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정치의 죽음,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2016

검사 출신의 윤석열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다. 앞으로의 5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에게 표를 준 사람들조차 사실 그가 잘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소수인 것 같고, 단지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일을 한다거나 혹은 극대화 하는 일을 방해하지 않으리라는 기대에서 그에 표를 준 사람들이 많고, 또한 이념적 정치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그에게 표를 준 것처럼 보인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상황을 미국의 트럼프로 시작된 강한 남자들의 시대에 빗대어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냉전시대의 양강의 위치를 그리워하는 푸틴, 오스만제국의 영광을 추구하는 터키의 에르도안, 세계의 중심을 자처하던 중국의 영광을 확대하려는 시진핑, 일본 다음의 아시아 선진국 시절을 잊지 못하는 필리핀의 두테르테 등이 비슷한 부류들인데, 이제 한국이 그런 시류에 편승한 것이다.

대통령 윤석열의 시대가 완전히 트럼프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겠으나 트럼프를 연구하면 윤석열이 걸어갈 길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고, 정치적으로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신인이나 진배없고, 준비 면에서는 거의 대통령직을 수행할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그를 지지한 사람들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의 책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에 의하면 트럼프는 악마를 죽이지 못했기 때문에 등장한 악마의 변호인이다. 악마는 말로는 차별 반대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차별을 일상화 한 체제인데, 여기에 1980년대부터 등장한 미국의 정치적인 올바름의 과잉이 있다는 것이다.

“양당제 민주주의?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는 펩시콜라와 코카콜라의 차이와 다를 게 없다며 코웃음 치는 미국인이 많다. 진짜 문제는 ‘엘리트 대 비(非)엘리트’의 구도인데, 정치라는 건 출세한 엘리트들 간의 밥그릇 싸움에 지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라고 미국의 정치현실에 대해 진단한 저자는 “트럼프가 정치를 죽인 게 아니며 정치의 죽음이라는 잿더미에서 태어난 피닉스, 즉 불사조와 같다”고 평가한다.

트럼프를 지지한 유권자들은 그의 말이 허풍이며 그의 철면피적 성격을 모르지 않고, 아니 충분히 파악하고 있으며 결코 멍청하지 않지만. 부패한 정치계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다시 트럼프의 선거 구호대로 ‘다시 위대한 나라’가 되지 않을까? 라는 일말의 기대 속에서 말이다. 저자는 이러한 염증과 형수가 겹치며 독재에 가까운 통치자가 나온다는 것이다.

저자는 트럼프 열풍이 가져온 역설 혹은 유익한 점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트럼프는 미국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종을 울렸다며 그로 인해 미국인들은 지금까지 숨겨온 것들과 맞닥뜨려야만 했다는 것이다. 점잖게 가려졌던 인종주의와 은밀한 차별이 드러나면서 오히려 미국의 토대가 된 포용원칙을 재천명 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한국은 트럼프 현상에서 자유로운가를 물었다. 저자는 기득권 체제에 대한 집단적 좌절, 이 점에서 트럼프 현상은 바다 건너 먼 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며 트럼프는 미국에 있었지만, 트럼프 현상은 어디에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저자의 경고가 현실이 되는 것을 우리는 이번 대선을 통해서 확인했다. 윤석열을 지지한 사람들과 대통령 윤석열이 만들어 갈 대한민국의 5년이 사뭇 기대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한국의 트럼프의 등장을 예고했던 저자의 통찰력을 통해 앞으로의 5년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에 대한 지혜와 처세의 길을 얻을 수 있다면, 혐오와 혼돈의 트럼피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가 위로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태하 목사(보문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