 논쟁 때문에 시끄러웠고, 밤에는 사창가에서 환락과 쾌락으로 밤을 지새웠다. 사람들은 하루 18시간 노동해서 한 데나리온을 버는 게 목표였지만 쉽지 않았다. 로마의 대부분 사람들은 거의 가난했고, 질병과 역병이 자주 발생하여 평균 수명이 짧았다.

 

오네시모는 빌레몬의 집에서 도망친 이후 백방으로 부모님을 찾으러 다녔지만 부모님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은 오네시모는 어느덧 로마에까지 오게 되었다. 그런데 로마에 입성하던 날, 오네시모는 로마의 웅장함에 입을 쩌-억 벌리고 말문이 막혔다.

“와-우! 이래서 사람들이 로마에 꼭 가봐야 한다고 했구나.”

오네시모는 우선 인술라를 얻어서 밤에는 잠을 자고, 낮에는 본격적으로 부모님에 대한 수소문하였다. 그러나 그 넓은 로마에서 부모님을 찾기란 바다에서 바늘을 찾기보다 더 어려웠다. 그래서 오네시모는 차츰 지쳤다. 그러다가 심신이 극도로 피곤했던 차에 우연히 창녀들의 유혹에 넘어가 하룻밤을 보냈다. 그런데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라고 했듯이 오네시모는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에서 벗어나 쾌락을 통해 자유를 만끽했다.

“자, 자! 이것들아! 내 잔이 비었구나. 가득 채워 보아라!”

“예-예! 알았어용. 귀공자님!”

“좋다. 여기 팁이다.”

오네시모는 그 동안 눌려 있었던 감정이 폭발하여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환락에 빠져 흥청망청 돈을 물쓰듯 썼다. 그런데 그렇게 허랑방탕하게 사는 동안 그 많던 돈이 점점 사라졌다. 그리고 급기야 주머니에는 땡전 한 푼도 남지 않았고, 인술라에서도 쫓겨났다. 그러자 오네시모는 후회하기 시작했다.

“아-하! 내가 그동안 미쳤구나. 그 많던 돈이 몇 달 사이에 다 사라지다니, 내가 너무 경솔했구나.”

하지만 오네시모가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의 주머니에는 이제 한 고드란트도 없었다. 그래서 오네시모는 며칠 동안 물 한모금만 먹고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후-유! 이제 부모님을 찾기는커녕 로마에서 굶어죽게 되었구나.”

그런데 그 때, 어디선가 구수한 빵 냄새가 풍겨났다. 오네시모는 견디지 못하고 그 냄새를 따라 갔다가 그만 돈도 내지 않고 빵을 덥석 집어 먹었다. 그러자 빵집 주인이 도둑놈이라고 로마 군인에게 고발했다. 그래서 오네시모는 로마의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그러나 경미한 범죄였기에 금방 풀려났다. 그런데 그 때 마침 풀려나오는 오네시모를 유심히 살펴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골로새 교회를 개척했던 바울의 제자인 에바브로 디도였다.

“아니, 저 사람은 빌레몬의 노예인데, 어떻게 로마에 왔지?”

하지만 오네시모는 고개를 숙이고 비틀거리며 에바브로 디도를 곁을 지나쳤다. 그러자 에바브로 디도가 얼른 오네시모를 불렀다.

“여보시오! 잠깐 멈춰 보시오. 혹시 당신은 빌레몬의 집에 있는 오네시모가 아니오?”

“아-아니오. 사람을 잘못 보았소.”

“아냐. 분명히 자네는 오네시모가 맞네.”

“……”

순간 오네시모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힘없이 쓰러졌다.

“오네시모! 정신 차리게!”

 

바울은 로마의 감옥에 갇혔을 때, 부자유한 몸이었으나 전혀 자유가 없는 상태는 아니었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일종의 연금 상태와 비슷했다. 사도행전 28장 30절에 보면, 바울은 자신의 돈으로 셋집을 얻어서 살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방문을 받는 등 비교적 자유롭게 복음을 증거할 수 있었다.

 

“바울 선생님! 계십니까? 에바브로 디도입니다.”

“아니 자네가 여긴 어쩐 일로 왔는가? 어서 들어오게. 그런데 함께 온 사람은 누구인가?”

