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입력 : 2005년 07월 27일 (수) 00:00:00 [조회수 : 3739] |
|
“철수야, 자나?”
“안 잔다. 들어 와.”
“옥상에 올라 가자. 막콜하고 오징어 튀김 가져 왔다.”
둘은 옥상의 회전목마에 앉았다. 닦새들은 검정고시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을 터이고 아직도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엄마가 퇴근을 하는 남아 있는 유아와 꼬마들도 놀다가 잠을 자고 있었기에 옥상은 조용하였다.
“묵자, 요새 쉴 틈이 없어 힘들제.”
“십자가를 진 자가 힘든다는 말을 하면 거리의 사람들이 웃어.”
“실제로 십자가를 지고 사형장인 골고다 언덕을 오르시던 주님도 지쳐 시몬이라는 구레네 사람이 대신 메고 갔다 아이가. 쉴 줄도 알아야 한데이.”
맞는 말이다. 진정한 쉼의 의미를 모르는 자는 진정한 삶의 의미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꿈도 꾸지 못했던 엄청난 일이 자신에게 주어졌기에 일년 반 동안 한적한 낚시터에서 팔을 베고 하늘을 본적이 한번도 없었던 철수였다.
“야~. 이 콜라 맛 좋네.”
“사막을 가져 오려다 콜라에 막걸리를 탄 막콜을 가져 왔어. 한 병 남은 것은 진짜 콜라니까 ‘누가 맛있어요’라고 물어보면 줄려고 가져 왔데이.”
“그런데 이 막걸리는 맛이 특이한 것 같아.”
“양조장 손자라 귀신같이 아네. 이것은 교회에서 담근 쌀막걸리다.”
“교회에서? 어느 교파의 교회인데….”
“달맞이 교파.”
용준은 대답을 하면서 싱긋이 웃는 것은, 친구 따라 강남에 왔다가 놀이터마저 출입금지를 당하고 마누라 얼굴만 쳐다보는 전쟁이 끝난 폭격기 신세가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 교회에서 막걸리도 만들어?”
“이것은 특급비밀이데이. 장모님이 만드는 짜장에는 적은 양의 쌀막걸리가 들어 가야 기찬 라합짜장면이 되는기라. 저기 장독들에서 약간 키가 큰 놈이 쌀막걸리 통이다. 너도 마누라가 바가지를 끓으면 사이다를 절반을 타서 마시래이. 참! 니는 마누라 없제. 오늘 내 정신이 오락가락한데이.”
철수는 용준이가 아내의 바가지 소리를 피해 옥상으로 피신을 한 것을 직감할 수가 있었다.
“바람 피우다 들켰나 보지.”
“폭격기는 친구 덕분에 고철이 되었으나 모락모락 피우는 모닥불 연기 때문이데이.”
“너, 카톨릭 신부님들이 모닥불을 손에 들고 성경을 뒤적이는 사진을 본 적이 없어?”
“와~, 그런 사진도 있나? 허긴 카톨릭에서는 장가를 못 가는 신부님들이 술과 담배를 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내 체질에는 그 쪽이 맞을 것 같네. 목사에서 신부로 편입은 안되나?”
외로워 하는 친구에게 핀잔보다 위로의 말을 주었는데 편입이라는 색다른 표현을 한다. 실현될 수도 있는 일이나 실제로는 남북한 통일처럼 힘이 드는 일이었다.
“집에서 마누라가 바가지를 끓으면 어떻게 하지?”
“돌아누워 첫 사랑을 생각을 하거나 모닥불 용돈을 주던 미국간 누나를 생각을 한다.”
“참! 누나는 잘 계시지?”
“간 지 얼마 되지를 않아 새 환경에 적응을 한다고 편지 쓸 틈도 없다더라. 특히 삼돌 할머니를 전도하러 오는 한국교회 할머니들의 뒤통수에 소금을 뿌리기에 소금을 쓸다가 시간이 다 지내 버린다고 하네.”
