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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전히, 오래된 낙인
김화순  |  givy4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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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10월 24일 (일) 23:52:59 [조회수 : 3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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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피부에 상처를 내고 물감을 들여 글씨나 그림, 무늬 등을 새기는 문신(타투)을 한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신을 한 사람을 보면, 평범한 사람은 아니겠거니 생각하며 흘깃흘깃 쳐다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무슨 그림인지, 어떤 글씨가 새겨져 있는지 자연스럽게 들여다보며 멋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또한 타투는 캔버스가 아닌 몸에 새기는 예술의 한 분야로 인정되어가고 있으며, 불완전한 자기 정체성을 보완하는 심리적 기능을 한다는 연구가 있다. 

이와는 다르게 정신적인 아픔을 겪고 있는 환자들을 향한 ‘정신병’이라는 낙인(stigma)과 편견은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신질환을 개인적 성격결함과 의지가 약해서 발병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뇌나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이해하여 심각한 정신질환자가 있어도 생산적인 일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긍정적 견해로 바뀌어 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그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인정하며, 그들에게 재활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료, 이웃 등 개인적 관계를 맺고 특히 결혼이나 아이를 돌보는 일 등, 이해관계가 얽히는 상황에서는 이들을 꺼리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부정적 견해는 주로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편견 그리고 언어·문화적으로 정신질환자를 비하하는 표현 등에서 학습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을 향한 부정적, 회피적 태도는 주거 및 고용, 사회적 지지의 접근성을 떨어뜨려 불안과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 정신질환자 스스로도 사회화되는 동안 사람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일련의 신념을 내면화하여 사회적으로 위축되고 낮은 자아존중감을 갖게 된다. 

일단 낙인이 붙여진 개인에게는 낙인에 해당되는 행동을 기대하고 그 개인의 정체성을 낙인에 국한된 역할로 제한시킨다. 그리고 낙인찍힌 사람 역시 지역사회의 태도를 학습하고 내면화하여 부정적인 자기개념을 형성한다. 일반적으로 개인은 사회화되는 동안 타인들이 정신질환자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 인지하게 되고 치료과정을 통해 공식적으로 ‘정신병’이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스스로 차별받는다고 믿게 된다. 이러한 낙인에 대한 인식은 정신질환자의 경제생활에 영향을 끼치며 대인관계를 포함한 사회적응, 삶의 만족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신과 진료를 두려워하며 ‘기록에 남느냐’는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이러한 부정적 측면을 잘 드러내 주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번 찍힌 낙인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한 사람의 인생을 쓸쓸하게 만든다. 전과자나 노비에게 낙인을 찍던 형벌이 사라진 지 아주 오래지만 낙인은 지금도 여전히 어딘가에서 소외 받는 이들의 마음을 찍어 누르고 있다. 사람들의 화살 같은 눈빛과 비난의 목소리는 그들의 마음속에 문신처럼 새겨져 수치심으로 초라함으로 자리 잡는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기본이념)에서는 “모든 정신질환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고, 최적의 치료를 받을 권리를 가지며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원치 않는 낙인이 새겨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빼앗겨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누군가가 우리 가까이에 있음을 기억하자. 그들이 왜 그런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사회적 불안과 갈등을 일으키는 진짜 요인이 무엇인지 숙고하며 새로운 마음가짐과 태도를 갖고 성숙한 시민으로 한 단계 나아가야 할 때다.

김화순∥중앙연회부설 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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