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께서 천하의 왕이 되시리니” 스가랴 14장 9절~11절

1. 천국소망을 넘어 천국소명으로

① (9절) “여호와께서 천하의 왕이 되시리니 그 날에는 여호와께서 홀로 하나이실 것이요 그 이름이 홀로 하나이실 것이며”

▶ ‘여호와의 날이 이르리라’는 스가랴의 예언은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 왔느니라’는 세례요한의 예언과 일맥상통한다. 구약의 ‘여호와의 날’은 신약의 ‘하나님 나라’다. 하나님 나라는 특정한 시공간을 넘어 하나님이 주권으로 다스리시는 모든 시간과 모든 장소를 의미한다. ‘천국은 하나님의 통치다. ‘주 예수와 동행하니 그 어디나 하늘나라’ 말씀의 준행에 따르는 동행과 임재(임마누엘, עִמָּנוּאֵל)다. “여호와께서 천하의 왕이 되시리니” 스가랴의 예언을 통해 여호와의 날에 대한 해석은 더 선명해진다. 히브리어 ‘메시아(מָשִׁיח)’와 헬라어 ‘그리스도(Χριστός)’는 기름부음을 받은 곧 하나님의 통치권을 위임받은 왕을 가리킨다. 구약의 여호와의 날은 메시아의 도래로 성취되고, 신약의 하나님 나라는 그리스도의 초림으로 시작되어 재림으로 완성된다. 이런 맥락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분명해진다. 오직 예수님을 왕(메시아, 그리스도)으로 모시고 언제 어디서나 저마다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이루기 위해 말씀대로 준행하는 사람이다.

▶ “그 날에는 여호와께서 홀로 하나이실 것이요” 신명기 6장에 기록된 유일하신 하나님에 대한 고백과 동일한 말씀이다.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하나인 여호와시니 너는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신6:4~5)” 지금은 비록 물질이 하나님 노릇하고 사람이 왕 노릇하고,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만 그 날에는 오직 하나님만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 것을 선언한다. 그 날에는 오직 예수그리스도만 왕이심을 누구나 알게 될 것이다. “천하사람 중에 구원을 받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라 하였더라(행전 4:12).” 소위 ‘오직 예수이름으로만 구원을 얻는 다’는 다소 배타적이고 독선적으로 들리는 이 고백 속에 담긴 본뜻은, 세상의 부와 번영, 명예와 지식, 힘과 권력으로는 결코 구원에 이를 수 없다는 단순하지만 명확한 진실이다. ‘누가 하나님이냐, 누가 그리스도냐, 누가 왕이냐’의 문제는 성경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다. 성경은 시종여일하게 돈이나 사람, 그 무엇도 그리스도가 아니고 오직 예수님만 왕이심을 증거하고 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장차 누릴 ‘천국소망’을 넘어 지금 이 땅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이루기 위해 ‘천국소명’으로 사는 사람이다.

② (10절) “온 땅이 아라바 같이 되되 게바에서 예루살렘 남편 림몬까지 미칠 것이며 예루살렘이 높이 들려 그 본처에 있으리니 베냐민 문에서부터 첫문 자리와 성 모퉁이 문까지 또 하나넬 망대에서부터 왕의 포도주 짜는 곳까지라”

▶ 국가의 세 가지 요소는 ‘영토, 주권, 국민’이다. 이는 하나님 나라(天國)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온 땅이 아라바 같이 되되” 아라바는 유대 땅의 특정지명을 넘어 문자적으로 평원(평지)라는 뜻이다. “게바에서 예루살렘 남편 림몬까지”는 ‘백두에서 한라까지’처럼 모든 영토와 온 세상을 가리키는 관용구다. 여호와의 날에 세상에서 드높았던 모든 권세들이 하나님 앞에서 평지같이 낮아질 것을 의미한다. “선지자 이사의 책에 쓴바 광야에 외치는 자의 소리가 있어 가로되 너희는 주의 길을 예비하라 그의 첩경을 평탄케 하라 모든 골짜기가 메워지고 모든 산과 작은 산이 낮아지고 굽은 것이 곧아지고 험한 길이 평탄하여 질 것이요 모든 육체가 하나님의 구원하심을 보리라 함과 같으니라(눅 3:4).” 지금은 비록 돈이나 부동산, 명예(인기)나 건강(외모)을 최고의 가치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 날에 세상의 모든 권세와 자랑은 그분 앞에 무너져 굴복하게 될 것을 예언한다. 유한한 인생의 평준화를 선언한다. 60대에는 외모의 평준화, 70대에는 경제력의 평준화, 80대에는 건강의 평준화, 90대에는 수명의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마침내 모두 한 줌의 재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실존을 말한다.

