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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 가야 할 길[설교] 시25:1-7 청파교회 김기석목사 주일설교 음성 듣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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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12월 03일 (일) 00:00:00 [조회수 : 3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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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 가야 할 길
시25:1-7
(2006/12/3)
 음성으로듣기
[여호와여 나의 영혼이 주를 우러러
보나이다. 나의 하나님이여 내가 주께 의지하였사오니 나로 부끄럽지 않게 하시고 나의 원수로 나를 이기어 개가를 부르지 못하게 하소서. 주를
바라는 자는 수치를 당하지 아니하려니와 무고히 속이는 자는 수치를 당하리이다. 여호와여 주의 도를 내게 보이시고 주의 길을 내게 가르치소서.
주의 진리로 나를 지도하시고 교훈하소서. 주는 내 구원의 하나님이시니 내가 종일 주를 바라나이다. 여호와여 주의 긍휼하심과 인자하심이 영원부터
있었사오니 주여 이것을 기억하옵소서. 여호와여 내 소시의 죄와 허물을 기억지 마시고, 주의 인자하심을 따라 나를 기억하시되 주의 선하심을 인하여
하옵소서.]
•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매주 금요일이면 부둣가에 나가 우편선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76세의 퇴역 군인인 ‘대령’입니다.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그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제대군인 연금수표입니다. 제대할 때 정부로부터 보상금
지급을 약속받았지만 15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그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노부부는 먹고 살기 위해 세간까지 다 팔아버렸고 이제 남은
것이라곤 수탉 한 마리뿐입니다. 그 수탉도 언제 팔려갈지 모르는 신세입니다. 어느 날 대령은 우체국에 가서 자기에게 온 편지가 있는지를
묻습니다. 오늘은 틀림없이 편지가 오기로 되어 있다면서. 하지만 그는 “틀림없이 오기로 되어 있는 것은 죽음뿐”이라는 대답을 듣습니다. 당장
살아갈 길이 막막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거리는 아내를 보고 대령은 말합니다. “오래지 않아 연금이 나올 것이오.” “당신은 똑같은 얘기를
십오 년째 계속하고 있어요.” 아내의 퇴박에 그는 우물거리듯 말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이젠 정말 곧 나오게 될 거요.”
이
우울한 이야기는 1982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콜럼비아 출신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라는 소설의 일부입니다. 25년 전에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절망과 희망을 함께 보았습니다. 1981년의 상황 속에서 우리는
민주화된 사회가 도래하기를 고대했습니다. 하지만 제5공화국이 들어서면서 민주주의의 꿈은 신기루처럼 흩어져버렸습니다. 암담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부둣가에서 우편선을 기다리고 있는 대령의 그 꾸부정한 모습에 나의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저는
희망의 뿌리를 보았습니다.
삶은 어쩌면 기다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르께스의 책을 읽은 후에 가슴이 울울해질 때마다 목이 터져라
부르던 노래가 있습니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 밑천인데/쩨쩨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내일은 해가 뜬다/내일은 해가 뜬다”. 기다림은 희망입니다. 그리워하며 간절히 기다리는 대상이 있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기다리며 사십니까? 성도는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아니 오실 줄로 믿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다시 오실 줄로 믿고 기다립니다. 여러분, 정말로 주님을 기다리고 계십니까? 그분이 우리 마음속에, 그리고 우리들의 관계 속에, 역사
속에 오시기를 기다리십니까?