둘은 무릎을 치며 크게 웃는다. 한국사람이 김치를 잊지 못하듯 자신의 종교를 바꾼다는 것은 힘든 일 중의 하나인 것이다.
“이제 교회도 자리를 잡아 가니 니도 장가를 가야지 대화가 실감이 있제. 검은 장갑 낀 여자 있나?”
“아직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 단지 미아리에 십자가를 세우는 일에 골몰해 있어. 너는 다른 계획은 없어?”
“부산의 엄마는 형이 잘 모시니 걱정이 없고 장모님은 처남이 나함짜장집이 번성을 하고 있고 제과점은 마누라에게 제일 적합한 장사야. 나는 앞으로 제과학원을 운영하고 싶데이. 한 2년 뒤에 일본에서 6개월 정도 교육을 받고 올 생각이다.”
언젠가 친구가 6개월 정도 떠나 있는다는 말에 철수는 갑자기 외로움을 느꼈다.
“너 죄 좀 지어 줘. 기도는 내가 할게.”
“알았다. 내가 콜라에 막걸리 담아 오께. 망 잘 봐라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수박 훔치기에 앞장 선 철수는 콜라를 들고 앉아서 기도하고 용준은 빈 병을 들고 장독으로 가고 있었다. 앞으로 10년이 더 흘러도 이들의 우정은 변하지 않으리라.
따뜻한 이불 속이 연탄을 더 넣어 뜨거워 지나 문 틈으로 찬 바람이 들어 오는 것 같다. 춘원은 엄마 젖가슴인줄 알고 힘차게 영이의 가슴을 더듬는다. 낮에 문리대 여대생들끼리 배구 시합을 하다 넘어지면서 땅에 힘차게 부디친 엉덩이가 아파오며 숨이 차기에 살며시 눈을 떠 보았다.
“영선아! 사랑해!”
영이의 눈 앞에는 독한 술 냄새를 풍기며 거친 숨을 쉬며 누구를 부르며 자신의 덮치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아주 가까이 보였는데, 방에 불은 다 커졌으나, 창문으로 들어온 달빛으로 그 남자는 전 의원임을 알 수가 있었다. 뿌리치려고 자신의 손을 찾았으나 의외로 영이의 두 손은 남자의 등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고함을 지르고 싶었으나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이대로 당할 수가 없다는 생각에 정신과 힘을 모으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고 춘원이 침대 위에서 자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바닥에서 잠자리 채에 걸려든 벌레처럼 꿈틀댈 뿐이다.
자신의 욕망을 다 채운 수토끼는 달님에게 벌거벗은 엉덩이를 보이며 춘원이 자고 있는 침대로 기어 올라가 덜렁 누워 코를 곤다. 밑에서 숨을 죽이며 당하고 있던 암토끼는 조심스럽게 모든 것을 살피기 시작을 하면서 젖통을 다 드러내고 목까지 올라온 브래지어를 아래로 내려 가슴을 가렸다. 발가벗겨진 아랫도리를 가릴 팬츠를 찾기 위해 어두운 방바닥을 더듬었는데 다행히 자신의 발 밑에 버려진 것을 찾을 수 있었다.
팬츠만 입은 채 바지를 들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마루로 나가 욕탕에 간 영이는 불도 켜지 않고 작은 대야에 소리가 나지 않게 물을 받아선 천천히 아랫도리를 씻었다. 아직도 통증과 뜨거움이 남아 있는 아랫도리를 씻고 있는데, 근처 교회에서 새벽 기도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린다. 아마 새벽 5시가 되어가나 보다. 영이는 오늘따라 교회 종소리를 더 가까이 듣고 싶고 찬 공기를 쐬며 어지러운 상황을 정리하고자 현관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갔더니 키퍼가 반갑게 뛰어 오는 것이다.
의자에 앉아 키퍼를 꼭 껴안아 주었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의 날씨는 차가웠지만 키퍼의 털은 솜이불처럼 따뜻했고 자신이 겪어야 했던 일을 아는지 애처로운 눈으로 영이를 바라보는 것이다. 깊은 밤의 추운 날씨에 돌아가며 의자에 홀로 앉아 고민을 하는 식구들로 키퍼에게도 오늘은 이상한 날인 것이다.
