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과 하나님의 사랑

구약성경을 전쟁으로 점철된 잔인한 드라마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랑의 하나님 이야기여야 할 성경이 사랑이 아니라 잔인한 전쟁의 피로 얼룩져 있다는 것입니다. 얼핏 보면 그리 생각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이는 마치 겉만 보고 수박은 파란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과 같고, 겉을 핥고는 수박 맛을 말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입니다. 수박의 가치는 겉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속에 있는 것인데, 그 속은 쪼개어 직접 보아야 그 색깔을 알 수 있고, 먹어 봐야 맛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구약에 전쟁 이야기가 많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전쟁이니 사랑의 행위라 할 수 없고 잔인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 사랑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있습니다. 아니 사랑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전쟁자체가 하나님의 인간사랑행위입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신데, 그 사랑은 인간사랑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인간을 사랑하시되 당신을 사랑으로 섬기는 사람만 사랑하십니다. 당신을 거역하고 멀리하는 사람에게는 진노하고 벌을 내리십니다. 구약의 전쟁은 그런 관점으로 봐야 합니다.

구약을 잔인한 전쟁으로 보는 것은 겉만 보고 수박을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수박을 쪼개어 속을 접한 뒤 그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하듯, 성경도 읽고 듣는다 해서 그로 하나님의 참 사랑까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체험적으로 알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라.”(요일4:16)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본질도 속성도 다 사랑이십니다. 성경은 구약도 신약도 모두 하나님의 그 사랑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이 지으신 천지를 역시 당신이 지으신 피조물 인간들에게 삶의 터전으로 주셨습니다. 그것도 낙원으로 살라고 주셨습니다. 사랑이셨습니다.

그러나 최초의 사람 아담과 하와 부부는 하나님의 말씀에 따르지 않는 죄를 지어 낙원으로 주신 세상을 고해로 살게 되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죄의 삯은 사망이라는 당신의 뜻이자 섭리에 따라 영멸의 지옥형벌에 빠지게 되자, 그에서 구하고자 당신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높고 높은 보좌로부터 내리시어 낮고 낮은 이 땅으로, 그것도 당신과 함께 조물주이신 외아들을 피조물인 인간의 아들, 사람의 아들로 하여 보내셨습니다.

그렇게 하여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의 아들, 그러니까 사람으로서 고해로서의 세상을 사시며 복음을 선포하고 전파하셨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저와 여러분의 죄까지 세상의 모든 죄를 다 지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습니다. 모두 그 자체가 사랑이셨습니다.

이 같은 그분께서 하신 사랑의 그 절정은 물론 십자가상의 죽음이셨습니다. 극한의 고통을 겪으며 숨을 거두신 죽음이었습니다. “엘리 엘리 나마 사박다니(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예수님께서 죽으시기 직전에 하신 말씀입니다. 극한의 고통으로 신음하듯 하신 말씀입니다. 그 고통은 손발에 박힌 대못으로 뼈가 부서지는 아픔에 의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무죄한 당신께서 지신 저와 여러분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죄의 그 죗값으로 아버지 하나님으로부터 버림받은 데에 따른 고통이었습니다. 한시적이긴 하지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도 못하고 ‘나의 하나님’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외면당한 데에 따른 아픔, 그것은 살이 뚫리고 뼈가 부서지는 아픔보다 더 큰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그렇게 죽으셨는데, 정작 우리는 하나님과의 영적 거리에서 얼마만한 아픔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까. 사람과의 관계에 묻혀 세상을 살다보니 하나님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줄도 모르고 나날을 보내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와 같은 우리를 하나님께서는 어떻게 보고 계실지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전지하시고 전능하실 뿐 아니라 감성 또한 풍부하고 예민하십니다. 당신의 자녀인 우리들의 언행심사 하나하나까지,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다 아시고 기뻐하시며 슬퍼하시기도 합니다.

당신의 외면으로, 삼위일체시니 둘이지만 한 몸이신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에 당신의 아픔도 아들의 그것에 못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들이 숨을 거둘 때 ‘땅이 진동하고 바위가 터’졌는데, 그분의 아픔의 몸부림이 그렇게 나타난 것입니다.

