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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성서 동화 - 시므온
류호정  |  hjgh12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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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년 03월 14일 (월) 00:42:23
최종편집 : 2022년 03월 14일 (월) 00:42:43 [조회수 : 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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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므온
(눅2:25-35)

 “아-하! 왜 이리 소식이 늦을까?”
 어둠이 짙게 깔린 장막 밖에서 한 유대인 남자가 안절부절하지 못하며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 때 장막 안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응애!”
 “오! 이제야 태어났구나!”
 유대인 남자는 긴장이 풀린 듯 의자에 덜썩 앉았다. 그 때 산파가 환하게 웃으면서 나타나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아들입니다.”
 “아들이라고요?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희 부부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군요.”
 “그럼요. 이십 년을 기다렸던 아이랍니다.”
 “그렇군요. 하나님으로부터 귀한 선물을 받으셨군요.” 
 “그런데 산모는 괜찮습니까?”
 “예, 아주 건강하십니다.”
 “그런데 아기의 이름은 정하셨나요?”
 “물론이죠. 시므온이라고 지었습니다. 들음이라는 뜻이지요.”
 “시므온, 들음이라, 으-음! 참 좋은 이름이네요.”

 시므온은 세 살이 되어 어머니의 젖을 떼기 전까지는 어머니의 품 안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자랐다. 어머니는 날마다 베겟머리에서 말씀을 읽어주었고, 그러면 시므온은 곧잘 옹알거렸다. 시므온이 더듬더듬 말하기 시작할 즈음에 시므온은 무엇보다도 말씀에 대해 빠른 반응을 보였다. 
 “하나님!”
 “하나님!”
 “유월절의 어린 양!”
 “유월절의 어린 양!”
 시므온은 어머니가 읽어주면 또박또박 앵무새처럼 대답했다.   
 “어머나! 얘 좀 봐! 어쩌면 이렇게 똑똑하지.”
 “글쎄 말이야. 똘망똘망하게 말하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장차 큰 율법학자가 되겠는걸.”
 시므온은 어머니와 같은 여자들의 전용 공간에 있는 여느 아기들보다 단연코 뛰어났다. 그래서 여인네들은 시므온을 서로 안아보려고 안달했고, 시므온에게 말을 시켜 대답을 들을 때마다 신나게 웃었다. 
 “출애굽!”
 “출애굽!”
 “메시야!”
 “메시야!”  
 “어머어머! 세 살짜리가 저렇게 재잘재잘 말대꾸하는 것을 봐.”
 “신기하네. 하여간 이 집안에 인물 났군. 인물 났어.”
 “호호호!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라고 했는데, 시므온이 꼭 그 꼴일세.”
 “자, 잔말하지 말고 시므온의 부모는 우리한테 한 턱을 내야 돼요.”
 “그러시죠. 그까짓것 집의 기둥을 뽑아서라도 대접을 하죠.”
 “하하하하!” 

 시므온은 무럭무럭 자랐다. 시므온은 말씀 공부하는 것이 너무나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시므온은 5세부터 9세까지 토라라고 불리는 모세오경을 공부하였고, 10세부터 12세까지 미쉬나라고 하는 구전 율법을 공부했다. 그리고 드디어 13세의 성인식의 날이 다가왔다. 시므온은 누구보다도 성인식을 기다렸다. 왜냐하면 성인식 이후에는 전문적으로 탈무드를 공부하는 고등교육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므온은 랍비 과정교육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촉망받는 소수의 아이들만 선발되었기에 랍비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시므온은 랍비 선발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시므온의 부모님은 그때마다 두려워하는 시므온을 응원했다.  
 “시므온! 너무 걱정하지 마라.”  
 “그래. 네가 뽑히지 않으면 누가 뽑히겠니? 그러니까 염려하지 말고 담대하게 시험을 봐라.”
 시므온은 열심히 언어를 배웠고, 모세오경과 선지서를 암송했으며, 탈무드를 공부했다. 그리고 드디어 1차 랍비선발 이론 시험을 보았다. 그 결과 시므온은 랍비 선발과정에 뽑혔다. 
 “아버님! 어머님! 제가 랍비 과정에 뽑혔어요.”
 “오! 시므온! 자랑스런 내 아들!”
 “시므온! 그동안 수고했구나!”
 “뭘요, 다 부모님의 기도 덕분이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은혜죠.”

  하지만 랍비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랍비가 되려면 이론 시험뿐만 아니라 실기 시험도 통과해야 했다. 랍비 훈련생은 기존의 랍비를 따라 다니면서 높은 수준의 지식과 도덕적 수준을 유지해야 했다. 무엇보다도 랍비를 따라다니다 보면 생업을 돌볼 수 없기 때문에 경제적인 후원이 없으면 계속 랍비 교육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시므온은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모든 실기 과정도 무사히 통과되어 정식 랍비가 되었다. 
 “아버님! 어머님! 제가 드디어 랍비가 되었어요.”
 “오! 시므온! 훌륭하구나!”
 “그 동안 고생 많이 했다. 이제부터는 더 엄격하고 경건한 사람이 되어야 한단다.”
 “그럼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죠.”

