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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리지 않으면서도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김화순  |  givy4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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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4월 25일 (월) 00:09:00 [조회수 : 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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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엔데믹이다. 봇물 터지듯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생명이 번져가는 계절에 발맞추어 거리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곁을 스쳐가는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한결 가볍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만큼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또렷하게 확인시켜준 예가 있을까? 가족들이,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한 나라의 국민들이, 심지어 온 세계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연결되어 있음을 눈으로 확인했다. 재미있게도 이러한 초연결사회 속에서 획득한 삶의 지혜는 ‘거리두기’라는 사실이다.

인간관계는 적당한 거리를 찾아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상대방과 너무 가까워지려고 하면 열에 아홉은 깨지게 마련이다. 남녀관계는 물론이고, 가족, 친구, 동료, 직장에서의 관계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침해를 받지 않고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다.

구조적 가족치료의 창시자 미누친은 경계라는 개념으로 가족 구조를 설명한다. 경계라는 말이 구분을 강조하기 때문에 가까운 것은 나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누친은 친밀한 관계 속에서의 건강한 분화를 전제로 경계를 설정한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재산이 어디에서 어디까지인지 행정적으로 정해져 있고 이것이 분명해야 영역을 잘 지킬 수 있고, 이웃과도 명확한 관계가 설정되어야 잘 지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의 영역에 있어서도 경계는 개개인의 사고, 감정, 태도와 행동 등이 속하는 범위를 알게 해주며,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게 해준다. 경계가 분명한 사람은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잘 인식하고 수행할 수 있지만, 경계가 모호한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인식과 판단이 명확하지 않다. 

홍영택 교수는, 가족 관계란 사회의 어떤 관계들보다도 친밀하게 결속되어 있는 관계라고 정의하면서 피조물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의 관계를 가장 닮았다고 표현한다. 다만, 친밀한 관계가 의존적인 관계와 동일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면서 독립성이 결여된 의존성은 실제 관계에서 사랑의 실현을 가로막을 수 있음에 주의한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나의 욕구를 채워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의존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사랑의 실현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의존성을 극복해야 함을 강조한다. 

적절한 경계가 혼란스러워질 때, 관계는 건강한 기능을 잃게 되고 친밀성 자체가 오히려 위협을 받게 된다. 경계가 얼마나 분명한가 하는 것은 가족의 기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사용된다. 가족이 기능적인가 아니면 역기능적인가 하는 것은 구성원들 사이의 경계가 적절한가 아니면 부적절한가에 의해 평가된다. 경계가 적절하다는 것은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 기능적 분화가 적절히 이루어져 있어서 부부나 부모자녀 각자가 건강하게 기능하도록 돕고 있다는 뜻이다.

고슴도치들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한곳에 모여 체온을 나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상대방의 긴 가시에 찔려 물러나야 하고 더 멀어지고 만다. 기온이 계속 떨어지면 고슴도치들은 다시 온기를 나누기 위해 모이지만, 가시에 찔리는 통증을 참지 못하고 다시 거리를 두게 된다. 그렇게 모이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면서 고슴도치들은 가시에 찔리는 통증과 추위로 인한 고통을 번갈아 느낀다. 고슴도치들은 결국 서로 찔리지 않으면서도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찾는다.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 답답하고 숨이 막힐 것이다. 친한 사이라도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여 미리 충돌을 피하자. 예의를 지키며 상대방을 존중하자.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말고 적절한 경계를 유지할 때 사랑과 신뢰는 지켜질 수 있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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