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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보다
두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도란도안 더 의초로울 때 있다
두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라.
-나태주의 시 '혼자서.1'
나는 나태주 시인에 대해서
별로 아는 바가 없다.
일년전 쯤 카카오톡에 띄운
내가 좋아하는 시를 받아본
LA 에 살고 있는 J 여자 후배의
'저는 나태주 시인의 시밖에 좋아하는
시가 없어요.' 하는 댓글을 받고 저의기
놀랐다.
J 후배가 요즘 세상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인터넷 시대 사람들은 시에는 관심이 없다.
시를 읽지도 않는다.
시의 독자들의 숫다보다 시인의 숫자가
더 많은 세상이 요즘 세상이다.
내 주위에서도 시집을 출판했다는
소식은 자주 들려와도, 시집을 구입해서
읽고 있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J 후배로부터 나태주 시인의 이름을
전해 둗고 요즘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한 젊은 신인 시인이려니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한국을 떠난지가 45년쯤 되는데
어찌 한국사정을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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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시인의 경험담에 따르자면
한 미국 교포들 모임에 참석해서
한국 시에 대한 강연을 끝내고
몇 몇 교포들에게 알고 있는 햔국시에 대해서
물었더니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와
김소월의 '진달래꽃' 정도였다고 한다.
나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런 미국교포들 중 한 명이다.
나의 머리속 시계는
한국 70년대에 멈춰있다.
나태주 시인의 이름조차 까맣게 잊고 있다가
어느날 우연히 YouTube 에서 시에 대한
나태주 시인의 강연 영상물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나서
나태주 시인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76세의 다작 노 시인이라는 사실,
그의 시에 대한 인식이 나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장 인터넷을 통해 그의 신간 시집
'혼자서도 별인너에게' 를 주문했다.
우선 시집 이름이 맘에 들었다.
'눈에 보기좋은 음식이 맛도 좋다.' 는
옛말이 있듯이, 시도 제목이 아름다운 시가
내용도 아름다울 경우가 많다
UPS 로 받자마자 몇 페이지를 읽다말고
시간이 나면 다음에 읽기로 하고
책꽂이에 꽂아두었다.
내가 읽어주기만을 애타게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책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였다.
그러다가 며칠전 골프장 크럽하우스에서
티타임을 기다리며 읽을 작정으로 가지고 간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펴고 읽어내려갔다.
가슴이 떨렸다.
그중에서 이 '혼자서' 라는 시가
날아와 가슴속 깊히 꽂혔다.
'시인이란 그저
시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가슴속이 생명의 기운으로
충만한 사람이다.' 는 칼릴 지브란의
시인론이 나의 시인론이다.
시는
생명력으로 충만한
시인들의 가슴속에 스스로
당당하게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이다.
시를 많이 썻다고 해서 반드시
위대한 시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모든 예술이 다 그렇지민
특히 시는 양이 아니라 질이다.
그래서 대부분 시인들은
단 한 편의 위대한 시를 남기기 위해
평생 시를 쓴다.
그리고 위대한 그 한 편의 시로
독자들의 가슴 속에 시인의 이름이
기억된다.
다작의 한국시인을 꼽으라면
조병화 시인과 여류 시인 김남조를
빼놓을 수가 없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들로
시가 그들의 삶이었다.
어젯밤부터 버지니아 숲속에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하늘은 온종일 뿌연 우유빛이다.
겨울비는 지난 폭설과 매서운 삭풍이
숲속에 남기고 간 상처와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따사한 신의 눈물이다.
이런 날이면
나태주 시인같이
가슴이 생명력으로 풍만한 벗과 함께
어울려 테킬라 잔을 밤새워
기울이고 싶다. 취하도록.
구절 떡국파피에 부인과 함께
참석했던 맹인 C 선배가
'Unforgetfull 한 아름다운 만남이었다.'
는 감사의 메시지를 보이스멜에 남겼다.
그 육성 메시지를 들은 Carol 이
'정말 감사해야할 대상은 내가 아니라
눈이 보이지 않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초청에 응해준 C 선배다." 며 두 눈가를
적신다.
02/03/2022 겨울비 내리는 오후
혼자 버지니아 숲 속에서
박평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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