 세월이 흘러 시므온은 지역 사회에서 존경을 받는 랍비가 되었다. 그는 매일 눈코 틀 새 없이 바쁜 일과를 보냈다. 할례식을 거행하고 아기의 몸에 칼을 대고 실로 꿰매는 일, 분쟁이 일어날 때에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공평과 정직으로 판결내는 일, 결혼식에서 주례도 서고, 장례식도 치러야 했다. 심지어 상점을 열 때에 종교적인 문제와 이웃 상점과의 관계에서 불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상담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나고그(회당)로 하루 세 번씩 기도하러 찾아오는 유대인들을 위하여 회당을 잘 관리하고, 예배 때 설교를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시므온은 매우 분주했다. 그러나 시므온은 결코 피곤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느 날 불현 듯 하나님의 음성을 분명히 들었기 때문이었다.  
 “시므온? 너는 메시아를 보기 전에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하나님! 제가 죽기 전에 메시아를 본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
 어디선가 들려왔던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율법과 선지서를 암송했던 시므온은 자신이 “메시아를 생전에 반드시 볼 것이다”라는 말씀에 가슴이 설레면서 더욱 경건한 사람으로 살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면서 날마다 메시아를 기다렸다. 
 “하나님! 하나님의 말씀대로 주의 종이 죽기 전에 꼭 메시아를 뵐 수 있는 영광을 주옵소서. 아멘.”

 그러나 시간이 흘러 강산이 수없이 바뀌었지만 메시아는 아직 오지 않았다. 시므온은 나이가 들어 랍비의 업무를 은퇴하고 이제는 성전에서 살다시피 했다. 하지만 언제 오실지 모르는 메시아를 기다리느랴 지친 시므온은 푸념을 했다.
 “휴-우! 오늘은 과연 메시아가 오시는 걸까? 이러다가 또 헛걸음을 치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
 시므온은 어깨가 축 처진 상태에서 성전에 갈까 말까 망설였다. 때마다 날씨도 비바람이 몰아쳤다. 그러자 주춤거리는 시므온의 모습을 지켜보던 시므온의 아내가 다가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시므온? 왜 이렇게 약해졌죠? 내가 알고 있는 당신은 쉽게 실망하거나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남들은 1년에 몇 번 성전에 가지만, 당신은 매일 성전에 나가 말씀을 읽고 기도하며 메시아를 기다렸잖아요. 그동안 그렇게 의롭고 경건하게 살았던 당신이 지금 당장 메시아가 오시지 않는다고 성전에 가는 것을 그만 둘 작정인가요?”
 “아니, 아니오.”
 시므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시므온은 아내의 따끔한 충고에 헤이해졌던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면 어서 성전으로 가세요. 언젠가는 반드시 메시아가 오실 거예요. 하나님의 말씀은 지금껏 틀린 적이 없었잖아요. 그러니 실망하지 말고 오늘도 성전에서 말씀을 읽고 기도하다가 오세요.”
 “여보! 미안하오. 내가 잠깐 엉뚱한 생각을 했구료. 고맙소. 다시는 오늘처럼 나약한 소리를 하지 않겠소. ‘너는 메시아를 보기 전에 죽지 아니하리라’ 라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다시는 잊지 않겠소. 설사 내가 오늘 죽더라도 성전에서 메시아를 기다리다가 죽을 것이오.”
 “시므온! 참 잘 생각했어요. 당신이 이처럼 애타게 메시아를 기다리는 데, 반드시 당신은 메시아를 만나 뵐 수 있을 거예요.”
 시므온은 찌뿌둥한 몸과 마음을 훌훌 털고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면서 서둘러 성전을 향하여 찬양하며 걸어갔다. 
 “찬양하라! 내 영혼아, 찬양하라! 내 영혼아!”  