간음하다 끌려온 여자의 몰골

저는 예수님의 사랑을 생각할 때면 생각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간음하다가 끌려온 여인과 예수님이 만났던 장면입니다. 여인은 간음 현장을 들켜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에 의해 예수 앞으로 끌려 왔습니다. 끌고 온 자들의 목적은 예수를 고발하고자 함정을 만들기 위해서였지만, 저는 지금 그 자리에서 여인을 대하신 예수님에 대해서만 말씀드리려 합니다.

간음하고 있는 현장을 들켜 끌려 왔으니 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옷은 찢기도, 신발도 한 짝은 벗겨졌을지도 모릅니다. 예수께서는 그런 여자를 끌고 온 자들과 구경꾼들에게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셨습니다. 이에 ‘양심에 가책을 느’낀 사람들이 하나하나 모두 사라지고 여자만 남은 뒤였습니다. (요8:2-11 참조)

“여자여, 너를 고발하던 그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정죄한 자가 없느냐? 대답하되 주여, 없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요8:10-11)

여기에서의 ‘여자’는 다 아시는 대로 여성을 비하하는 호칭이 아닙니다. 여기에서의 ‘여자’에 해당하는 헬라어 ‘귀나이’(γύναι)는 여자를 비하여 부르는 비칭이 아니라 오히려 존칭입니다. 왕이 왕후를 부르거나 자기 아내를 사랑스럽게 부를 때 쓰는 호칭입니다.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고 행하신 첫 이적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어머니 마리아를 부를 때의 호칭도 이 ‘여자(귀나이)’(요:2:4)’였고, 공생애를 마치는 십자가상에서도 어머니를 그렇게 ‘여자(귀나이)’(요19:26)라고 부르셨습니다.

그런데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혀 와 꼴이 꼴이 아닌 몰골의 여자, 죽음이 촌각에 달려 있어 부들부들 떨고 있는, 수치심에 몸도 가눌 수 없는 여자를 ‘귀나이’라 부르다니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저는 그게 예수님의 사람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의 인간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장면에서 여인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제 버전으로 각색해 보면 이렇습니다.

“자매, 잘 가시오. 나도 죄를 묻지 않겠소. 가서 다시는 죄 같은 거 짓지 말고 잘 사시오.”

온화한 눈빛, 더없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씀하셨을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예수님은 사랑이십니다.

예수님께서 성경 신구약 전체를 관류하는 주류이시다 보니 구약에 관해 말씀드리는 중에도 자연스럽게 그분의 탄생으로 신약시대를 여신 그분에 대한 말씀도 나왔는데, 이제 다시 구약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등만 보여주신 인색한 사랑

구약은 장구하다는 말로도 설명이 안 될 정도로 길고 긴 역사를 담고 있는데, 그 긴 역사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데는 출애굽의 광야40년이 아닌가 합니다. 구약의 초점이 거기에 맞춰졌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어떻든 하나님께서도 선민 이스라엘 사랑을 말씀하실 때면 그에 대해 말씀하시곤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소중한 십계명까지도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하나님 여호와라”라는 말씀으로 시작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광야40년에는 하나님의 이스라엘 사랑이 그대로 나타나 있습니다. 낮에는 구름기둥, 밤에는 불기둥으로 인도하시는 선민 이스라엘의 장엄한 행진, 맛나와 메추라기로 먹이시고 홍해를 마른땅처럼 건너게 하신 일 등 모두가 천지의 주재이신 하나님이 아니고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사랑이십니다.

그 황급했던 출애굽이 시작됐던 어두운 밤의 ‘어린양의 피’, 그 피는 장대 위에 달린 놋뱀으로 연결되는데,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예표였습니다. 불뱀에 물렸을지라도 쳐다보기만 하면 죽지 않는 놋뱀은 믿기만 하면 구원을 받는 예수 그리스도의 예표였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이었습니다.

저는 예수님의 사랑을 생각할 때면 간음하다 끌려온 여인과의 장면이 생각나듯, 하나님의 사랑을 생각할 때면 생각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이 장면입니다.

