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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개오
(눅19:1-10)
여리고는 기원전 8천 년에 세워진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알려졌다. 여리고는 팔레스타인의 심장부에 위치하여 여러 나라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중요한 무역도시였다. 당시 여리고는 향유의 주원료인 발삼으로 유명했다. 또한 사해와 인접하고 있어 유황, 역청, 소금이 풍부했고, 꿀과 대추야자 열매가 많이 나는 곳으로, 경제적인 요충지였다. 여리고는 온화한 기후 덕분에 왕족들의 휴양지로 유명했고, 수영장, 정원, 목욕탕, 경마장, 극장을 갖춘 거대한 궁전이 있어 정치인들의 회합 장소였다. 한편 여리고는 수량이 풍부한 샘이 있어 푸른 녹지대가 많았다. 그래서 종려나무가 많이 있어 ‘종려의 성읍’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런데 예수님 당시 여리고에는 세리장 삭개오가 있었다. 이제부터 그의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한 남자가 밖에서 서성대며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때 어디선가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응애! 응애”
“후-유! 지 애미를 그렇게 애먹이더니만 이제야 태어났군.”
남자는 얼른 집안으로 들어가더니 산파들에게 물어 보았다.
“여보게? 아들인가? 딸인가?”
“축하드립니다. 아들입니다.”
“오-호! 아들이라! 하나님! 감사합니다.”
남자는 방금 태어난 아들을 번쩍 안고서 기뻐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수고하셨소. 몸은 괜찮소?
“전 괜찮아요. 전 당신의 아들을 낳아서 무엇보다도 기뻐요.”
“그런데 이름은 뭐라고 지으면 좋겠소.”
“당신이 생각한 이름이 있으면 지으세요.”
“으-음! 삭개오? 삭개오가 어떻소?”
“좋은데요. 순수하다, 깨끗하다, 순결하다는 뜻이잖아요. 삭개오라고 부르는 게 좋겠어요.”
“얼레리꼴레리! 삭개오는 난쟁이래요! 얼레리꼴레리!”
“얼레리꼴레리! 삭개오는 난쟁이래요! 얼레리꼴레리!”
“제발 놀리지 마! 난 난쟁이가 아니야!”
“삭개오? 너, 참 우습다. 지금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너처럼 쪼끄만 게 난쟁이지 누구보고 난쟁이라고 하겠니?”
“맞어. 난쟁이를 보고 난쟁이라고 하는 건데, 뭐가 틀렸냐?”
“하하하! 그러게 말야.”
그러자 삭개오는 어금니를 악 물고 강력하게 말했다.
“아냐! 난 분명히 난쟁이가 아니야!”
“병신 꼴값하고 자빠졌네. 저 키에 난쟁이가 아니라고 딱 잡아떼면 누가 믿겠니? 얘들아? 키 작은 사람을 보고 난쟁이라고 하는 거 맞지 않어?”
“그럼. 맞지.”
“난쟁이면서 아니라고 부득부득 우기는 꼴이 참 우습다. 그치?”
“그래.”
“얼레리꼴레리! 삭개오는 난쟁이래요! 얼레리꼴레리!”
“얼레리꼴레리! 삭개오는 난쟁이래요! 얼레리꼴레리!”
“엉엉엉!”
삭개오는 더 이상 대꾸할 힘도 없어 울면서 풀썩 주저 앉았다. 그러자 한참을 놀려대던 아이들은 삭개오가 더 이상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까 식상했던지 하나 둘씩 사라졌다. 그런데 오랫동안 흐느껴 울던 삭개오가 서서히 고개를 들며 뭔가를 결심한 듯 외쳤다.
“그래. 난 난쟁이다. 그래 어쩔래. 하지만 나를 놀린 놈들을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나를 무시했던 놈들이 반드시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싹싹 빌며 애원하도록 하겠어. 두고 봐!”