▶ “예루살렘이 높이 들려 그 본처에 있으리니” 예루살렘은 하나님이 거하시고 통치하시는 하나님의 도성을 가리킨다. “베냐민 문에서부터...왕의 포도주 짜는 곳까지” 예루살렘성의 열 두 관문이다. 지금은 비록 하나님의 도성인 예루살렘에서 조차 하나님의 통치가 사라진 것 같지만 그 날에 하나님의 통치가 본래의 위상을 회복하게 될 것을 예언한다. 지금은 비록 악인이 의인노릇하고 의인이 모욕과 수치를 받는 혼돈과 혼란의 연속이지만, 그 날에는 모두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을 예고한다. 죽음은 끝이 아닌 본향(본집),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③ (11절) “사람이 그 가운데 거하며 다시는 저주가 있지 아니하리니 예루살렘이 안연히 서리로다”

▶ 예루살렘성은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도성, 예루살렘성전은 하나님이 거하시는 성소다. 예루살렘성전의 건축은 단지 건축물을 다시 짓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통치를 이루기 위해 말씀대로 준행하는 삶의 척도다. “사람이 그 가운데 거하며” 하나님의 영토와 주권이 회복될 때 포로가 된 하나님이 백성이 자유, 흩어진 하나님의 백성이 다시 모이게 될 것을 선포한다. “다시는 저주가 있지 아니하리니” 하나님의 통치가 회복될 때 모든 저주에서 벗어날 것을 선포한다. 전쟁과 재난, 기근과 수탈 모든 저주의 원인은 하나님의 통치를 잃어버린 까닭이다.

▶ “예루살렘이 안연히 서리로다” 하나님이 지으신 온 세상과 교회, 가정과 삶에 평화가 없는 이유는 하나님의 통치를 저버리고 하나님 아닌 것을 하나님처럼 섬기는 우상숭배 때문이다. 전쟁과 저주, 불안과 공포는 왕이 없기 때문이다. (삿21:25)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각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 이스라엘의 왕은 하나님이시다. 죄가 뭐냐? 살인 도적질 거짓말이 아니라 왕이 없는 것처럼 자기 소견대로 행하는 게 죄다. 의는 뭐냐? 뜻대로 하는 게 의다. 그렇다면 세상과 교회, 가정과 삶이 안연해지고 안전과 연락, 안정과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하나님의 뜻을 좇아 살며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솔로몬이 하수 이편을 딥사에서부터 가사까지 모두 다스리므로 하수 이편의 모든 왕이 다 관할한바 되매 저가 사방에 둘린 민족과 평화가 있었으니 솔로몬의 사는 날 동안에 유다와 이스랑이 단에서부터 브엘세바에 이르기까지 각기 포도나무 아래와 무화과나무 아래서 안연히 살았더라(왕상4:24~25).” 솔로몬의 시대에 온 나라가 안연했던 이유는 하나다. 솔로몬이 그에게 왕권을 위임하신 왕 되신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말씀대로 준행했기 때문이다.

▶ 우리의 삶에 안전과 평화는 어디서 오나? 예수그리스도가 다스릴 때 안연한 삶을 누리게 된다. 주님이 머리되신 교회가 될 때 교회에 평화가 임한다. 우리의 가정과 삶에 그리스도를 왕으로 모시고 주님이 다스리실 때 비로소 평화가 임한다. 모든 순간과 모든 상황에서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드릴까?’를 묻고 ‘내 주여 뜻대로 행하시옵소서!’ 내 뜻을 내려놓고 주님의 뜻을 구하며 주님의 뜻과 말씀대로 준행할 때 비로소 안연할 수 있다. 세상과 가정, 우리의 삶에 전쟁과 갈등, 분열과 다툼이 가득한 이유는 분명하다. 하나님의 통치를 떠나 다른 것들이 왕 노릇하고 다른 것들이 주인 노릇하기 때문이다. 이사야는 이와 같은 삶의 원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너희가 즐겨 순종하면 땅의 아름다운 소산을 먹을 것이요 너희가 거절하여 배반하면 칼에 삼키우리라 여호와의 입의 말씀이니라 (사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