 그런데 시므온은 오늘 따라 이상하리만큼 가슴이 두근거렸고, 그 어느 때보다 성령의 뜨거움이 강하게 느껴졌다.
 “어-허! 이 느낌은 뭐지? 왜 이렇게 가슴이 벅찬 거야?”
 시므온은 사뭇 달라진 감정과 생각 때문에 고개를 꺄우뚱하면서, 다윗이 성전에 올라갈 때 불렀던 시편으로 하나님을 더욱 찬양했다.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림보다 내 영혼이 주를 더 기다리나니, 참으로 파수꾼의 아침을 기다림보다 더하도다.”
 성전에 도착한 시므온은 여느 때처럼 하나님께 기도하며, 율법과 선지자의 말씀을 묵상했다. 특히 아하스 왕 시절, 유다가 위기에 빠졌을 때, 이사야를 통해 위로와 희망을 주셨던 말씀을 집중적으로 떠올렸다.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그런데 그 순간, 성전의 문이 활짝 열리면서 한 줄기 빛이 찬란하게 비춰졌다. 눈이 부셔서 잠시 눈을 감았던 시므온은 어리둥절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지?”
 그러나 그 때, 어떤 부부가 한 아기를 안고 성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시므온은 겨우 눈을 뜨고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당황했다. 그리고 시므온은 얼떨결에 포대기에 쌓여 있는 그 아기와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아기가 자신을 보고 방긋 웃었다. 그러자 시므온은 벼락을 맞은 듯, 온몸을 부르르 떨며 덜썩 주저 앉았다. 
 “아-하! 저 아기가 바로 메시아다!”
 요셉과 마리아는 아기 예수가 태어난 지 팔 일만에 할례를 위해 성전에 온 것이었다. 그러나 시므온은 학수고대했던 메시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아기 예수께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마리아의 품에 있는 아기 예수를 두 팔로 번쩍 안아 들고 하나님을 찬양했다. 
 “하나님! 하나님께서 제가 죽기 전에 메시아를 볼 수 있다고 하셨는데, 드디어 오늘이래서야 메시아를 뵙게 되었어요. 그러니 이제 종은 평안히 눈을 감아도 좋사옵니다. 하나님! 너무나 고맙습니다.”   
 그러자 요셉과 마리아는 아기 예수를 자신의 품에서 빼앗아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메시아라고 외치는 시므온의 행동을 어안이 벙벙한 상태에서 지켜보다가 말했다.
 “여보시오? 댁은 누구시오? 누구길래 우리 예수를 보고 뜬금없이 메시아라고 하는 거요?”
 “우리 아기를 이리 돌려 주세요.” 하지만 시므온은 요셉과 마리아의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평생 메시아만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메시아를 만났는데, 그 감격에 빠져 무슨 소리가 들리겠는가? 오히려 시므온은 넋나간 사람처럼 계속 주절주절 떠들었다. 
 “하나님의 메시아를 제 눈으로 보게 하시고, 모든 백성을 위해 아기 예수를 보내 주시니 참 고맙습니다. 아기 예수는 백성들을 인도하는 빛이 되고, 큰 영광이 될 것입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시므온이 미친 사람인줄 알았다. 그래서 혹시나 아기 예수를 해코지할까봐 겁이 덜컥 났었다. 하지만 시므온이 아기 예수를 두고 하는 말을 듣고선 기뻐했다.
 “요셉? 이 사람도 아기 예수가 메시아인 줄 아는 것 같아요.”
 “으-음! 그렇군.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우리가 성전에 들어오자마자 아기 예수를 보고 메시아라고 할 수 있겠소. 하여간 이 사람은 오랫동안 메시아를 기다린 듯하구료.”
 “이보세요? 이제 당신이 왜 그러는지 알았으니까 그만 아기 예수를 돌려주세요.”
 “아! 예, 그러죠.”
 시므온은 아기 예수를 보느랴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요셉과 마리아가 친절하게 말하자 그때서야 자신이 요셉과 마리아에게 실례를 범한 것을 깨닫고 정중하게 사과했다.
 “아이고! 제가 큰 실수를 했군요. 사전에 설명도 없이 갑자기 아기 예수를 빼앗아 죄송합니다. 저는 예루살렘에 사는 시므온이라는 사람입니다. 성령께서 죽기 전에 메시아를 볼 수 있을 거라는 말씀을 주셔서 지금까지 메시아를 기다렸지요. 그런데 오늘에서야 메시아 되신 아기 예수를 만나서 너무나 기쁜 나머지 두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미안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아, 아닙니다. 아기 예수를 이처럼 높게 평가해 주셔서 오히려 저희가 더 고맙습니다.”
 “저의 당돌한 행동에 대해 너그럽게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괜찮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괜찮다고 말하고, 시므온은 고맙다고 하며, 서로 머리 숙여 인사하기 바뻤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아기 예수는 뭔지 알고 있는 듯, 방긋 웃었다. 그리고 헤어질 즈음에 시므온은 요셉과 마리아에게 부탁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여러분을 위해 기도해 주어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저희 가족을 위해 축복해 주세요.”
 그래서 시므온은 성경에 나오는 모든 축복의 문장을 동원하여 멋진 축복 기도를 했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시므온은 성령의 강한 이끄심에 따라 마리아에게 아기 예수에 대한 계시를 선포하였다.
 “이 아기는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많은 사람을 넘어뜨리기도 하고, 일으키기도 하실 분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사람들로부터 고통을 받기도 하실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로 인하여 사람들의 감추어진 마음 속 생각들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마리아는 시므온의 말을 마음에 새겼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각자의 갈 길을 갔다. 

 한편 시므온은 오랫동안 성경을 묵상하며 기다렸던 메시아를 만나자 몸이 공중에 붕 뜬 것 같았다. 더군다나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성전에 가고 싶지 않아 요령을 피우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 때 아내가 충고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야 물론 메시아를 만날 수 없었을 거였다. 그러자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후-유! 아내의 말을 듣기 잘 했지. 만약에 귀찮다고 집에 있었다면 아기 예수를 뵐 수 없었을 거야.” 
 시므온은 메시아를 뵈었다는 이야기를 제일 먼저 아내에게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서둘러 집으로 갔다.
 “여보? 내가 드디어 메시아를 오늘에서야 만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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