삭개오는 키가 작다고 무시하고 놀래대는 사람들이 밉고 원망스러워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난쟁이로서 현실은 쉬은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려면 그들보다 힘이 있어야 하는데, 특별히 삭개오는 뛰어난 것도 없었기에 뽀족한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삭개오는 세리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삭개오는 그냥 스쳐지나갔다. 왜냐하면 세리는 그 당시 동족의 고혈을 짜서 원수의 나라인 로마에 바치는 매국노라고 모든 유대인들이 싫어했다. 심지어 구걸하는 거지들도 세리가 주는 돈은 받지 않았다. 그래서 세리는 몸을 파는 창녀와 같은 죄인 취급을 했고, 주변에는 업무 때문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있을 뿐 누구도 세리와 식사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세리 앞에서는 굽신거리다가도 뒤에서는 철저하게 무시하고 조롱하였다. 그런데 삭개오가 여리고 장터에서 우연히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예예예! 부디 한 번만 봐 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으-험! 잘 알겠소. 내가 특별히 봐 줄 터이니, 내 은혜를 잊지 말거라.”
“그럼요. 제가 어찌 잊겠습니까?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삭개오는 평상시 세리를 죄인이라고 은근히 욕을 하면서 비난하던 사람이 세리 앞에서 쩔쩔매며 비굴하게 굽실거리는 것을 보았다. 삭개오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세리라는 직업에 새삼 매력을 느끼며 골몰했다.
“야! 이것 봐라! 세리가 저렇게 큰 힘이 있는 줄은 몰랐는 걸. 사람들이 세리에 대해서 별의별 욕을 다 하기에 별로 내끼지 않았는데, 그게 아니었잖어. 막상 세리 앞에서 꼼짝도 못하네. 으-음. 그렇다면 세리라는 직업은 비록 욕을 먹지만 누구도 세리를 무시할 수 없단 말이구나. 이거 세리라는 직업이 의외로 괜찮겠어.”
삭개오는 그동안 자기를 놀려대고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지만 딱히 뭔가를 할 게 없어 안달이 났었는데, 세리가 엄청난 힘이 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발견하곤 결심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세리가 되자! 세리가 되는 게 조금 부끄럽지만 어차피 난쟁이로 무시를 당하는 거나 세리로 무시를 당하기는 매한가지인데 뭐가 어때. 그러나 내가 세리가 되면 아무도 내게 찍소리 못할 거야. 두고 봐!”
삭개오는 결국 세리가 되었다. 삭개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을 하였다. 그러자 그의 성실한 태도 때문에 윗분들에게 인정을 받아 점점 직위가 올라갔고, 마침내 여리고에서 세리장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돈도 많이 벌게 되었고, 예쁜 아내까지 얻게 되었다. 그리하여 삭개오는 꿈을 이루었다. 그러나 집안에서는 반대가 무척 심했다.
“삭개오야? 그 많고 많은 직업 중에 왜 하필 세리가 뭐냐?”
“아버님! 세리가 뭐 어때서요? 모든 사람들이 제 앞에서 굽실거리는 게 좋지 않나요?”
“세리가 뭐가 좋냐? 앞에서는 쩔쩔매는 것처럼 보이지만 뒤에서 얼마나 욕하는 지, 알기나 아는 게냐?”
“그야 알죠. 그렇지만 어쨌든 세리라는 직함 때문에 사람들이 설설 기잖아요. 아버지는 제가 어려서부터 난쟁이라고 얼마나 수모를 당했는지 아시잖아요. 그러나 지금은 누구도 저보고 난쟁이라고 놀리지 못하잖아요. 왜 그러겠어요. 저는 여전히 키가 작아요. 하지만 제가 세리장이니까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세리로 사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마세요.”
“삭개오야! 그래도 나와 네 어미는 네가 태어날 때 순수하고 깨끗하게 살라고 삭개오라는 이름으로 지은 건데, 정작 네가 세리처럼 더러운 짓을 하면서 산다면 되겠니? 그러니 제발 세리를 그만 두거라.”
