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지옥 체험 간증〉해도 되는가?

기독교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천국과 지옥’을 보고 왔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이를테면 일반 교인들은 물론이고 목사와 신학 교수도 그와 같은 것을 체험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성경에 언급되어 있는 천국과 지옥에 대한 내용 외에, 어떤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체험한 ‘천국과 지옥에 대한 간증’이 과연 성경적으로 옳은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성경에 제시된 내용을 통해 그 진위를 가리는 것이 옳을 것이다.

고린도후서 12장 4절에 “사람이 그것을(천국 체험) 말하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헬라어원어성경)”고 했다. 여기서 ‘법에 어긋나는 것’은 ‘불법 행위’인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예수님)께서는 신구약성경 전체 가운데, 눅16:19-31에서 ‘부자와 나사로’의 이야기를 통해, 단 한 번 ‘지옥’이 어떤 곳인지를 보여주셨다. 여기 나오는 지옥은 고통이 존재하는 실재의 장소이다. 바로 이곳이 성경이 알려주는 지옥에 관한 실재 현황의 유일한 단 한 번의 정보이다. 그러므로 이 외의 지옥에 관한 실재 현황이나 정보는 성경에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들이 말하는 ‘천국과 지옥의 간증들’은 모두 다 성경과는 동떨어진 것들로써 비성경적이며 가짜들인 것이다.

그리고 성경에서 말하는 죽어서 가는 천국은, 고린도후서 12장 1-4절에 잘 나타나 있다. 여기서 사도 바울은 주님의 환상과 계시를 통해, 셋째 하늘에 있는 낙원, 곧 천국으로 이끌려 올라갔다고 했다. 바울은 거기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말을 들었다(고후12:4)’고 했다. 또 바울은 ‘세상을 떠나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빌1:23). 이처럼 성경에서, 예수님의 부활 승천 이후의 신약시대의 구원받은 성도들은 죽은 후에 셋째 하늘, 곧 천국으로 가게 된다는 말씀이다. 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성경에 기록된 말씀들을 통해 알아보자.

- 고린도후서 12장 4절을 올바로 번역한 성경들은 다음과 같다.

                                         - 다 음 -

(새한글신약성경, 2021년) 그 사람이 낙원으로 낚아채여 올라가서 입 밖에 낼 수 없는 거룩한 말을 들었습니다. 말하는 것이 사람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것들이었습니다.

(현대인의성경) 나는 낙원으로 이끌려 가서 도저히 표현할 수도 없고 또 누구에게도 알려서는 안 되는 말을 들었습니다.

(우리말성경) … 곧 사람이 말해서는 안 되는 것들입니다.

(현대어성경) … 그러나 그 내용 또한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도록 금지되어 있습니다.

(바른성경) … 곧 사람이 감히 말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표준새번역성경) … 사람이 말해서도 안 되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쉬운말성경) … 또 사람이 말해서도 안 되는 말들을 들었습니다

(쉬운성경) … 사람이 말해서도 안 되고 …

(가톨릭성경) … 그 말씀은 어떠한 인간에게도 누설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메시지성경) …그러나 그 내용 또한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도록 금지되어 있습니다.

(일본어성경) … 人が 口にするのを 許されない(사람이 말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중국어성경) … 那是人不可以說的(그것은 사람이 말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흠정역한글성경) 그가 낙원으로 채여 올라가서 말할 수 없는 말들을 들었는데 사람이 그것들을 말하는 것은 법에 어긋나느니라.

(흠정역영어성경) … which it is not lawful for a man to utter.(사람이 그것들을 말하는 것은 법에 어긋나는 것이다.)

(NASV미국표준역성경) … which a man is not permitted to speak.(사람이 말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NIV신국제역본 영어성경) … that man is not permitted to tell.(사람이 말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독일어루터성경) … welche kein Mensch sagen kann.(사람이 말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헬라어원어성경) … α ουκ εξον ανθρωπω λαλησαι(사람이 말하는 것은 법에 어긋나는 것이다.)

- 본문 말씀은, 사도 바울이 셋째 하늘에 있는 낙원인 천국에 갔다가 다시 지상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그 내용에 대해 아무에게도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다시 말해, 바울이 그 말을 하기에는, 그 내용이 너무나 신성한 것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알릴 수 없었다는 말이다. 위의 성경들은 ‘헬라어원어성경’을 바르게 번역하였다.

- 다음으로, 본문을 잘못 번역한 성경들은 다음과 같다.

                                             - 다 음 -

(한글개역성경) 그가 낙원으로 이끌려 가서 말할 수 없는 말을 들었으니 사람이 가히 이르지 못할 말이로다

(한글개역개정성경) 그가 낙원으로 이끌려 가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말을 들었으니 사람이 가히 이르지 못할 말이로다

(공동번역성서) 그는 낙원으로 붙들려 올라가서 사람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말을 들었습니다.

이 세 개의 한글 성경들은 앞의 성경들과는 달리, ‘천국(낙원) 체험의 발설 금지’에 관한 내용을 제대로 번역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대한성서공회에서 번역한 위의 3가지 성경들 가운데, 한글개역(개정)성경은 “사람이 가히(可히) 이르지 못할 말이로다”라고 번역했고, 공동번역성서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말을 들었다”는 괴상한 번역을 했다. 이런 번역들은 앞에서 언급한 여러 성경과 비교해 볼 때, 미흡하고 부적절한 번역임을 알 수 있다. 왜 이 성경들은 다른 성경들과는 달리 애매모호하게 번역했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게 된다. 당시 번역자들은 대부분 중국어성경과 일본어성경을 참고하여 번역했는데 이 성경들의 번역은 다음과 같다.