“키퍼야, 난 어떻게 해야 하지? 술이 만취된 선배가 나를 죽은 춘원 엄마로 착각한 일을 나는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지? 못된 여자처럼 세상 모르고 자는 선배에게 찬 물을 끼 얹고 항의를 할까? 잘못을 천하에 드러내어 창피를 줄까? 돈이나 듬뿍 받아내 돈방석에 앉아 볼까? 너 같으면 어떻게 하겠니?”
영이의 독백에 영이의 품에 머리를 안긴 키퍼는 이해한다는 듯이 큰 눈만 껌벅거리고 있었다. 들어오는 밤손님은 자신의 몫이지만 집안의 밤손님은 밍키 몫인데 너무 온실에만 살아서 철이 없어 졌는지…, 아무튼 오늘 밤은 안팎으로 평온치 못한 날인 것 같다.
“키퍼야, 난 선배님이나 춘원이, 강원이, 너와 밍키가 행복하게 살기를 원해. 이 집은 달맞이꽃 틈에서 자란 나를 백합처럼 대해준 고마운 가정이야. 선배님이 정신을 잃도록 술이 취한 것도 춘원 엄마의 교통사고도 배고픈 우리 민족이 배고픔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의 과정에서 생긴 일들이야. 나는 세상에서 손가락질 받는 직업인 다리를 벌리며 먹고 사는 이모들 틈에서 사랑을 받고 자랐고 그들이 번 돈으로 공부도 한 여자야.
그러나 어머니의 부정은 보지 않고 자랐기에 서울에서 너도 만나게 되었어. 춘원이와 강원은 어머니의 죽음을 본 애들이야. 이제 아버지의 부정까지 보게 되면 너무 불쌍한 애들이 될 것 같아. 얼마 전에 철수 전도사님이 하나님은 사람의 흉측한 죄를 덮어 주시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땅에서 죽게 내 버려 두셨대. 그래! 나도 이 가정을 위해 모든 것을 덮어 버리면 아무도 모르겠지. 울고 싶어도 이 집에선 울어선 안돼.”
어두운 하늘에는 반쪽의 얼굴만 지닌 달을 위로하듯 별들이 더욱 반짝이는 것 같았다. 달을 보는 동네에서 엄마와 족자 그리고 고양이는 내가 이런 일을 당한 줄도 모르고 잘 자고 있을 것이다. 그래, 세상에선 모르면 바보처럼 살아야 하지만 모르는 것이 똑똑하게 사는 지도 몰라. 무엇을 아는가, 무엇을 모르는가, 왜 알아야 하나, 왜 몰라야 하나?”
영이는 얼른 집 안으로 들어가 상 위에 차려진 음식 중에 한 접시를 내어와 키퍼에게 먹이고 일층의 전 의원 침실로 향했다. 다행이 문은 잠겨 있지 않았기에 2층으로 올라 가면서 어둠 속에서 거리 측정을 한다. 얌전한 고양이지만 온실에서 자란 고양이가 아니라 천한 곳에서 자라도 당당하게 일어선 지혜로운 고양이 영이의 모습이다.
발소리를 죽여 춘원의 방에 오니 밍키가 꿈틀거리다 다시 춘원의 품 속으로 들어 가고 전 의원은 코를 낮게 골며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것이다. 우선 전 의원의 팬츠를 입혀야 한다. 겨우 삼각팬츠를 찾아 두 다리를 끼우고 무릎까지는 전진을 하였으나 더 이상 올릴 수가 없었기에 포기를 하였다.