“아버님! 저는 싫어요. 세리를 포기할 수 없어요.”
“동족들에게 미움을 받아 평생 친구 한 명도 없이 쓸쓸하게 살 것이 뻔한데, 그래도 좋니?”
“예! 저는 괜찮아요.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전 다른 세리들처럼 동족들에게 심한 세금을 걷지 않아요.”
“그래. 내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세금을 많이 걷든 적게 걷든 누가 뭐래도 너는 세리다. 따라서 사람들은 네가 세리이기 때문에 결코 곱게 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 애비가 걱정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니?”
“후-유! 알겠어요. 알았으니 이제 그만 하세요. 저도 이젠 어린애가 아니예요.”
“그래. 알았다. 그만 하마.”
삭개오는 어려서부터 자기를 놀리고 괴롭혔던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굽신거리는 게 통쾌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의외로 심하자 주춤거렸다. 더군다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었고, 부족한 것이 없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허전함을 느끼면서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에 짖눌렸다. 불편한 것은 없는데 왠지 편하지 않았다. 부족한 것이 없는데도 무언가 아쉬었다. 이젠 아무도 자신을 보고 놀리지 못했다. 오히려 굽실거리며 비굴했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왜 이러는 걸까? 삭개오는 숱하게 묻고 물었다. 그러나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러자 삭개오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고, 그럴 때마다 마을 입구에 있는 뽕나무를 쳐다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난 세리가 된 후 부당하게 착취하거나 거드름을 피우지 않았는데도 내 주변에는 신기하게도 사람이 없어. 어려서는 항상 나를 난쟁이라고 놀리는 아이들이라도 많았지만 지금은 아쉬운 일 때문에 왔다가도 일이 끝나면 다시는 얼씬도 하지 않어. 비록 나는 죄인이지만 내 이름처럼 의롭게 살아서 사람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고 싶은데 오히려 손가락질만 당하고 있어. 더군다나 마음껏 성전에 가서 예물을 드리고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고 싶어도 주변의 눈총 때문에 성전에도 쉽게 방문하지도 못해. 아! 나는 이제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세리가 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나의 목마름은 점점 더 심해져 가니 미치겠어. 그러니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방법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던 어느 날, 여리고 지역을 발칵 뒤집어놓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보게들? 예수라는 사람이 여리고에 온다는 게 사실인가?”
“맞네. 지금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예수를 기다리고 있는데, 모르긴 몰라도 이제 거의 도착할 때가 되었을 걸세.”
“그런데 도대체 예수가 어떤 사람이길래 이 난리인가?”
“자네는 아직도 예수가 누군지 모르고 있었나? 요즘 세상 물정을 너무나 모르고 있었군. 예수로 말할 것 같으면, 각종 아픈 사람들을 고치고, 귀신들린 사람들의 귀신들을 쫓아내고, 심지어 죽었던 사람도 살리는 메시아라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서 설명하시는 데 어떤 랍비나 율법학자들보다 더 말씀을 잘 하셔.”
마침 삭개오가 지나던 길에 예수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히 귀동냥으로 들었다.
“예수가 정말 소문대로 대단한 사람일까?”
삭개오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메시아라고 했다가 속절없이 죽어갔다. 그래서 삭개오는 이번에도 스쳐지나가는 사람이겠거니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 속에 예수라는 이름이 여운을 남기고 사라지지 않았다.
“어-허! 이게 뭐지? 내 마음과 생각 속에 예수라는 이름이 메아리치는데 왜 그러지?”
그러나 삭개오는 마음의 소리를 무시하고 그냥 응접실에 앉았다. 그런데 그 때,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야! 예수님이 우리 마을에 오셨다!”
“와-우! 이게 웬일이니? 그 유명한 예수가 여기까지 오시다니, 온 동네에 아픈 사람들은 다 모이겠군.”
“그러게 말야. 그런데 벌써부터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고 해. ”
“그래. 그렇다면 괜히 이곳에서 어물쩍거리지 말고 우리도 서둘러 빨리 가 보세.”