                                           - 다 음 -

(일본어성경) 彼は 樂園にまで 引き 上げられ(그는 낙원에 이끌려 올라가서)， 人が 口にするのを 許されない(사람이 말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言い 表しえない 言葉を 耳にしたのです(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말을 들었다).

(중국어성경) 他被提到樂園裡去(그는 낙원에 이끌려 가서)，聽見了難以言喻的話(말할 수 없는 말을 들었다)，那是人不可以說的(그것은 사람이 말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한글개역성경) 그가 낙원으로 이끌려 가서 말할 수 없는 말을 들었으니 사람이 가히 이르지 못할 말이로다

이처럼 일본어성경과 중국어성경도 “사람이 말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번역했다. 그러나 한글개역성경은 “사람이 가히 이르지 못할 말이로다”라고 애매모호하게 번역했다. 말하자면 “허용되지 않는다”로 번역하지 않고, “가히(可히) 이르지 못한다”고 했다. 여기서 ‘가히(可히)’는 부사로서, 우리말 사전에는 “어떠한 경우라도 모자람이 없이 충분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충분히 이르지 못할 말이로다”라는 뜻인데, 일반인들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냥 앞에서 제시한 여러 성경들처럼,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번역하면, 바로 이해가 되지 않는가.

그래서 대한성서공회의 다른 성경번역자들은 한글개역성경(1961년)과 공동번역성서(1977년)의 잘못된 번역을 인지하고, 1993년에 ‘표준새번역성경’을 발간하면서, 다음과 같이 수정 보완하였다.

                                         - 다 음 -

(표준새번역성경) 이 사람이 낙원에 이끌려 올라가서, 말로 표현할 수도 없고 사람이 말해서도 안 되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처럼 ‘표준새번역성경(1993년)’은 ‘발설금지’의 의미를 분명히 집어넣어 올바로 번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8년에 발간한 한글개역개정성경의 번역자들은 대한성서공회의 ‘표준새번역성경’을 무시하고, 어리석게도 1961년판 한글개역성경을 그대로 답습하여 “사람이 가히 이르지 못할 말이로다.”라고 번역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2021년 11월에 대한성서공회에서 새로 발간한 〈새한글신약성경〉은 다음과 같이 올바로 번역하였다.

                                           - 다 음 -

〈새한글신약성경〉 그 사람이 낙원으로 낚아채여 올라가서 입 밖에 낼 수 없는 거룩한 말을 들었습니다. 말하는 것이 사람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것들이었습니다.

이처럼 〈새한글신약성경〉은 “말하는 것이 사람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것들이었습니다.”라고 번역하면서, ‘발설금지’의 의미를 명확히 집어넣어, ‘표준새번역성경’과 같은 의미로 번역하였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한국 개신교회는 수십 년 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천국 지옥 체험 간증’ 이 수없이 난무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비성경적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유행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자들은 그 주된 원인 중에 하나가 성경을 제대로 번역하지 않고, 애매모호하게 번역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잘못 번역된 성경을 그대로 믿고 적용하는 것이 주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서두에 언급했듯이, 성경에서 금하고 있는 것을 행하는 것은 ‘불법 행위’이다. 따라서 이러한 ‘불법 행위’는 모두 다 ‘진짜’가 아닌 ‘가짜 행위’다. 사도 바울은 고후12:4에서 ‘천국 체험 간증’에 대해 “어떤 인간도 이러한 내용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므로 어느 누구에게 있어서도 ‘천국 체험 간증’은 ‘불법 행위’임이 분명하다.

한국 개신교의 99% 정도가 교회의 공적 집회에서 ‘한글개역(개정)성경’을 사용하고 있다. 이 성경들이 “사람이 가히 이르지 못할 말이로다”로 애매모호하게 번역된 것이, 천국과 지옥의 가짜 방문 체험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이 성경들이 (현대인의성경)처럼 “누구에게도 알려서는 안 된다”라고 번역했든지, (영어 성경들)처럼 “사람이 말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번역했든지, (가톨릭성경)처럼 “어떠한 인간에게도 누설해서는 안 된다”라고 번역했다면, 사람들이 함부로 ‘천국 지옥 체험 간증’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성경을 올바르고 제대로 번역하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중요한 구절을 옳게 번역하는 것은 더욱 더 중요한 일이다. 대한성서공회가 고린도후서 12장 4절을 애매모호하게 번역한 결과로 인해 나타난 폐해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그 폐해는 고스란히 그 성경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돌아갈 것이다. 대한성서공회는 ‘한글개역(개정)성경’의 이 구절을 옳게 수정 보완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언제까지나 ‘천국 지옥 체험 간증’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대한성서공회는 하루속히 이 구절을 수정 보완하여, 다시는 한국 개신교계에서 ‘천국 지옥 체험 간증’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권영문 / 전 경성대 교직원, 현 기독교 칼럼니스트 / 〈성경 번역과 해석 올바른 설교〉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