춘원에게는 영이가 자란 환경을 보아서는 안 된다. 내가 춘원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랑은 이 일을 덮어 버리는 것이다. 나는 지금 살인자다. 나를 겁탈하려는 남자를 칼로 찌르고 증거를 없애기 위해 은밀하게 움직여야 하는 범인인 것이다. 냉정하고 침착해야 한다. 크게 심호흡을 한 후에 겨우 전 의원을 들쳐 업은 모습을 춘원의 품에서 자던 밍키가 이상한 듯이 바라 본다. 춘원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일단 이 방을 나가야 하며 강원의 눈을 피해 계단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무거운 사람이 위에서 나를 오랫동안 누르고 있었는데 내가 숨이 막혀 죽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 발걸음을 멈추는 것은 벼랑에 매달린 자가 줄을 놓아버리는 것과 같다. 비지땀을 흘리며 천천히 한 걸음씩 전진을 하였다. 계단을 내려가는 것이 힘들었으나 전 의원이 잘 밀착을 해 주었고 계단걸이를 의지하여 겨우 내려 와서는 미리 조금 열어 둔 전 의원 방문을 몸으로 닫고는 침대를 향해 몸을 던졌다. 둘은 한꺼번에 침대에 쓰려졌다. 탈진 상태인 영이는 그냥 쉬고 싶었으나 이곳은 자신이 있어야 하는 곳은 아닌 것이다. 전 의원은 아직도 춘원 엄마와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사람이 아무 생각도 없이 자고 있는 상태가 행복이요, 천국인지도 모르나 이 땅에서는 반드시 깨어 일어나야 한다.
다시 춘원의 방에 와서는 전 의원의 옷들을 챙겨 일층으로 내려 오면서 등에는 아무도 없었으나 무겁기는 마찬가지이다. 옷들을 책상의 의자에 잘 놓고는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 하반신이 노출된 선배의 몸을 이불로 가려 주었다. 미운 선배로 변했지만 혼자서 웅크리고 자는 모습은 애처롭게 보였다.
숨을 돌리며 계단을 오른 영이는 강원의 방문을 살며시 열고 곤하게 자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춘원도 밍키를 꼭 껴안는 채 새근거리며 잘 자고 있었다. 방 바닥에 선배와 씨름을 한 흔적을 어둠 속에 닦아내는 영이의 눈에는 비로서 눈물이 떨어진다. 눈물로 쓴 편지라 아니라 눈물로 청소를 하는 것이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 동안 행복했던 분위기를 위안을 삼았다. 다행히 방바닥이 비닐 장판이 깔려 있어 흔적을 지우기는 쉬웠으나 몇 번이고 문질렀다.
“키퍼야! 집 잘 지켜.”
새벽 길을 따라 나서려는 키퍼를 겨우 떼어 놓고 어깨에 손가방과 손에 보따리를 든 영이는 나 홀로 집으로 향 했다. 보따리를 들고 새벽길을 걷는 여자는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여인인 것이다. 어둠이 지나면 새벽은 오는 것이다. 이 어둠 속에서 일어난 일은 어둠 속에 묻어 버리자. 나 자신이 묻어 버리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희조의 집에서 자고 온 일은 여러 번 있었지만 오늘의 외박은 어찌 두려운 생각이 들어 큰 길에서 나 홀로 집의 위 골목을 택하여 돌아서 집 앞에 이르렀다. 골목 입구의 작은 구멍가게에 양부모 다 돌아가시고 몸이 아픈 할머니와 동생들과 사는 고 1인 손녀가 골목을 쓸고 있는 것이다. 키는 작아도 복스러운 얼굴을 한 명이는 ‘언니가 첫 손님인 날에는 장사가 잘 된다’는 말을 기억하며 구멍가게로 간다.
“명이야, 소주 한 병하고 사이다 한 병 줘.”
명이는 반가운 얼굴을 하면서도 새벽부터 술을 사러 온 영이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다.
“주인 집 아저씨가 오셨기에 해장술을 선물 하려고 해. 할머니 몸은 많이 좋아지셨어?”
“매일 마찬가지예요. 참! 언니, 금방 두부와 어묵을 받았으니 한 모 가져 가세요. 주인집 아저씨는 어묵과 두부를 좋아 하시거든요.”
