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여전히” 희망입니다

(<교회, 나의 고민 나의 사랑> 필립 얀시 저, 윤종석 역, IVP, 2010)

무엇인가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우리가 보이는 반응은 둘 중 하나다. 첫째는 쓸모가 없어진 것을 버리는 것이다. 둘째는 고쳐서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녹슨 곳을 기름치고, 낡은 곳을 새롭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체 가능한 것이 있는가”이다.

교회는 어떨까? 오늘날 교회는 세상 속에서 제대로 작동하는가? 만약 교회가 온전히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버려야 할까? 고쳐야 할까? 아니, 고칠 수 있을까? 이 짧은 글을 통해 여러분도 답해보기를 바란다.

필립 얀시는 질문을 던진다. “왜 교회여야만 할까?”, “왜 교회를 통해서만 가능한가?” 그의 고민과 대답은 자신의 어린 시절로부터 출발한다. 필립 얀시는 어린 시절 율법주의로 엄격한 남부 근본주의 교회를 다녔다. 행동을 통제하고, 전통에 묶여있던 신앙생활은 믿음의 성장을 방해했다. 그에게 교회는 위선적이고, 형식에 몰두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지금까지 많은 교회에 다녀 보았지만 내 이상에 맞는 곳은 하나도 없다.”(49쪽)고 말한다. 그렇다고 교회를 떠난 것은 아니다. 그는 평생의 고민을 통해, 그럼에도 ‘다시, 교회’를 붙들 수밖에 없었다.

필립 얀시는 오히려 반문한다. 가정이 불완전하다고 해서 우리는 가족 제도를 버리지 않는다. 교회도 그렇다는 것이다. 가족을 통해서 생명이 태어나고 성장하듯이, 교회를 통해 그리스도인이 잉태되기 때문이다. 폴 투르니에는 “사람이 혼자 할 수 없는 일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결혼이고 또 하나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37쪽) 그렇다. 홀로 믿음이 아무리 좋아도 그리스도인은 아니다. 교회 안에서 함께할 때,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지어져 간다. 교회는 부족하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더 깊이 붙들고 씨름해야 하는 숙제인 것이다.

필립 얀시는 오늘도 하나님이 교회를 그렇게 부르시고,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님은 서로 다른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의 몸을 이루게 하신다. 한 몸 안에서 각각의 신체는 서로 다르게 작용한다. 그러나 이것은 인위적이지도, 어색하지도 않다. 부르신 분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를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가족이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고 교체할 수 없는 것처럼, 연약한 아이는 더 큰 사랑을 받는 것처럼. 그렇게 교회는 하나의 공동체로 부름 받았다.

이것을 위해 필요한 핵심은 역시 ‘나’에게 있다. 방황과 실망을 안겨준 교회이지만, 그 안에서 ‘나’를 새롭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하나) 위를 올려다보는 것이다. 우리는 예배의 성패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예배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 (둘) 주위를 돌아보아야 한다. 이 말은, 그리스도 안에서 성도가 하나님의 가족이 되었다는 뜻이다. 내 감정으로 가족을 판단할 수는 없다. (셋) 밖을 내다봐야 한다. 교회는 사랑을 흘려보낼 때, 내 안에 사랑이 임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넷) 안을 들여다봐야 한다. 은혜란 받을 자격 없는 자에게 임하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과하면서 교회는 직격탄을 맞았다. 세상은 더 색안경을 끼고, 교회를 쳐다본다. 교회에서 점점 젊은 사람들이 떠나가고 있다. 미래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교회 안에서 대답과 희망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교회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주인으로 고백하는 그리스도가 교회를 통해 각 사람을 부르고 계시기 때문이다. 신앙인이 붙들어야 할 것은 우리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 그럼에도 그리스도의 일하심을 기대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를 온 맘 다해 사랑하는 일 뿐이다.

오늘도 여전히 하나님은 교회를 통해 일하신다.

신동훈 목사 (마포 꿈의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