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1절) “에베소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기를 오른 손에 일곱 별을 붙잡고 일곱 금촛대 사이에 다니시는 이가 가라사대”
▶ 왜, 에베소 교회의 사자(使者)에게 편지하는가? 계시의 수신자가 모든 성도가 아니라 교회의 지도자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위기의 순간에 지도자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도자가 공동체의 운명을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회의 사자(使者)는 누구인가? 부릴 사(使)는 문자 그대로 하인, 심부름꾼 곧 보내심을 받은 자, 주의 종을 가리킨다. 주의 종은 제사장이나 예언자, 사도나 목회자를 넘어 평신도 지도자를 포함한다. 다윗과 다니엘은 요즘으로 말하면 평신도다. 이와 달리 에스겔과 에스라는 요즘으로 말하면 목회자다. 신약에서도 말씀과 기도에 전무하는 사도직, 구제와 공궤를 전담했던 일곱 집사가 등장한다. 오늘날에도 다양한 교회의 성직제도 가운데 목회자와 평신도의 리더십이 공존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그런 의미에서 ‘사자(使者)’는 교회의 모든 리더십을 통칭한다.
▶ “오른 손에 일곱 별을 붙잡고 일곱 금촛대 사이에 다시는 이”는 예수그리스도시다. 일곱 촛대는 모든 교회를 가리키고, 일곱 별은 교회로 보내심을 받은 사자(使者) 곧 주의 종을 가리킨다. 종을 높여 부르면 특사(特使)나 대사(大使)이고, 낮춰 부르면 머슴이나 노예다. 교회의 지도자로 보내심을 받은 종에게는 특권과 동시에 책무가 있다. 종의 특권은 예수그리스도께서 친히 오른 손으로 붙잡아 주시는 것이다. “저는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아니함은 여호와께서 손으로 붙드심이로다(시37:24).” 단, 종이 반드시 보내신 분의 뜻대로 행할 경우에만 적용된다. 종의 책무는 예수그리스도의 오른 손에 붙잡힌 사람이어야 한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젊어서는 네가 스스로 띠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치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요21:18).” 상황 따라 형편 따라 제멋대로 행하는 사람은 주의 종이 아니다. 주의 종은 주님의 오른 손에 붙잡혀서 주님이 이끄시는 대로 행하는 사람이다. 성직자의 클러지셔츠(clergy shirt)와 스톨(stole)은 목줄과 멍에를 상징한다. 나는 과연 누구의 종인가, 무엇이 이끄는 대로 살고 있는가? 예나지금이나 주의 종을 자처하면서 실상은 물질의 종, 사람의 종, 명예의 종으로 사는 이들이 많다.
② (2절~3절) “내가 네 행위와 수고와 네 인내를 알고 또 악한 자들을 용납지 아니한 것과 자칭 사도라 하되 아닌 자들을 시험하여 그 거짓된 것을 네가 드러낸 것과 또 네가 참고 내 이름을 위하여"
▶ 주님이 보내신 종의 행태를 다 알고 계신다. 주의 종에게 최고의 보상은 보내신 분이신 주님으로 부터 칭찬과 인정을 받는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주의 종이 사람에게 칭찬과 인정을 받으려고 하면 안 된다. 사람의 인정은 시시각각 변하고 부정확하다. 하지만 하나님의 인정은 변함없고 정확하다. 무엇보다 사람에게 칭찬을 받으면 하나님의 상급이 없다. 왜 사자(使者)에게 이 말씀을 하실까? 교회의 박해 속에서 교회의 지도자가 누구보다 힘들고 어렵기 때문이다. 지도자는 사단의 공격대상 1호다. 내가 지지하든 반대하든, 나라와 교회의 지도자를 위해서 기도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지도자의 성패는 절대 개인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공동체 전체의 성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 잃어버린 초심을 회복하려면
① (4절~5절) “그러나 너를 책망할 것이 있나니 너희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진 것을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 만일 그리하지 아니하고 회개치 아니하면 내가 네게 임하여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
▶ (메시지성경) “그러나 너는 처음 사랑에서 떠나 버렸다. 어찌 된 일이냐? 대체 무슨 일이냐? 너는 네가 얼마나 떨어져 나갔는지 알고 있느냐? 너는 루시퍼처럼 떨어져 나갔다! 다시 돌아오너라! 너의 소중한 처음 사랑을 회복 하여라!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이제 내가 그 금촛대에서 네 빛을 없애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에베소 교회의 지도자는 ‘처음 사랑’ 곧 초심을 잃어버렸다. 초심을 잊어버리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실패와 재난이 계속되면 욥처럼 낙심하고 눈앞에 형편만 보면 엘리야처럼 절망한다. 이와 달리 성공과 번영이 계속되면 사울 왕처럼 오만해지고 솔로몬처럼 교만해진다. 믿음으로 인내하고, 은혜를 기억하며 겸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신 분께서 다시 거두신다. 탕자가 만난 실패와 기근이 아버지의 집으로 돌이키는 기회가 되었듯이 재난과 멸망을 통해 하나님께 돌이킬 수 있다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삶에서 만나는 위기와 고난은 초심을 회복하고 하나님께로 돌이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은총의 순간이 되기 때문이다.
