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25일 성탄절

     몹시 춥고 칼바람 불다.

     예수가 종교화 되면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원로목사님 가정이 그 동안 뜸하시더니 오랜만에 아침 일찍 전화를 주시고 방문하시어 조촐하나마 함께 거실에 앉아 성탄절 예배를 드리다. 과부가 과부심정을 알아준다고, 이런 날이면 선교지로 귀환하지 못하고 고국에 남아서 외롭게 혼자 기도하고 있을 선교사가 생각나신 모양이다. 예배를 마치고 가까운 시골음식점에 가서 할머니 손맛을 내는 청국장도 대접해 주시다. 이만하면 소박하지만 나름대로 행복한 성탄절을 보낸 심이다.

     오늘 부른 찬송은 109장,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이고 설교의 본문은 ‘누가복음2:8-14’ 말씀이며, 깊이 숙고한 구절은 14절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이다. 오늘 관심가진 단어는 ‘땅’과 ‘평화’이다. 하나님은 이 땅의 평화를 위하여 아기예수를 보내셨다는 이야기다. 이는 이 땅이 평화롭지 못한 상태였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며 평화롭지 못한 땅을 평화롭게 하기 위하여 예수를 보내셨다는 말씀이다.

     그러면 이 땅이 왜 평화롭지 못하였으며 이 ‘땅’엔 누가 살고 있는가? 이 땅엔 수많은 인종이 산다. 흑인 백인 황인 그리고 그 모두가 믹서 된 혼혈인들도 산다. 또한 수많은 짐승과 곤충과 식물들이 산다. 인간은 서로 다른 민족문화와 종교와 사상과 철학을 가지고 산다. 그리고 서로 다른 그 모든 것들이 서로 동화되고 순화되고 정화되고 적응하며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지구생명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간다. 그러기 때문에 이 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체와 문화와 사상과 종교는 너 나 그리고 그것을 따지고 구별할 것 없이 모두가 생명공동체를 이루기 위한 귀한 존재이며 서로를 위한 동반자이다. 그런데 이 중에 어느 하나가 자기가 가장 우월한 존재이고 자기만이 진리라 여기고 고집하거나 강요한다면 이는 평화로운 창조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이다.

     예수께서 태어나실 당시 중동지역의 상황은 경제적인 면이나 종교적 그리고 정치적으로 평민들에게는 매우 살기 어려운 고통스러운 환경이었다. 유대 종교지도자들과 로마 식민통치자들과의 야합은 백성을 도탄에 빠트리고 백성들은 그들의 학정을 피해 유럽과 소아시아 지역으로 피난을 가서 디아스포라로 살며 지냈다. 당시 유대교는 정치화 되었으며 하나님은 그런 유대교 성전을 떠나 거리의 암하렛츠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셨다. 그런 와중에 평화를 위하여 이 땅에 아기예수를 보내신 것이다. 이 때 오신 예수는 어느 특정한 종교의 옷을 입고 오신 분이 아니다. 그저 불쌍한 백성을 구하기 위하여 오신 순수한 구원자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초대교회 이후 예수가 교리화 되고 종교화 되면서 거대한 종교집단으로 성장하다가 기독교는 마침내 서기 1054년에 동방(정)교회와 서방교회로 나뉘게 되고 더 나아가 개신교회(프로테스탄트)가 생겨나므로 이제 기독교는 크게 3대 분파가 되고 예수는 완전히 종교화 되었다. 모든 인류의 평화를 위해 오신 예수는 기독교 공동체의 교리가 되어서 이제는 예수를 믿지 않으면 구원받지 못한다는 심판자의 심벌이 되었다. 이 땅에 평화의 왕으로 오신 사랑의 예수님은 온 인류를 구원하러 오신 분이 아니고, 기독교인만을 구원하러 오신 분으로 전락시켜 버린 것이다. 왜곡된 예수상이다. 정치이든 철학이든 종교이든 그들의 이론이 교리화 되고 종교화 되면 그곳엔 진리가 없고 생명이 없다. 권력과 착취와 횡포만 따를 뿐이다. 요샛말로 꼰대집단이 되는 거다. 요즘같이 최신교육을 받은 똑똑한 현대인들이 누가 꼰대집단에 가서 충성 봉사하겠는가! 게다가 바이러스를 창궐하게 만드는 꼰대집단이라면 더더구나 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천 년 전 구유에 태어나신 교리화 되지 않은 예수 그리스도는 여전히 온 인류를 위하여 구세주이시며 새 생명이시다. 나는 이분을 통하여 새 생명을 얻었고 29세에 죽을 수밖에 없었던 자가 지금까지 41년이나 생명을 연장 받아 살고 있다. 모든 이들에게 나와 같은 새 생명의 축복이 있어지길 기도한다.

                                메리 크리스마스!

                  주포리, 전인치유생명공동체에서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