연탄 불이 거의 죽어가고 있어 급히 번개탄으로 살리고 석유곤로에 어묵과 두부를 썰어 안주 장만을 하였다. 영이가 안주 장만을 해 보기는 생전 처음이다. 오늘은 별다른 짓을 다 해 보는 날인 것이다. 자갈치 시장의 길거리 오뎅집처럼 두부에 초장을 듬뿍 얹어 조그만 접시에 담아 본다. 처녀의 흔적과 남자의 흔적이 묻은 작은 보따리를 곁에 두고 취해보기로 작정한 것이다. 내가 취해봐야 취한 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있는 것이다.
소주 삼분의 일을 마시고 두 손을 뒤로 받쳐 천정을 보니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이다. 천정이 돈다고 죽은 아내와 나를 구별을 못하나? 다시 삼분의 일을 마신다. 사이다를 다 마셨는데도 갈증이 나 찬 물을 가져오기 위해 일어서려는데 몸이 말을 듣지를 않는다. 앉아서 손을 뻗쳐 문고리를 잡으러 했으나 문고리는 웃으며 자꾸만 뒷걸음을 치더니 영영 달아나 버리며 영이도 정신을 잃고 이불 위에 누워 버린다.
“조선생은 아침이나 먹고 가지 않고….”
아주머니는 간 밤에 술이 취한 전 의원을 위해 대구탕을 식탁에 놓으며 애석해 한다.
“선생님은 어제 내 곁에서 누워 책을 보던데 언제 가셨나요?”
“응, 새벽 6시에 간다고 쪽지를 남겼어.”
전 의원은 해장 국물을 입에 넣다 토할 번 하여 숟갈을 내려 놓았다.
“뜨거우세요?”
“아 아닙니다. 속이 좀 거북해서…. 저, 좀 더 자다가 출근을 할 터이니 사무실에 전화 걸어 주시고 아이들 잘 챙겨 주세요.”
아이들의 인사를 받고는 자신의 방에 온 전 의원은 침대에 앉아 남들이 권하지 않으면 피우지도 않는 담배에 불을 붙여 깊게 빨아 당긴다. 자신이 틀림없이 어제 춘원의 방으로 갔는데…, 그 방에 후배가 자고 있었단 말인가. 그럼 밤의 아내 꿈은 현실이었단 말인가? 아침에 자신의 아랫도리가 발가벗었고 이상한 마른 물질들의 정체는… 전 의원은 담배를 문 채로 침대에 누워 버렸다.
<노아가 농업을 시작하여 포도 나무를 심었더니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여 그 장막 안에서 벌거벗은지라> (창9:21)
“이제 세상의 조상 노아가 자리를 잡고 수확물인 포도주를 마시고 일어난 사건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 저의 숙제였습니다. 제 착실한 남편이 퇴근 길에 술만 먹으면 전봇대에 옷을 걸고 그 아래서 안방처럼 편안하게 잔다는 사실은 청량리 사람들은 다 알 것입니다.”
노아에 대한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최미란 자매의 말에 모두들 동감을 한다는 웃음을 보내는 것은 이들이 직접 보았고 직접 업어 집까지 데려준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제 남편이 총각 때부터 술고래라고 생각을 하시던데, 정반대로 술을 한 잔도 먹지를 못했습니다. 저의 아버님이 술을 좋아하시기에 저도 분위기를 위해선 조금 마시는 편이나 제 남편은 신혼여행 때 사이다만 마시고 첫날 밤을 지냈고 신혼여행에 돌아와서는 처갓집에서 인사를 드리고 하룻밤을 자는 날, 장인이 권하는 맥주 한 잔을 거절한 사위라 뺨을 맞고 우리는 쫓겨 날 정도였습니다.”
처녀가 애를 배도 할 말이 있다는 말처럼 미란자매의 새로운 속 이야기를 듣는 성도들은 긴장이 되기 시작을 했다.