▶ 박해와 환란, 고난과 재난이 찾아오면 우리는, 주님께 외적인 환경을 바꿔주시길 바라지만 주님은, 우리의 내적인 성찰을 요구하신다. 전대미문의 재난 속에서 우리는, 조기 종식과 일상회복을 바라지만 주님은, 우리가 자성과 성찰을 통해 다시 거듭나는 기회로 삼길 바라신다. 수학의 함수처럼 인생에도 언제나 변함없는 상수와 시시각각 변하는 변수가 있다. 상황과 여건이 시시각각 변하는 변수라면, 하나님을 향한 한결같은 믿음은 변함없는 상수다. 창세기의 요셉은 애굽 땅에서도 하나님과 동행했고, 포로기의 다니엘은 바벨론 땅에서도 하나님과 동행했다. 그들의 처한 어려운 환경이 도리어 하나님의 권능과 영광을 나타내는 기회가 되었다. 마치 일차함수(y=ax+b)에서 a＞0 때, 어떤 조건에서도 상승 그래프가 되듯 하나님을 경외하면 언제나 승리한다. 요한계시록은 극심한 박해에 처한 교회들에게 이 믿음을 전하고 있다.
② (6절) “오직 네게 이것이 있으니 네가 니골라당의 행위를 미워하는도다. 나도 이것을 미워하노라”
▶ 니골라당은 누구인가? 여러 견해가 있지만 정확하게 알려진 바 없는 정체불명의 대상이다. 분명한 사실은 초대 교회의 성도들을 미혹하던 교회 안에 있던 적대자라는 점이다. 니골라당은 초대 교회 안에 있던 모든 이단 세력을 통칭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초대 교회는 외적인 박해와 더불어 내적인 이단의 공격을 동시에 겪고 있었다. 요한계시록은 참된 신앙으로 박해(핍박)와 변질(타락)을 극복하기 위해서 기록된 책이다. 오늘날에도 교회를 향한 외적인 박해와 내적인 변질(타락)이 심각하다. 성경 말씀을 통해 니골라당의 실체를 유추할 뿐이다. (2) “자칭 사도라 하되 아닌 자들을 시험하여 그 거짓된 것을 네가 드러낸 것” 에베소 교회가 칭찬받은 이유는 거짓 선지자를 분별한 것이다. “이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 사단도 자기를 광명한 천사로 가장하나니(고후11:14)”, “거짓 선지자들을 삼가라 양의 옷을 입고 너희에게 나아오나 속에는 노략질 하는 이리라(마7:21).” 열매로 나무를 알게 되고 위기의 순간에 숨겨진 정체가 드러난다.
▶ 니골라당은 버가모 교회가 책망 받은 이유 중에 하나로 기록된다. (14~15) “그러나 네게 두어 가지 책망할 것이 거기 네게 발람의 교훈을 지키는 자들이 있도다. 발람이 발락을 가르쳐 이스라엘 앞에 올무를 놓아 우상의 제물을 먹게 하였고 또 행음하게 하였느니라. 이와 같이 네게도 니골라당의 교훈을 지키는 자들이 있도다.” 발람은 물질에 매수되어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한 대표적인 거짓 선지자다. 발람(히브리어, 빌암)이라는 이름의 뜻은 ‘백성을 삼킴, 백성을 파멸시키는 자’다. 니골라당의 니골라(헬라어, 니콜-라오스)는 니카오(파괴하다)와 라오스(백성)로 ‘백성의 파괴자’라는 뜻으로 서로 일치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떠나 사리사욕을 좇는 거짓 선지자와 그들을 추종하는 어리석은 성도들의 타락은 모양은 다르지만 어느 시대나 동일하게 존재한다. “저희가 바른 길을 떠나 미혹하여 브올의 아들 발람의 길을 좇는도다. 그는 불의의 삯을 사랑하다가 자기의 불법을 인하여 책망을 받되 말 못하는 나귀가 사람의 소리로 밀하여 이 선지자의 미친 것을 금지하였느니라(벧후 2:15~16).” 특히 마지막 때, 위기의 순간에 거짓선지자에 대한 분별력이 요구된다. “저희가 물어 가로되 선생님이여 그러면 어느 때에 이런 일이 있겠사오며 이런 일이 이루려 할 때에 무슨 징조가 있사오리이까 가라사대 미혹을 받지 않도록 주의하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이르되 내가 그로라 하며 때가 가까이 왔다 하겠으나 저희를 좇지 말라(눅 21:7~8).”