“선생님께서도 아시는 사람입니다.”

“누구?”

“빌레몬의 집에 있었던 오네시모입니다.”

“뭐라고? 오네시모가 어떻게 혼자서 로마에까지 왔단 말인가?”

에바브로 디도는 바울이 머물고 있는 셋집으로 오네시모를 데리고 왔다. 그러나 오네시모는 처음에 완강하게 거부했다. 하지만 에바브로 디도가 잘 다독거려 온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오네시모는 바울 앞에서 식은 땀을 흘리며 시선을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안절부절 못했다.

“에바브로 디도야? 이게 어찌된 영문이냐?”

에바브로 디도는 그동안에 있었던 오네시모의 사정을 바울에게 소상히 전했다. 그러자 오네시모는 시종일관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고, 바울은 오네시모를 측은히 바라보며 말했다.

“으-음! 그런 일이 있었구나! 오네시모에게 이런 아픈 과거가 있었는지 내가 미처 몰랐는데, 미안하구나. 어쨌든 오네시모야! 여기에 잘 왔다.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을 텐데, 이곳에서마음 푹 놓고 편히 쉬거라.”

“흑흑흑! 선생님! 고맙습니다.”

오네시모는 바울에게 책망을 들을 줄 알고 바짝 긴장하고 있었는데 바울의 따뜻한 말에 쌓였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대성통곡했다. 그러자 애바브로 디도는 눈시울이 붉어졌고, 바울은 아무 말없이 오네시모의 등짝만 어루만져 주었다.

어느 덧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갔다. 그동안 바울은 오갈 데 없는 오네시모에게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였고, 오네시모는 과거의 잘못을 회개했다. 그리고 부모님에 대한 쓴 뿌리를 청산하고 새사람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바울이 오네시모를 불렀다.

“오네시모야?”

“예! 선생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오네시모야! 이제는 내 곁을 떠날 때가 되었구나.”

“선생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아직 선생님께 더 배워야 합니다.”

“아니다. 이제 이만큼 성장했으면 됐다. 그런데 내가 부탁할 것이 한 가지 있다.”

“선생님! 그게 무엇입니까? 선생님 부탁이라면 목숨을 바쳐서라도 하겠습니다.”

“으-음! 너의 결심이 그렇다니 흐뭇하구나.”

하지만 바울은 섣불리 말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망설였다. 그러자 오네시모가 답답한 듯 말했다.

“선생님! 평상시 선생님답지 않게 뭘 주저하십니까? 빨리 속 시원하게 말씀해 주세요.”

“으-음! 그럴까! 다른 게 아니라, 자네도 이제 어엿한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으니 자네의 주인인 빌레몬의 집으로 가면 어떻겠나?”

“선생님! 저는 그 이야기인줄 진작 알았습니다. 제가 예수님께 죄를 고백하여 용서를 받았다고 확신하지만 여전히 제 안에 있는 문제는 빌레몬 주인님께 저질른 범죄를 자백하고 용서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저를 이처럼 인정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바울은 오네시모가 분명히 변했다고 생각했지만 빌레몬의 집으로 간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 차일피일 말을 못하고 미뤘던 것인데, 막상 오네시모가 구김 없이 대꾸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오네시모야! 네가 그렇게까지 깊은 생각을 하다니, 내가 한없이 기쁘구나.”

“뭘요. 이게 다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혹 제가 골로새에 가서 주인님께 죽임을 당하거나 이마에 화인이 찍힌다고 해도 저는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선생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잘못에 대한 책임을 감당하러 가겠습니다.”

“고맙구나! 그런데 빌레몬에게 갈 때에는 두기고랑 함께 가거라.”

“선생님! 저 혼자 가도 충분한데 굳이 두기고 형제님까지 수고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다. 두기고에게는 특별히 할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

“선생님! 제가 해도 되지 않습니까?”

“글쎄? 내가 빌레몬에게 편지 한 통을 보내려고 하는데, 두기고가 전달하면 좋겠구나.”