“사위 사랑은 장모인지라 저의 어머님이 술을 먹을 수 있는 체질로 바꾸어 준다는 한약을 복용한 후로 생긴 이상한 증세입니다.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절대 술주정을 하지 않으나 동네 전봇대만 보면 안방으로 착각을 하는 것입니다. 돌팔이 한의사가 전봇대 나무를 약재로 쓴 모양입니다.”
전봇대로 이빨을 쑤신다는 말은 들어 보았지만 한약재로 쓴다는 말은 생전 처음 듣기에 웃음꽃이 핀다.
“성경의 해설에서 ‘술’에 대한 문제는 한국에서는 상당히 신중을 기하는 편 같습니다. 포도주와 독주에 대한 히브리어 해석을 정확하게 하여야 하는데 술 자체를 죄악시 하는 우리 한국교회의 주장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술이란 물이 귀한 지역에서 음료역할을 하는 포도즙을 아껴둔 것이 포도주로 변해서 생긴 물질이죠. 제사의식에 술이 들어가는 이유는 귀한 음식이므로 하나님께 바쳐지는 것입니다. 술은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취하게 되면 도리어 활력을 빼앗기는 수가 생기죠. 그래서 성경에서는 취하지 말며 상대방을 취하게 하는 행위도 죄라고 하는 것 같아요. 귀한 음식이므로 절제를 요구 합니다. 술에 대해 절제할 줄 모르는 사람은 아예 포기를 해야 하며 술에 대해 죄악시 하는 교회 풍토는 성도들을 수도원에 가두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 합니다.
기독교인들 중에 세상을 살아 가면서 성경에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셨기에 술을 금한다는 태도는 자신의 행위로 의를 삼으려는 바리새인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술좌석에서 상대방이 나에게 술을 권하면 ‘나는 술을 먹으면 절제할 줄 모르는 약한 인간이기에 이해 해 달라’는 남편의 표현이 옳은 것 같아요. 하도 술 때문에 고생을 해서 서론이 너무 긴 점 용서를 해 주십시오.”
여자가 남편의 술버릇에 대해 변호를 하며 성경적인 처방까지 이야기를 하자 남자 성도들이 큰 박수를 보내어 준다. 남편의 술버릇에 눈물을 흘려보지 않은 여성이 드물기 때문이다.
<가나안의 아비 함이 그 아비의 하체를 보고
밖으로 나가서 두 형제에게 고하매 셈과 야벳이 옷을 취하여 자기들의 어깨에 메고 뒷걸음쳐 들어가서 아비의 하체에 덮었으며 그들이 얼굴을 돌이키고
그 아비의 하체를 보지 아니하였더라> (창9:22~23)
“주해서에 하체 ‘에르와’는 성기를 가리킨다. 함이 범죄 한 것은 성기를 단순히 본 것이 아니라 충동적으로 또는 욕망적으로 응시한 것이였으며 부친의 부끄러움을 밖으로 노출 시킨 행위이었다. 타인의 잘못을 노출시킴이 얼마나 큰 잘못이었던 가는 그 다음절들이 설명해 준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마치 이 모습은 흡사 이조시대 때 며느리가 시부모님들의 밥상을 들고 안방에 들고 올 때나 나갈 때 엉덩이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뒷걸음 치는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그리고 ‘가나안의 아비 함’이란 표현은 손자 가나안이 할아버지의 벌거벗은 하체를 보고 아버지 함에게 이야기 한 것으로 추측이 되는데 이 사건은 노아의 홍수 이후에 제법 시간이 흐른 후에 생겼다는 말이 됩니다. 손자 가나안은 하와를 미혹한 뱀의 역할을 하며 그의 아버지 함은 하와에 해당하는 역할을 합니다. 즉 ‘죄의 전갗를 보여 줍니다. 셈과 야벳의 아버지의 허물을 덮어 드리는 행위는 사도 바울이 로마서에서 강론하는 ‘하나님의 의’에 해당하는 행동입니다. 단 둘은 연합하라는 말씀을 잘 보아야 합니다. 성경의 초반은 전설의 고향 같은 분위기나 메시야 탄생을 위한 장대한 전주곡임을 보지 못하면 길을 잃습니다.”
