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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Shandoah National Park 으로
산행을 떠났던 C 선배로부터
등산중에 눈보라를 만났다는 첫눈 소식을
전해왔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있는
것이다.
때가 되면
갈것은 반드시 가고
올것은 반드시 온다. 그 예외는 없다.
그게 창조주 신의
위대한 인연의 법칙이 아니겠는가.
나는 떠나가는 인연을 뒤쫒지 않고,
오는 인연을 막지 않기로 결심한지가
꽤 오래된다.
지난 11월 1일,
20여년이 넘게 나의 다정한 벗이었던
옆집 Jill 의 애마 Cisco 가 21살 나이로
이 세상을 떠나갔다.
내가 그를 마지막으로 본 때는
10월 30일 오후였다.
Cisco 는 뼈만 남은 바짝 마른 모습으로
마굿간 우리에서 나와 집밖 숲속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Cisco 가 마구간 밖으로 나와 밖에서
풀을 뜯는 모습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Cisco 에 다가가 코잔등을 가볍게 쓰담으며
'Cisco! 왜 갑자기 이렇게 바짝 말랐니?
몸이 많이 이프구나.' 하고 말을 건냈다.
Cisco 는 풀을 띁고 있던 머리를 들고
힘없는 눈초리로 잠시 나를 쳐다보더니
다시 고개를 숙이고 프른 풀들을 뜯기
시작했다.
Cisco 는 그가 떠날 때를 알고 있는 것일까?
평생 인간들이 가두어둔 우리에서 해방되어
그가 돌아갈 아름다운 자연을 마지막으로
즐려고 하는 것이.
7년전에 이 세상을 떠나갔던 나의 애견
재만이도 죽을 때가 가까워오자
불편한 몸을 이끌으며 자기가 돌이갈 땅,
숲속을 찾곤 했었다.
나는 어제 오후 North Beach 를 찾았다.
단풍구경객들로 북썩거릴 산 보다는 외진
해변가 산책이 좋을 듯 했다.
바다는 언제 찾아가도 여여하다.
말이 없다.
겨울은 바다가에도 다가오고 있었다.
차거운 바닷바람이 두꺼운 자켓을 뚫고
뼈속까지 스며들었다.
내 예상대로 바닷가에 인적은 드물고
수백 마리의 갈매기들이 추위을 피해
방파벽 위에 서로 몸을 비비며 움추리고
앉아 있었다.
춥고 외로울 때는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견뎌내는 것이 생존의 법칙이다.
해변가 나무들이 서로 몸을 비비며
촘촘하게 숲을 이루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리라.
인간들도 춥고 외로울 수록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야 한다.
Norh Beach 거리는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데커레이션을 준비하느라
분부했다.
올 크리스마스는 예년보다 더 일찍
왔으면 좋겠다.
평화와 평강의 그리스도가 내 가슴
속에 보다 일찍 별빛으로 피어났으면
좋겠다.
집 Driveway 위에 낙엽들이 한 잎,
두 잎 떨어져 쌓여가고 있다.
며칠전 옆집 Mack 이
선더와 함께 어둠이 내리는 숲길을
걷고 있는 나에게 자전거를 급히 몰고
찾아왔다.
Mack 은 지난 여름 센디에고에서
우리 동내로 이사온 이웃이다.
"Bill 네가 숲길을 걷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찾아왔어.
사실은 오늘 우리집 Driveway 에 쌓여있는
낙옆들을 Blow Away 하다가
너의 사전 허락도 받지 않고 너희집
Driveway 도 치우게 되었거던.
미안해서 사과를 하려고."
' Mack. 미안하기는, 내가 진심으로
고마워 해야할 일이지.
네 덕분에 올겨울은 왠지 훈훈한
겨울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Mack 고마워.'
참, 잊혀진 계절,
한 송이 도라지꽃 꽃망울이
맺혀있네
사도 바올이
사랑은 오래 참고
아무런 바렘이 없이
기다리는 것이라고 했던가.
11월 14일 아침메모
버지니아 숲속에서
박평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