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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오, 감성이여!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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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3월 31일 (목) 01:10:43 [조회수 : 2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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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생명의 계절! 잠자던 생명체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피며 너도나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주까지 내린 빗방울은 기지개를 피던 생명체들에게 더욱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파란 새싹들이 머리 뿐만 아니라 몸체도 보이고 있다. 몸짓들이 작아서 그럴 뿐이지 모두가 조금씩 완성체로 나아가고 있음을 본다. 닭장 앞에 있는 산수유는 벌써 노란 꽃을 만개하였고, 개나리와 라일락도 꽃망울을 터트리기 일보직전이다. 마당의 꽃밭엔 상사화, 작약, 방울꽃, 금낭화, 무스카리, 백합 등 일제히 올라왔다. 음성은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꽃들이 서울은 강변을 따라 개나리가 샛노랗게 피어있었다. 이제 사월이면 벚꽃도 순차적으로 만개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명들이 앞다퉈 일어나는 계절에 나의 마음도 꽃바람 따라, 봄바람 따라 설레이고 싶다. 

개인적으로 봄을 아주 좋아했다. 사월 초순 나무들의 새순들이 노랗게 피어오를 때, 꽃망울이 막 피어나는 시절이 오면 나의 마음도 함께 부풀었다. 새 풀 옷을 입고, 꽃다발 가득 안고 찾아온 봄처녀처럼 봄이 오면 나도 님을 맞듯 새단장을 하며 설레는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또 꽃이 꽃망울을 틔워 활짝 피어오르듯이 내 마음도 부풀어 오르는 감성을 주최할 수 없었다. 그래서 봄날이 되면 그렇게 밖으로, 야외로, 저 멀리 동무와 함께 꽃구경을 떠났다. 같은 봄날이라도 사월이 유독 심했다. 그리고 그 심한 사월의 봄앓이는 딱 일주일면 거짓말처럼 씻은 듯이 나았다. 감기 몸살 마냥 순식간에 열이 올랐다 떨어졌다. 그런 기운에 일주일은 행복하기도 했고 씁쓸하기도 했다.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피어오르는 솜사탕 같은 감성에 아, 나의 가슴이 살아있음을 기뻐하면서도, 피었다 지는 인간의 감성이 고작 일주일도 채 넘기지 못하는 변덕에는 슬퍼했다. 떠나가는 감정을 붙잡으려 했지만 세상사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철칙은 여기서도 적용됐다. 그래서 한참 후에는 어차피 오는 것도, 가는 것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면 둘 다 즐기기로 마음을 바꾸어, 봄이 오면 마음을 채우기도 하고 비우기도 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더 좋은 곳에 있으면서도 그 감성이 잘 피어나지 않는다. 봄꽃처럼, 봄바람처럼 흔들리고 싶어도 잘 안된다. 돌짝 밭이 되어 그런가. 

요즘 농사 준비를 하느라 밭의 돌들을 주워내고 있다. 내가 농사짓는 땅은 돌이 아주 많은 밭이다. 수년 동안 밭갈이를 하며 돌들을 골라냈지만 지금도 밭을 갈면 크고 작은 돌들이 무수히 드러난다. 지난 주 밭을 갈기 전에 트랙터 날이 상할까봐 눈에 보이는 돌들이 치웠다. 거의 500평 되는 밭을 수레를 굴리며 오르고 내리면서 돌들을 골라냈다. 나중에는 하다하다 지쳐 작은 돌들은 포기했다. 대여섯 번 수레 가득 돌들을 골라내고 담장 곁에 쏟아냈다. 그 돌들로 무너진 뒷 담장을 보수했다. 시골집들은 집집마다 흙을 이겨 돌들로 담장을 쌓았는데 우리집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그 담장을 만든 저 많은 돌들이 어디서부터 왔을까 궁금했는데 일년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옛 사람들은 아마 농사를 지으면서 돌들이 나올 때마다 한 곳에 모아놓고 어른 손바닥 크기에 납작한 돌들만 선별하여 농한기에 하나씩 하나씩 밭의 흙을 이겨 쌓았을 것이다. 하루 아침에 이루기보다 돌들이 골라질 때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기도하듯 쌓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리 정교할 수가 없다. 어쩌면 품앗이로 마을 공동체가 함께 돌아가면서 쌓았을 수도 있다. 지난번 말한 적이 있는데, 작년에 소방차가 무너뜨린 흙 담장을 보수하였는데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가만히 옛 사람이 쌓은 것을 들여다보니 거의 예술에 가까웠다. 혼을 다한 작업이었다고 보았기에 거의 5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우리집 흙담장은 흔들림없이 이어왔다. 그런 작품이 현재 살고 있는 나로 인해 망가지고 있으니 안타깝고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클 뿐이다. 10여 년을 골라냈어도 밭은 돌들로 여전하다. 종종 그 돌들이 내 마음의 돌들이라 생각하고 골라낼 때가 있다. 하나 주우며 하나의 미움을, 하나 꺼내며 하나의 심술을.... 풀을 뽑든, 돌을 골라내든, 작물을 키우든 농사를 지으면 밭 뿐 아니라 내 마음의 밭도 경작되는 것을 경험한다. 이런식으로 하여 내 마음의 밭을 평탄하게 일구지 않겠는가. 밭이 부드러워지면 작물도 더 잘 살아나고 내 마음의 감성도 되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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