<가나안은 저주를 받아 그 형제의 종들의 종이 되기를 원하노라 또 가로되 셈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 가나안은 셈의 종이 되고 하나님은 야벳을 창대케 하사 셈의 장막에 거하게 하시고 가나안은 그의 종이 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창9:25)
“자신이 술에 취해 실수를 한 노아의 입에서 예언이 터져 나옵니다. 함 집안에 대한 노아의 저주는 여호수아 시대에 가나안 족속은 셈족인 이스라엘인들에 의해 비천한 종의 형태로 전략되었고(수 9:23) 나머지는 솔로몬 시대에 완전 정복 당했습니다.(왕상9:20~21) 그 후 가나안족의 원래 거주지의 일부인 베니게 지역이 야벳 족속인 페르시아 인들과 마게도냐인들 및 로마인 등에 의해 철저히 정복 당하였습니다. 그러나 고대사에 보면 함민족이 먼저 문화를 이루는 역사를 볼 수가 있습니다.
이 저주는 가나안 한 민족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함 집안 전체에 대한 저주인데 한번의 실수로 언제까지 이 저주 속에 함의 집안은 살아야 합니까? 우리가 성경을 통해서 깨달아야 하는 점은 아브람이 가나안 땅으로 보내지는 이유를 알아야 합니다. 아비의 허물을 보고 고자질한 형제 즉 가나안 민족의 구원이라는 사실입니다.
개척시대의 미국은 목화 따는 노동자의 부족으로 아프리카 흑인을 인신매매하면서 이 노아의 저주를 핑계 삼아 자신들의 죄를 정당화 했을지도 모르며 하루에도 수많은 어린 생명이 배고픔과 병으로 죽어가는 아프리카의 검은 피부를 가진 인종들의 비극을 보며, 간혹 성도들은 ‘아비의 흉을 보더니, 꼴 좋다’라고 생각 하는 분도 있을 것 입니다.”
<누가 내 모친이며 내 동생들이냐 하시고 손을 내밀어 제자들을 가리켜 가라사대 나의 모친과
나의 동생들을 보라 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모친이니라
하시더라> (마 12:46~50)
“노아의 축복대로 셈의 후손 중에서 그리스도가 나셨고 야벳족속은 사도 바울에 의해 복음을 전파 받은 후 헬라와 로마를 걸쳐서 최근에 유럽과 미주에 이르기까지 인류사상 가장 큰 풍요를 누린 백성들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말씀을 선언하는 순간 함족속의 저주는 풀린 것입니다. 아직도 예수님의 이 말씀을 이해치 못하고 백인우월주의를 주장해온 유럽의 기독교국가들, 미국의 일부 백인우월 주의자들은 노아의 함에 대한 저주는 사라졌음을 똑바로 인식 하여야 하겠습니다.
요한계시록에도 새 나라 새 땅에는 유다지파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12지파가 다 있습니다. 교파가 다르다고 형제가 아니라는 생각, 이웃이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고 형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버립시다. 혈연이나 지연, 학연에 얽매어 속 좁게 사는 사람이 되지 말고 믿음의 사람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는 신앙으로 소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랑을 베푸는 라합 성도가 됩시다.”
------------------------------------------------------
영이가 처녀성을 잃는 장면의 묘사가 저에겐 너무나 힘들었기에 도망을 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기독소설이 아니면 마광수 교수도 감탄 할 정도의 솜씨가 나오겠으나 개광수답게 처신을 해야죠. 연속되는 약간의 음란한 묘사들이 나오는데 독자들이 이해를 해 주시리라 생각 합니다. 부끄러움이 있어야 새로움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제가 영이의 치마끈을 풀었으나 예수님의 피로 씻은 새 치마를 입혀 철수를 맞을 새로운 준비를 하여야 하겠습니다. |
|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
 |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3179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