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대 위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아침 7시,
전화벨이 울렸다.
' 이 이른 아침부터 누가 전화를 걸었지?'
짜증이 나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케롤이었다.
"여보, 출근길에 첫눈이 내려서 전화를 했어.
첫눈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맞야한다고 하잖아."
흥분된 목소리였다.
'첫눈!'
벌떡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이층 슬라이드 문을 열고
댁 위로 나갔다. 히끗 히끗하게 내리고 있는 싸래기 눈발이
흐미하게 눈에 들었다.
예이츠 시인의 싯귀처럼
사랑은 눈으로 들고, 술은 입으로 드는 것
정말로 버지니아 숲속에 첫눈이
첫사랑의 전설처럼 내리고 있었다.
벌거벗은 숲속에도, 지붕 위에도, 댁 위에도,
댁 위 테이블 위에도, 내 길 위에도,
그리고 내 가슴 속에도...
가슴이 설렜다. 두근거렸다.
댁 위를 걸었다. '사각 사각 사각...' 발 밑에서
먼 추억의 흐느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사각 사각 사각........
숲속에 수북히 쌓여 딩굴고 있는 갈잎들 위에
내리고 있는 싸래기눈들도 흐느끼고 있는 듯 했다.
갑자기 검은 까마귀 한마리가
'까악 까악 까악..' 울며
잿빛 하늘 위를 비상했다.
깊은 침묵에 잠겨있는 겨울숲
첫눈 소식을 알리는 소리였다.
그 소리에 놀란 산새들 몇마리가
'짹 짹 짹.. . ' 재잘거리며
나뭇가지 사이를 이리저리 날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후,
파란 하늘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하얀 흰구름들이 그 위를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순간이었다.
첫눈도 순간이었고,
설렘도 순간이었고,
흐느낌도 순간이었고,
나의 첫사랑도 순간이었다.
첫눈이 내리고 있는 숲속 풍경을
몇 장의 사진에 담아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케롤에게
Text Message 를 통해서 보냈다.
살아간다는 것은
아름다운 풍경화를
순간 순간 만들어가는 과정이지.
그렇다면 사랑은?......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었으련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 이문재 시인의 시 '농담' 일부-
11/30/2021 첫눈 내리는 아침
버지니아 숲 속에서
박평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