조용하던 빌레몬의 집안이 발칵 뒤집어졌다. 몇 년 전에 빌레몬의 거금을 훔쳐 달아났던 오네시모가 갑자기 나타났던 것이었다. 그래서 빌레몬의 식구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 채 대청 마루에 앉았고, 오네시모는 우두커니 있었으며, 그 옆에 에바브로 디도가 앉았다. 그리고 빌레몬의 모든 노예들은 대청에 모여 있었다. 그런데 지금 빌레몬 집의 공기는 썰렁했다. 누구도 함부로 말하지 못하고 쥐 죽은 듯 고요했고, 이따금씩 숨소리와 헛기침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러자 그 때, 에바브로 디도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고 먼저 말을 꺼냈다.

“빌레몬 형제님?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은혜와 평강이 있기를 바랍니다.”

“아, 예! 에바브로 사도님께서도 동일한 은혜와 평강이 있기를 바랍니다.”

빌레몬은 지금의 상황이 당혹하였지만 애써 태연한 척하며 에바브로 디도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어 보았다.

“으-음! 에바브로 사도님? 도대체 오네시모가 어떻게 사도님과 함께 저희 집에 오게 된 것입니까?”

“빌레몬 형제님! 제가 오네시모와 함께 와서 당황하셨죠. 궁금하신 게 아주 많을 겁니다. 하지만 바울 선생님께서 형제님께 직접 쓰신 편지를 보시면 모든 의문이 풀릴 겁니다.”

“아니, 바울 사도님께서 저한테 편지를 보내셨다고요? 그게 정말입니까?”

“물론이죠. 여기 바울 선생님의 편지가 있습니다.”

빌레몬은 얼른 에바브로 디도에게서 바울의 서신을 받아서 읽었다. 빌레몬은 바울의 서신을 읽는 동안 수없이 눈물을 흘렸고, 옆에 있었던 압비아와 아킵보도 눈물을 닦았다. 특히 바울이 오네시모를 ‘갇힌 자 중에서 낳은 아들 오네시모’라는 구절과 ‘나의 신복’이라고 한 구절에서 빌레몬은 자제력을 상실한 채 펑펑 울었다.

“바울 사도님께서 오네시모를 이처럼 사랑하는 줄 몰랐네. 난 오네시모가 날 배신하여 도망친 것을 괘씸하게 생각해서 지금껏 원망하고 저주했는데, 바울 사도님은 용서하시고 아들로 품어 주셨어. 그에 비하면 나야말로 죄인이었어.”

빌레몬은 바울의 서신을 보고 울면서 자신의 죄를 자백했다. 그러자 빌레몬의 아내인 압비아와 빌레몬의 아들인 아킵보는 왜 갑자기 빌레몬이 회개하고 우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바울의 서신을 함께 읽었다. 그 순간, 두 사람도 울면서 통곡하며 죄를 회개했다.

“나는 지금껏 골로새 교회에서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랑했던 죄인입니다.”

“나는 예수님의 참된 용사인 척하며 교만하게 살았던 죄인입니다.”

압비아는 빌레몬의 집에서 가정 교회를 세운 이래로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의 어머니로 대접하는 것에 도취하였던 것을 회개했고, 아킵보는 자신이 연약하지만 하나님께서 강하게 하신 것을 마치 자기가 강한 것처럼 하나님의 능력을 무시한 것에 대해 회개했다. 결국 바울의 서신은 빌레몬의 집에 회개 운동을 일으켰다. 한편 이 모습을 지켜 보던 에바브로 디도와 오네시모는 함께 껴안고 울면서 하나님을 찬양했다.

“할렐루야!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이후에 오네시모는 어떻게 되었을까? 빌레몬은 바울이 서신에서 권면했던 것처럼 오네시모를 종이 아닌 형제로 여겼다. 깨어진 관계는 예수님 안에서 완전히 회복되었고, 오네시모는 성실하게 빌레몬에게 충성했다. 그리고 전승에 의하면, 오네시모는 에베소 교회의 감독이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결국 오네시모는 예수님께서 바꾸지 못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초대교회의 귀중한 사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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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원 (221.159.203.67)
2022-06-14 23:06:52
오네시모가 불쌍한 고아에서 예수님의 자녀로, 일꾼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감동입니다. 우리를 돌보시는 예수님을 찬양합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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