삭개오는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뭔가 움찔거렸다. 그래서 똥 마른 강아지 마냥 서성거렸다.
“으-음! 나도 나가볼까? 아냐 내가 섣불리 나갔다가 예수가 괜히 허풍쟁이면 내 체면이 얼마나 우습겠어. 그렇지만 정말 소문대로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내 인생의 고민을 풀어줄 수 있지 않을까? 아-하!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군.”
삭개오는 예수에 대한 확신이 없어 주저주저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군중들은 더 많이 예수님 주변으로 모여들었고, 삭개오는 깊은 한 숨을 쉬었다.
“후-유!”
마침 그 때, 삭개오의 부인이 시원한 물을 가져 오면서 말했다.
“여보! 무슨 근심거리가 있나요?”
“아, 아니요. 별개 아니오.”
“그런데 왜 얼굴이 잔뜩 짜증난 모습인가요? 뭔지 말해 보세요.”
“그게 글쎄 말이오. 지금 여리고에 예수라는 사람이 왔는데, 하나님의 아들이라며 각종 병든 사람들을 고치고 문제 있는 사람들의 아픔을 해결해 준다고 마을 사람들이 모였소. 그런데 나도 가야 되나? 가지 말아야 되나? 판단이 서지 않아서 그렇소.”
“여보! 뭘 고민하세요. 제가 듣기론 예수라는 사람이 정말 대단하다고 소문이 자자해요. 그러니 당신이 그동안 아파하고 고민하는 것을 예수님께 말해 보세요. 분명히 고침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정말 그럴까?”
“그럼요. 더 늦기 전에 얼른 나가 보세요.”
“알겠소.”
삭개오는 더 이상 뭉그적거리지 않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아뿔쌰!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예수님 근처에는 도저히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그러자 삭개오는 미적미적대던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 포기하려고 했다. 삭개오는 세리장의 권력으로 자리를 비키라고 횡포를 부릴 수 있었다. 하지만 삭개오는 지위를 이용해서 예수님을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 삭개오는 비록 세리였지만 남한테 피해를 주는 나쁜 세리는 아니었다. 삭개오는 이름 그대로 여전히 순수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예수님을 뵐 수 없게 되자 삭개오는 힘없이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 때, 삭개오는 무심결에 무슨 고민이 있으면 항상 쳐다보았던 뽕나무(돌무화과나무)를 쳐다 보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하! 나는 키가 작아 예수님을 볼 수 없는데, 저 뽕나무는 마음껏 예수님을 볼 수 있어 좋겠구나!”
풀이 죽은 삭개오는 뽕나무를 부러워했다. 그런데 그 순간, 삭개오의 머리를 번쩍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자 삭개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혼잣말로 속삭였다.
“안 돼! 체면이 있지 내가 어떻게 저 뽕나무 위로 올라갈 수 있겠어. 아냐! 예수라는 사람을 통해 인생의 고민을 풀린다면 내가 뭐는 못하겠는가? 그까짓 거 뽕나무에 올라가서 예수님께 아픔을 해결해 달라고 간구해 보자.”
그래서 삭개오는 감히 예수님 앞으로 나갈 엄두도 없었지만 뽕나무 위로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마침 아무도 보는 사람은 없었다. 다행이다 싶어 안심하고 예수님께서 지나가실 즈음에 잽싸게 말을 해야지 하고 이제나저제나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많은 무리와 함께 예수님께서 동네 입구에 나타나셨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예수님을 환영하며 외쳤다.
“예수님! 어서 오십시오.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예수님! 제 아들의 병을 고쳐 주십시오.”
“예수님! 제 딸은 귀신들려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어서 귀신을 쫓아내 주십시오.”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예수님께 이런저런 부탁을 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지나가시다가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시하고 갑자기 걸음을 멈추시더니, 뽕나무 위에 있던 삭개오를 향햐여 외치셨다.
