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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중왕》 (The King of Kings, 1927)
이진경  |  jinkyung.le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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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3월 14일 (월) 22:24:46
최종편집 : 2022년 03월 14일 (월) 22:31:16 [조회수 : 2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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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중왕》 (The King of Kings, 1927)

이진경 목사의 영화일기

사순절을 맞아 예수님의 생애와 사역을 다룬 영화들을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지금까지 제작된 예수님에 대한 수많은 영화들을 분류해본다면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성경에 묘사된 예수님의 이야기를 성경 그대로 재현하고자 하는 영화들이고, 다른 하나는 예수님의 이야기를 시대정신에 맞추어 적극적으로 각색하고 재해석한 영화들이다. 첫 번째 경우라고 해서 각색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첫 번째 경우에 속하는 영화들은 이야기의 진행을 위한 최소한의 각색만을 가미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두 번째에 속하는 영화들은 시대의 이슈에 맞추어 성경에는 없는 사건들을 상상력으로 첨가하기도 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모티프만을 가져와 그 현대적 의미를 재해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처음으로 제작된 예수 그리스도 영화는 무엇일까? 예수님에 관한 영화의 역사는 할리우드 영화의 역사와 거의 궤를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라는 매체가 상업시장에 등장한 꽤 이른 시기에, 말하자면 할리우드의 최초 영화들에 해당하는 영화들 속에도 예수님에 대한 영화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1927년에 제작된 세실 B. 데밀 감독의 《왕중왕》이다.

1927년이면 지금으로부터 거의 백 년 전의 영화다. 시대는 당연히 흑백 무성영화의 시대, 이 무성영화의 시대에 당대의 명감독 세실 B. 데밀은 예수님의 일생에 대한, 당시로서는 엄청난 규모의 영화를 제작했다. 《십계》, 《삼손과 데릴라》, 《지상최대의 쇼》 등의 유명한 영화들을 만든 세실 B. 드밀 감독은 예수님에 관한 영화를 만들면서 특이하게도 예수님의 생애에 대한 객관적 기술을 넘어 철저하게 신앙적이며 영적인 영화를 만들려고 시도했다. 감독은 영화를 설명하는 처음 자막에서 본인이 만드는 영화의 의도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그는 자막을 통하여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 그리스도 지상명령을 소개하며 이 영화가 이 위대한 명령의 거룩한 한 부분을 담당했으면 좋겠다고까지 말한다. 이토록 신앙적이며 영적인 영화를 만들려 했던 감독의 열정은 영화를 만드는 배우들을 선택하는 데까지 미쳤다. 거룩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감독은 출연배우들과 계약할 당시 계약서에 배우들이 5년간 도박과 유흥 등 비성경적인 행동들을 금지하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했다고 한다.

당시로서는 할리우드 최고 수준의 물량이 투입된 영화인 《왕중왕》은 기술적인 면에서도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들을 보여준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놀라게 되는 점은 영화의 처음 장면이 흑백이 아니라 색체를 띄며 진행된다는 사실이다.이러한 영화의 컬러는 영화 후반부 예수께서 부활하시는 장면에서도 다시 등장한다. 컬러영화가 없던 시절에 어떻게 이런 컬러영화가 가능했을까? 비결은 당시 필름 자체에 색을 부여하는 기술의 적용이었다. 그러니까 카메라가 아니라 필름에 작업을 한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할리우드 최초의 영화들에 예수님의 일생에 대한 대작 영화가 들어있다는 사실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성격도 다시 한 번 가늠하게 해준다. 미국은 아직도 대통령 취임식에서 새로 선출된 대통령이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하는 나라다. 지금이야 이 행동이 그저 상징적인 행위에 그칠지 모르지만, 또한 미국 정부가 내리는 결정들이 신앙적 동기에서라고 보기에는 지극히 어려운 경우도 태반이지만, 미국이라는 국가가 신앙에 바탕을 두고 출발한 나라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수많은 성경의 이야기들을 거대 자본이 투입된 상업영화로 만들면서도 흥행을 염려하지 않아도 될 만큼 과거의 미국은 신앙이 국민들의 삶과 정서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던 나라였던 것이다. 신앙의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 영화 자체도 신앙적으로 만들어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처음 영화, 흑백의 고색창연한 빛깔 속에 신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왕중왕》은 사순절과도 잘 어울리는 영화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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