하나님이 영광을 보여 주시라는 모세의 말에 그러겠다시며, 그러나 얼굴은 안 된다하십니다. 당신을 보고도 살 자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출33:18-20 참조) 그리고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보라, 내 곁에 한 장소가 있으니 너는 그 반석 위에 서라. 내 영광이 지나갈 때에 내가 너를 반석 틈에 두고 내가 지나도록 내 손으로 너를 덮었다가 손을 거두리니 네가 내 등을 볼 것이요 얼굴은 보지 못하리라.” (21-23)

어떻습니까. 모세를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이 놀랍지 않습니까. 본질적으로 죄인인 인간이 하나님을 본다는 것은 그분의 거룩하심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러고도 살아남을 자가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는 거절하지 않으시고 모세의 청을 들어 주셨습니다. 얼굴을 보면 당장 죽을 것이니 그러지 않을 정도로 등만 조금, 아주 조금 보여 주신 것입니다. 그것도 행여 조금이라도 더 보게 되어 죽을까봐 반석 위에 서라 하시고는 다시 반석 틈에 두시고는 손을 펴시어 그를 덮으심으로 만약의 위험을 이중삼중으로 차단하셨습니다.

얼마나 놀라온 사랑입니까. 안 된다 하시면 끝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도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물론 모세이기에 그러신 것이지만, 하나님의 사랑은 모세를 향하신 것이나 여러분과 저를 향하신 것이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 같으신 하나님을 자신의 안에 주인으로 모시고 철저한 종이 되어 사랑으로 섬기는 사람들입니다. 그것이 크리스천입니다. 능력이 무한하시고 그러니 모르시는 것이 없는, 우리 스스로는 희게도 검게도 할 수 없는 머리털 하나까지도 다 아실뿐 아니라 임의로 관리하시는 사랑의 하나님을 섬기는 우리가 크리스천입니다.

참된 인간 행복의 길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2“5).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하나님의 그 사랑의 마음을 품는 것이 우리 각 사람 안에 성삼위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시는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나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산 제물’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나 자신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산 제물로 드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안에 모시고 사는 하나님은 사랑이십니다. 간음하다 끌려온 여인을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따스하게 대하셨던 사랑, 모세에게 등만 보이셨던 사랑, 그 사랑의 하나님을 우리는 자신의 안에 모시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환언하면 우리는 자기 안의 그 사랑, 그분의 사랑으로 사는 사람이라는 말이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는 것이 자기를, 자기의 전존재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산 제물로 드리’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향기로 기쁘게 받으시는 거룩한 산제사로 드리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진짜 예배, 영적 예배로 드리는 삶이 되는 것입니다. 예배 지상주의로부터 탈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예배지상주의가 우리의 신앙을 망쳐 놓았다 할 수 있습니다. 식사기도 외의 다른 것은 비신자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면서도 주일이면 성경책 끼고 교회에 갔다 오는 것으로 자기는 기독교 신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나의 모든 것을 당신께 다 내놓으라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어떤 집이 됐건 하인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듯이 하나님의 종 된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고.(눅16:13 참조) 그런데 우리의 교회들과 그 안의 나는 어떻습니까. 말로는 하나님을 섬긴다 하면서 실은 하나님은 뒷전이고 맘몬의 종이 되어 그것을 섬기는 것이 아닙니까.

애굽에서 가나안까지 가는 출애굽에 40년이나 걸린 이유가 무엇입니까. 애굽 종살이 400여 년 동안 몸에 밴 종의 근성을 뽑아내고자 하는 하나님의 뜻이 아닙니까. 출애굽 노정의 거리는 약 640km라고 합니다. 그 거리를 출애굽의 그때처럼 남녀노소의 대 인원이 도보로 걷는다면 2-3개월쯤 걸린다고 하는 계산도 있습니다. 아무리 길게 걸린다 해도 6개월, 거기에다 더 늘리고 늘린다 해도 1년으로 족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의 노예근성을 제거하는 데 40년이나 걸린 것입니다.

이제 말씀을 맺겠습니다.

성경은 하나님과 인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하나님은 성경을 통해서만 알 수 있습니다. 거기에 하나님의 모든 것이 다 있습니다. 하나님의 본질, 속성을 아우르는 그분의 마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본질이며 속성이 전지전능이고 사랑입니다. 그리고 또 성경 거기에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가 있고, 하나님 앞에서 인간이 살아가야 할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곧 하나님의 뜻이고 섭리이며 인간은 그에 따라 살 때만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죽어 천당은 물론이고, 이 땅에서 하늘나라를 누리며 살게 되는 것입니다.

성경은 구약이고 신약이고 간에 모두가 이 같은 행복의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구약의 일견 잔인한 전쟁도, 신약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도 그 속살을 들여다보면 참된 행복이 거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