“삭개오야? 빨리 이리로 내려 오너라!”
“예-옛? 저요? 어떻게 제 이름을 아셨죠?”
“나는 네가 태중에 있기도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삭개오야? 오늘 나는 다른 곳보다 먼저 네 집에 가고 싶구나.”
“아이쿠! 예수님? 말도 안 돼요. 제 집은 세리라서 그 누구도 함부로 오지 않는 곳이예요. 저희 집은 사람들이 식사는커녕 말도 섞지 않는 죄인의 집입니다. 그런데 어찌 이런 누추한 곳에 오시겠다고 하십니까?”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지만 병든 사람들에게는 필요하듯, 나는 의인이 아닌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어서 내려 와서 너희 집으로 가자.”
“예! 예수님! 알겠습니다.”
삭개오는 급히 내려와 즐거워하며 집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큰 소리로 아내를 불렀다.
“여보? 세상에서 제일 귀한 손님이 우리 집으로 오고 계셔. 서둘러 살찐 양을 잡고, 고운 가루로 빵을 만들고,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시오.”
삭개오의 아내는 뒤뚱뒤뚱거리며 달려오는 삭개오의 표정과 말투를 보고 알았다는 듯이 대꾸했다.
“여보! 정성껏 준비할 터이니 당신은 조심해서 손님을 모시고 오세요.”
“알았소.”
삭개오는 엄청나게 신났다. 그동안 누구도 선뜻 자신의 집에 찾아온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자신의 집에 오셨다. 그래서 삭개오는 어떻게 예수님을 영접해야할 지를 잘 몰랐다. 하지만 삭개오의 아내가 삭개오의 기대에 부응하여 열심히 음식을 차려서 예수님을 극진히 대접했다. 그러나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군거렸다.
“저 예수는 여기가 세리의 집인 줄 모르는가?”
“글쎄 말일세. 세리가 죄인인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텐데, 어찌 죄인과 함께 식사를 한단 말인가? 말도 안 되네.”
“더군다나 삭개오는 이 지역의 세리장이 아닌가?”
“그러게 말야. 저 나쁜 놈하고 어떻게 천연덕스럽게 밥을 먹을 수 있지?”
그런데 예수님은 주위에서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고 음식을 맛있게 드셨다. 그러자 삭개오는 예수님의 모습에 더욱 감동을 받아 예수님께 고백했다.
“나 같은 죄인을 이처럼 사랑하시니 고맙습니다. 예수님! 보시옵소서. 제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겠으며, 혹시 남의 것을 속여 빼앗은 것이 있다면 당장 네 갑절이나 갚겠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가만히 식사를 하시다가 씨-익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그래. 삭개오야! 참 기특하구나. 내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결단하다니, 너는 네 이름대로 깨끗한 사람이구나. 내가 오늘 너에게 축복을 주겠노라.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도다. 삭개오도 이제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었음을 선포하노라.”
“예-옛! 예수님! 저는 세리요, 죄인입니다. 어찌 제가 감히 아브라함의 자손이 될 수 있겠습니까? 제가 구원을 받을 수 있다니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삭개오야! 너는 이미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보였구나. 따라서 너는 구원 받는 백성이 되었도다. 하나님께서는 스스로 죄인임을 깨닫는 사람, 겸손한 사람을 찾으신다. 나는 바로 하나님께서 찾는 사람, 잃어버린 사람을 찾아 구원하려 온 것이다.”
삭개오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엎드려 예수님께 감사하며 하나님께 경배를 드렸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 같은 죄인을 구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한편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삭개오는 예수님을 만난 후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여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고, 예수님께서 십자가 처형을 당하자 세리장의 직함을 버렸다고 한다. 또한 베드로의 동역자로서 가이사랴의 감독으로 봉사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그리고 삭개오가 갑자기 사라지는 날에는 뽕나무 밑에서 발견되곤 했다. 오늘도 삭개오는 뽕나무에서 예수님을 만났던 기억을 더듬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예수님!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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