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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없는 여자[48] 씨레기 복음<씨(쓰)레기 복음이란 남들이 업신여겨 버리는 것을 명작으로 만드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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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12월 07일 (목) 00:00:00 [조회수 : 36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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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앞에서 당신 혼자 웃고 있으니 질투가 나네요.”
영이는 남편이 목사 시절에는 성경책과 살더니 은퇴하여 라합뉴스 주필이 되더니 컴퓨터 앞에만 사는 남편에게 투정을 해 본다.
“아베 마리아가 소식을 보내왔어. 당신도 읽어 보아.”
“아베 마리아? 23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간 당신 친구 조광호씨 말인가요?”
영이는 30년 전에 자신들의 결혼식에서 정다운 목소리로 ‘아베 마리아’축가를 불러주던 남편 친구를 보며 ‘남편보다 저 사람이 목사가 될 분’이란 느낌을 받은 분이었다.
[이제 살아 갈 세월이 살아온 나날들보다 훨신 짧은 이즈음에, 더우기 정든 고향 친구를 떠난 외지의 삶이 나와 아내로 하여금 더욱 주님을 강하게 붙들게 한다. 이제 비록 가진 것 많지는 않으나 나보다 더 절실한 사람을 향해 움켜쥐었던 손을 펴기로 했다. 내가 줄 수 있는 물질, 재능, 시간, 땀 등이겠지.
특히 금년에 중국 단동과 여름에 중미 온두라스에 잠시 다녀온 단기선교사역이 나의 그 동안의 이기적인 삶을 되돌아보게 한 큰 계기였네. 앞으로도 주님의 마지막 이땅의 유언이신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하신 말씀을 붙들고 살 것이네. 우리 서로를 위해 중보기도하세. 이것이 서로 도울 수 있는 가장 큰 (powerful) 무기라고 생각하네.
너무 할 말이 많아 글이 엉키는 것 같네. 조금후면 우리 교회의 어느 집사님의 추도예배에 가야 하네. 그 가족들이 내게 조가를 불러 달라시니 서둘러야겠네. 오는 주일(12/10)에는 부족한 내가 주님께로부터 장로로 세우심을 받는 날이네.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의 부끄러운 죄인인 나를 주님이 용서하셨네. 남은 생을 넉넉한 마음으로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기로 주님께 서원하네. 다시 한번 더 부탁하니 시간을 내어 기도로 도와주기 부탁 드리네.]
“노래하는 광호씨는 여전하시네요.”
같은 공학도로써 야성을 흠모하여 역기를 들던 자신과는 정반대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기 즐겼기에 여자들에게서 인기쟝이었던 친구를 그리며 철수는 잠시 추억에 빠진다.
“여보! 열린 음악회에서 윤형주씨를 볼 때마다 당신이 광호씨를 생각하던데 이제 소식을 알았으니 우리 ‘조개 껍질 묶어’이나 한 곡 불러볼까요?”
철수는 며느리에게 모든 것을 물러주고 난 후의 아내가 다시 이팔인지 삼팔육인지 알 수 없는 청춘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싱긋이 웃는다.
“조개 껍질 그녀의 목에 걸고 물 가에 마주 앉아 밤새 노래하네. 저 멀리 달 그림자 시원한 파도소리 여름 밤은 깊어 가도 잠은 오지 않네.”
“형부! 어머님이 시레기 엮으러 내려 오시래요.”
추운 날 여름기분을 내어 신나게 조개 껍질을 엮던 부부는 아래층의 족자 고함소리에 질겁하며 뜰로 나간다. 요즘 김장철을 맞아 교회와 나함빌딩은 배추로 터질 것 같았는데 뜰에도 큰 비닐 속에 담긴 배추가 가득 널려있었다. 게다가 전국 라합교회는 씨레기 동원주간으로 주일날 씨레기를 담아오게 되어있었다.
뜰에는 기숙사생들도 총동원되어 씨레기를 물로 깨끗이 씻고 줄로 엮는다고 야단법석을 떨고 있었기에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새댁과 키퍼는 넋을 잃고 있었다.
“엄마, 우리 결혼식 때 아베 마리아란 축가를 불러 주었던 조광호씨가 25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 영국/독일계의 이쁘고 착한 며느리를 맞아 손자까지 보았데요.”
“미국에도 한국 처녀들 넘친다고 하던데 와 서양여자를 구했을까?”
“사랑에는 국경이 없지 않아요. 게다가 아베 마리아는 막달라 마리아 여동생이죠.”
족자의 아베 마리아의 새로운 해석에 줄에 매달린 씨레기들까지 덩실덩실 춤을 추며 웃음물결을 이룬다.
“항상 부처님 손바닥에서 놀기를 고집하는 손오공 같은 족자야! 와 38족발이 전국 명품이 되었노?”
“어머님이 시장에서 주워온 배추 씨레기들이 정성껏 손질되어 된장을 품은 씨레기 국으로 변하여 족발 판매를 더 촉진시켰기 때문이외다.”
“또 한가지 재료는?”
장금이를 대장금으로 만들기 위해 엄한 교육을 시키는 한상궁처럼 영이 엄마는 족자에게 재차 질문을 던진다.
“어머님이 양공주나 깡통시장에서 사온 미제버터.”
“옳거니 역시 내 딸이다. 기숙사생들도 미용체조하고 공부 열심히 하는 것은 속배추를 보호하기 위해 버려지는 푸른 배추에서 누구나 탐을 내는 속배추가 되기 위함이제. 부처님이나 예수님은 1%의 속배추보다 99%의 버려지는 씨레기 배추를 명작으로 만드는 주방장이란 말이다. 족자는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씨레기를 상품화하여 미국부터 점령하고 세상 끝까지 알리도록 해라. 알겠제?”
“예~이~, 지당하신 분부입네다.”
뜰에 모인 일동은 영이 엄마의 설법에 박수를 보내고 올해부터 교회식당에 씨레기국 마련을 위해 ‘전교인 씨레기 모으기 운동’을 하자고 조르던 장모님의 깊은 뜻을 철수는 깨닫게 된 것이다.
“장모님, 오늘 저녁에 특별히 자시고 싶은 것 없습니까? 제가 한턱 내겠습니다.”
“먹는 것보다 자식들이나 손주들의 안마는 받아보았지만 사위 안마는 받아보지 못했네. 게다가 사위는 부드러운 아베 마리아가 아니라 야성이 넘치는 육체미선수 출신의 막달라 마리아 아닌가. 부탁함세.”
“예~이~, 막달라 마리아 안마는 물론이고 아베 마리아 발 마사지까지 서비스 해 드리겠습니다.”
“예수 형부! 저는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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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친구들의 위문공연으로 <배꼽 없는 여자>가 혼란스러운 사사시대에서 헤메고 있으나 즐겁군요. 원조인 조광호란 친구는 중학교 때 연애당으로 날 꼬셨고 신이 난 저는 “교회는 꽃밭이더라”며 친구들을 씨레기처럼 엮어 왔습니다.
45년 세월이 지나도록 주님 품에서 씨레기처럼 엮어있는 학창시절 교회친구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이 글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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