③ (7절) “귀 있는 자는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찌어다. 이기는 그에게는 내가 하나님의 낙원에 있는 생명나무의 과실을 주어먹게 하리라”
▶ “귀 있는 자는 들을찌어다” 복음서에 예수께서 수차례 언급하신 말씀이다. 육체적인 귀가 아니라 영적인 귀다. “저희가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며 깨닫지 못함이니라(마13:9).” 왜 못 보고, 왜 못 듣는가? 다른 것에 눈과 귀가 사로잡혀서 마음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고난의 순간이나 성공을 만나면 하나님이 안 보이고 하나님의 음성이 안 들린다. 종말신앙에 대한 양극단을 경계해야 한다. ‘임박한 종말론’으로 저 세상만 바라보는 내세적인 피안주의에 빠진 혹세무민, ‘지연된 종말론’으로 이 땅에서 천년만년 살 것처럼 현세적인 물질주의에 빠진 무사안일이다. 위기의 순간이나 성공의 순간에도 언제나 하나님을 바라보고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 “이기는 그에게는” 영적인 전쟁을 어떻게 이기나? 계시록은 사도 요한이 에베소 교회에 보내는 편지다. 사도 바울이 에베소 교회에 보낸 편지, 에베소서는 영적전쟁에 관해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종말로 너희가 주 안에서와 그 힘의 능력으로 강건하여지고 마귀의 궤계를 능히 대적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으라.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에 대한 것이 아니요 정사와 권세와 이 어두움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한 영들에 대함이라...진리의 허리띠, 의의 흉배, 평안의 복음의 예비한 신발, 믿음의 방패, 구원의 투구....성령의 검 곧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라 모든 기도와 간구로 하되 무시로 성령 안에서 기도하고(엡 6:10~18)” 영적 전쟁은 성령의 검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이긴다. 다른 길은 없다. “귀 있는 자는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찌어다”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어야 영적 전쟁에서 이긴다. 성령 충만은 곧 말씀 충만이기 때문이다.
▶ “하나님의 낙원에 있는 생명나무의 과실을 주어먹게 하리라”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에덴동산의 회복에 관한 비전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그 땅에서 보기에 아름답고 먹기에 좋은 나무가 나게 하시니 동산 가운데에는 생명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도 있더라(창2:9).” 생명나무의 생명이라는 단어는 목숨보다 삶(Life)으로 번역하는 편이 좋다. 성경이 전하는 영생은 영혼불멸이란 의미를 넘어 영원하신 하나님의 말씀대로 준행하는 참된 삶을 의미한다. 어떻게 생명나무의 과실을 맺을 수 있나? 누가복음 8장에 나오는 씨 뿌리는 자의 비유에 따르면, (8)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지매 나서 백배의 결실을 하였느니라. 이 말씀을 하시고 외치시되 들을 귀 있는 자들은 들을찌어다”, (10) “제자들이 이 비유의 뜻을 물으니...이는 저희로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려 함이니라”, (11~12) “이 비유는 이러하니라. 씨는 하나님의 말씀이요 길 가에 있다는 것은 말씀을 들은 자니” 비유에 등장하는 모든 땅의 공통점은 모두 말씀을 들었다는 사실이다. 다만, (15) “좋은 땅에 있다는 것은 착하고 좋은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지키어 인내로 결실하는 자니라.” 요한계시록의 말씀과 누가복음의 말씀은 결론이 동일하다. 요한계시록은 특별하고 새로운 말씀이 아니라 예수께서 이미 하신 말씀을 부활하신 주님께서 성령을 통해 거듭해서 증거 하고 계신다. 말씀을 듣고 지키어 인내로 결실하면 많은 과실을 맺게 된다는 단순하고 명료한 진리다. 삶의 위기, 세상과 인생의 종말은 평상시에 말씀과 기도로 준비해야 한다. 문제는 예수께서 성령을 통해 끊임없이 강조하시는 이 말씀을 안 듣는 까닭에, 열매 없는 신앙생활을 반복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