• 신뢰의 근거
여기 하나님으로부터 한 소식 듣기를 원하여 몸과 마음을 기울여 하나님 앞에
기도를 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의 기도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여호와여 나의 영혼이 주를 우러러 보나이다.” 이 구절을 직역하면 “하나님,
내 영혼을 주님께 들어 올립니다”(To you, Yahweh, I lift up my soul)가 됩니다. 이 기도를 하고 있는 시인은 틀림없이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들어올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는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쳐 멍들고 깨지고 더러워진 자기 영혼, 스스로도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자기 마음을 하나님께 숨김없이 내놓고 있습니다. 진실한 기도는 이런 것입니다. 매끄러운 말이나 표현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해 자기를 완전히
개방하는 것, 그래서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진실한 기도를 하나님께 바치는 시간은 세상사에 시달리며 찢기고
상한 우리 영혼을 의사이신 주님 앞에 맡기는 시간입니다. 어느 날 느부갓네살 임금이 전능하신 하나님께 찬양을 드리려고 하자 천사가 다가와 그의
머리를 때렸습니다. 왜 이러냐고 항의를 하자 천사는 “네가 왕관을 쓴 채 하나님을 찬양하겠단 말이냐? 어디 네가 머리를 맞고도 하나님을
찬양하는지 한번 보자” 하고 말했답니다. 유대인의 민담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주님이 원하시는 제사는 상한 마음의 제사입니다.
시인은 자기가 지은 모든 죄를 인하여 아파하고 있습니다. “여호와여 내 소시의 죄와 허물을 기억하지 말아주십시오.”(7a) 그는
젊은 날, 무분별한 정열에 이끌려 행했던 그 부끄러웠던 일들을 기억하지 말아 달라고 기도합니다. 우리 속에 용서에 대한 확신이 없는 한 우리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만일 냉정한 심판관이 되어 우리 죄를 살피신다면 어느 누가 무죄라 할 수 있겠습니까? 시인은 하나님의 자비하심에
호소합니다. “주의 인자하심(mercy)을 따라 나를 기억하시되 주의 선하심(loving-kindness)을 인하여 하옵소서”(7b). 하나님을
거역하는 우리의 성정보다 우리를 사랑하는 하나님의 사랑이 더욱 근원적임을 시인은 확신하고 있기에 이런 기도를 바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게
우리의 희망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쓴 동시 <화산 폭발>의 가사를 들어보십시오.
1. 엄마 화산이 폭발했다 화산
폭발을 하셨다
언니는 성적이 엉망진창 나는 방안이 뒤죽박죽
언니랑 나는 기가 죽어 조용조용히 밥을 먹었다
2. 업그레이드 마녀
일급이 된 것 같았다
소리를 꽥 하고 지르시면 귀에 진동이 갔다
슬금슬금 눈치보며 탈출하고 싶었지만 배가 고파서 그러지
못했다
3. 엄마가 일기를 보시더니 맞고 지울래 그냥 지울래
그래도 지우기 아까워 이렇게 적고 있다 마녀 할멈 우리
엄마
심기불편하시면 또 폭발할지 모르니 조심조심
그 광경이 절로 그려지지 않습니까? 모녀 사이의 긴장이 해학과 어울려
절묘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엄마의 화산 폭발이 무서워 할금할금 엄마 눈치를 살피는 아이, 그래도 먹어야 사니까 탈출하고 싶은 마음을 달래가며
조심조심 밥을 먹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그려보십시오.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긴장된 분위기가 해학의 옷을 입을 수 있는 것은 아이와 엄마 사이의
있는 사랑과 신뢰 때문입니다. 오늘의 시인도 하나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기에 하나님의 어지심과 선하심에 자기를 맡기고 있는
것입니다.
• 나를 부끄럽지 않게 하소서
하나님의 어지심과 선하심을 믿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운명입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자가 복이 있다고 하고, 믿고 구한 것은 받은 줄로 믿으라 하지만, 바랄 수 없는 중에 바라는
것이 믿음이라 하지만, 우리의 믿음은 늘 흔들립니다. 오늘의 시인도 역시 그렇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나를
부끄럽지 않게 하시고 나의 원수로 나를 이기어 개가를 부르지 못하게 하소서”(2)
시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를 지켜보고 있는 적대자들이 가까이에 있음은 분명합니다. 시인은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하나님의 뜻대로 살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는 하나님의 뜻을 수행하기 위해 불의한 자들의 제안을 거절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불의한 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자기들의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자기들의 일에 가담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위협과 악담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너만
의롭냐?” “네가 그러고도 잘 되나 두고 보자”.
