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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씩 다르다
이은주  |  몽고메리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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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10월 22일 (금) 00:11:08 [조회수 :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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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씩 다르다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더글라스 케네디 글 · 조안 스파르 그림, 두행숙 옮김, 밝은세상, 2020

온라인으로 주문한 책을 받을 때면 선물을 받는 기분이다. 값을 치렀고 예측 가능한 것일지라도 그렇다. 타국에 살아서 그런지 한글이 적힌 배달 상자는 반갑고 정겹기까지 하다. 상자를 꼼꼼하게 여민 테이프를 떼어내며 그 안에 담긴 책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기대하는 설렘은 마치 서점 앞에서 애인을 기다리는 마음 같다고나 할까.

두어 달 전, 책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를 만났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표지가 두 겹으로 되어 있는데 각각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림 속 아이가 넓은 밤하늘을 바라보는 모습과 거기에 적힌 문장, "나는 남들과 다르대. 근데··· 당연한 거 아니야?"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얼른 읽고 싶게 만들었다. 책날개가 있는 바깥 표지를 서둘러 넘겼는데 저런···. 책등 부분에 제본한 상태가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었다. 아마도 표지와 책등이 떨어진 모양이었다. 

이걸 반품해야 하나, 삼 초쯤 고민한 것 같다. 예전 같았으면 당연히 반품하고 다시 멀쩡한 책을 기다리는데다가 시간을 아낌없이 썼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새로 산 물건에 조금 흠집이 있어도 웬만하면 그냥 그런가 보다,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물건을 내가 정성껏 사용해주리라며. 게을러진 것인지 너그러워진 것인지, 아무튼 조금 변했다.

그런데, 이번에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를 다시 읽고 정리하면서 잘못된 책이 배송된 것이 아니라 누드 사철 제본한 책임을 알았다. 실로 책을 엮은 모습이 책등과 책장 사이 사이에 그대로 드러나게 제본한 것이다. 어쩐지 책을 꿰맨 빨간색 실이 밉지 않더라니···. 나의 너그러움은 사라지고 이 책이 특별하게 여겨졌다. 한 가지 더 특별한 점은 목차도 없다. 주인공 오로르 이야기는 어떤 순서나 제목 붙이기로 내용을 규정하는 것이 굳이 필요치 않다고 여긴 걸까? 책을 다 읽고 나서 내 맘대로 생각했다. 

오로르는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신비한 능력이 있는 아이다. 오로르는 말 대신 글로 소통하는데 아주 솔직하고 당당하다. 그 아이는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하며 사람을 돕는 일에 열정이 넘친다.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에서 어른이든 청소년이든 자신만의 방식으로 예의 바르고 행복하게 사는 오로르를 만날 수 있다. 

김치를 사러 큰아들 산이와 한인 마트에 들렀다. 산이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카트를 좀처럼 만지려고 하지 않더니 이젠 다시 카트를 운전한다. 엄마와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산이의 운전은 친절하다. 어떤 크기의 물건이든 엄마는 힘이 없잖아, 하며 자기가 옮겨 싣는다. 산이는 쇼핑 목록을 미리 읽어보는 걸 좋아한다. 간혹 내가 사야 할 것을 지나치면 알려주거나 평상시에 샀던 물품이 보이면 필요한지 묻곤 한다. 산이는 기억력이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산이랑 장을 보면 이래저래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김치와 반찬이 있는 코너에 이르렀다. 김치는 잘도 사다 먹으면서 반찬에는 선뜻 손이 안 간다. 만들어진 반찬은 당연한 줄 알면서도 비싸다는 오래된 생각 습관 때문인 것 같다. 그렇다고 재료를 사다가 잘 만들어 먹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그날도 단순히 어떤 반찬을 해 먹으면 좋을지 아이디어나 얻을 겸 해서 반찬들을 둘러 보며 나아갔다. 뒤따라 오던 산이가 나를 불렀다.

“엄마, 이거! 엄마가 좋아하잖아, 이거.”

몸을 돌려 산이가 가리키는 반찬을 보니 마늘종 무침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마늘종 무침이 눈에 들어왔으나 여느 날처럼 그냥 지나쳐 가던 중이었다. 사실 나는 마늘종을 엄청 좋아한다. 마늘종 장아찌, 마늘종 장아찌 고추장 무침, 마늘종 볶음, 마늘종 간장 조림. 하지만 산이에게 마늘종을 좋아한다고 표현한 적이 없으며 그 녀석이 마늘종이 뭔지 알고 추천하는지 의아했다.

산이도 오로르처럼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능력이 있나? 산이는 엄마의 뒷모습에서도 생각을 알아채나? 그러고 보니 산이와 오로르는 다르면서도 비슷한 구석도 있어 보인다. 나는 이 책 제목에서 '마음을 읽는'이라는 단어에 이끌려서 주문했는데 지금은 작가 더글라스 케네기가 만든 '아이 오로르'가 더욱 눈에 들어온다.

이은주 (몽고메리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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