성도들은 그러고도 잘 되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하나님의 뜻대로
살려고 애쓰는 사람은 정말 말과 행동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악한 이들의 책잡힐 일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을 해도
넘어질 수 있는 게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오늘의 시인은 하나님께 도우심을 청합니다. 시인은 기도가 응답되기를 기다리고, 원수들은 시인의 기도가
어떻게 되나 결과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만일 하나님이 시인의 기도에 응답하지 않으시면 원수들은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있더라도 인간사에
관여하지 않으신다고 판단할 게 뻔합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 나오는 이반은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말합니다. 이건 참 무서운 일입니다. 살인도 도둑질도 간음도 문제될 게 없습니다. 지구 저편에
있는 사람들이 굶어 죽든 말든, 자연 재해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든 말든, 나는 풍요롭게 살겠다는 생각의 뿌리는 하나님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삶은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사실에 대한 증언이 되어야 합니다. 풍요롭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적은
것을 가지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보여주고, 가진 것이 없어도 나누며 살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어려운 일을 만나도 정신적인 명랑함을 잃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어떤 경우에도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주를 바라는 자는 수치를 당하지
아니하려니와 무고히 속이는 자는 수치를 당하리이다”(3)
이것은 고백이자 꼭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탄원이기도 합니다. 이 고백이
우리의 삶을 통해서 입증되기를 바랍니다.
• 지도와 교훈을 구함
이제 시인은 하나님께 자기가 마땅히 택해야 할 길을 일러달라고
기도합니다. 신앙생활이란 이런 것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데, 그때마다 잠시라도 마음을 하나님께 집중하고
하늘의 지혜를 구한다면 어긋난 길로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잠3:6). 우리 인생의
병은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여쭙고, 인도하시기를 기다릴 줄 아는 것, 바로 그것이 신앙적 성숙입니다.
영국이
식민지 인도에 소금세를 인상하려고 하였을 때 간디는 시민들과 함께 그것을 저지하기 위한 시민불복종 운동을 벌입니다. 모두가 날마다 먹어야 하는
소금에 비싼 세금을 매긴다면 그렇지 않아도 가난한 대중들의 살림은 거덜나게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다를 향한 행진 계획이 수립되고 사람들은
간디의 출발선언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며칠이 되어도 간디는 깊은 침묵 속에 잠겨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찾아가서 왜 출발하지 않냐고 묻자, 그는
‘내면의 음성’을 기다리고 있노라고 말했습니다. 간디는 미움과 증오를 부추김으로 영국과 싸운 사람이 아니라 사티아그라하(satyagraha,
‘satya' 진리를 뜻하고, ‘agraha’는 노력을 뜻함. 결국 이 말은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 애쓴다는 뜻) 즉 진리를 굳게 붙잡음으로써
승리를 거둔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날마다 겸손하게 하나님 앞에 멈추어 서십시오. 그리고 마땅히 가야 할 길을 알려 달라고
기도하십시오. 그리고 그 길을 주저없이 걸어갈 수 있는 힘을 달라고 주님께 구하십시오. 그 길을 따라 걷다보면 우리는 꿈에도 그리던 주님의 품에
안기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는 이 계절에, 우리 모두 내면에 깃든 모든 두려움과 악의와 의혹과 헛된 욕심을 비워내
주님을 맞이할 자리를 마련하기를 바랍니다. 풍랑에 시달리던 제자들이 주님을 영접했을 때 배는 곧 그들이 가려던 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요6:21). 삶의 한복판에 주님을 모시고 사는 사람은 살아계신 하나님을 몸으로 드러내는 존재입니다. 이 멋진 일에 성심을 다하는 우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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