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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외출
화요일 이른 아침 고등학교 후배
'K' 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 K 사장,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 선배님, 오는 목요일날 시간이 나세요? "
'왜, 무슨일이 있어?'
"10시 30분에 승마 예약을 해 두었습니다. "
' 난 승마를 단 한번도 해 본 적이 없어.
우리 옆집 Jill 이 할리, 씨시코 두 마리 말을
기르고 있는데도 이 나이에 낙마라도 해서
다칠 것이 두려워 시도 도 못하고 있는데...'
' 전혀 그런 걱정은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안내원이 있어서 안전합니다.'
' 그곳이 어딘데?"
"여기서 자동차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Shannadoah National Park Skyline Lodge 근처에 있습니다.
제가 아침 8시에 집으로 픽업하로 가겠습니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고. 근처에 있는
샤핑센터 파킹장에서 8시 30분에
만나지.'
"그 시간에 나가겠습니다. J 선배도
초청했는데 괜찮으지요?"
' 그럼, 괜찮고 말고 목요일 아침에
만나자고.'
후배 'C' 는 그렇게 엉뚱한데가 가끔 있다.
나는 그런 그를 아끼고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이문재 시인은 그의 시
'농담' 이란 시에서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으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라고 읊지 않았던가.
나도 감미로운 음악을 듣다 가, 감동적인
글이나 시를 읽다 가, 아름다운 풍경을 보다
가 문득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그때마다
카카오톡을 통해서 나의 감상을 그들과
나누곤 하는 버릇이 있다.
받는 사람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냐의
간절한 그리움을 담아.
그전날 'C ' 후배의 승마 제안을 걱순이
케롤에게 전했다가 ' 위험해서 절대로
안돼' 하고 벌쩍 뛰는 반대에 부딪쳤던 터라
아침 일찍 일어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을 나섰다.
케롤이 출근을 서두르다 말고
의아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며
'어디 가느냐?' 고 물었다.
'아침 약속이 있어서...' 하며 황급히
차 시동을 걸었다.
오늘따라 '무슨 약속?' 하고
꼬치꼬치 따지지 않는 그녀가 무척
고마웠다.
맹세코 나는 케롤에게 사실을 숨기거나
거짓말을 할 만큼 강한 심장의 소유자가
아니다. 적어도 나를 신뢰하고 있는
그녀에게 만큼은 투명한 인간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비록 그 열매가 쓰고 고통스럽더라도.
'승마 약속' 이라고 하면 기를 쓰고 반대할
것이 불 보듯 빤하다.
약속시간이 조금 지난 9시쯤에 'C' 후배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샤핑샌터 파킹장에 나타났다.
비교적 큰 'J' 선배의 현대 SUV 에 합승,
C 후배가 운전대를 잡았다.
하이웨이 I-66 를 질주, 운무가 자욱한
Skyline Drive 을 헤집고 2시간 이상 걸려
Skyline Drive 정상에 있는 Skylinr Lodge
근처에 있는 승마장에 도착했다.
Skyline Drive 는 내가 혼자서 자주 찿는
Driving Course 다.
3주 전에도 갔다 왔는데도 승마장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승마에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승마장에 들어서자 다섯명의 승마객들이
승마를 마치고 말에서 내려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20명의 말들이 마굿간 안에서
선택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말이 오늘 나의 운명적 파트너가 될 것인가?'
마굿간에 목을 내밀고 있는 20마리의
말들 중에 6- 7 마리의 말을 찾아가 인사를
건내며 콧잔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대부분 말들이 고개를 들이대며 더
쓰다듬어 달라며 나의 손길을 반겼다.
맨밑 끝 마굿간을 지키고 있는 션샤인만
제외하고. 나는 첫눈에 션샤인에게 맘에 끌려
션샤인의 머리를 수차례 쓰담으려고
시도 했으나 그는 내 손길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나와 케미스트가 맞지 않는 탓이리라.
그걸 타고닌 궁합이라고 한다.
나도 자존심이 있고 궁합의 신비를 믿고
있는 남자다. 어찌 나를 거부하는 션샤인을
택할 수 있겠는가?
맘을 바꿔 나에게 배당된 션샤인 대신
세번째로 줄서있는 나이트닝을 택하기도
했다. 앞 두 말은 백인 승마객이 타고,
네번째 말 릴리는 'J' 선배가, 다섯번째 말
션샤인은 후배 'C' 가 타게 되었다.
한 여성 종업원의 도움으로 난생 처음으로
말의 등에 올라타 고삐를 잡았다.
종업원이 ' 방향에 필요한 좌우 두 고삐를
잡아 당기는 방법, 스탑을 위한 고삐를
타이트 하게 쪼이는 방법, 속도를 위해
두 발을 키킹하는 방법등.. 간단한 승마요령을
알려주었다.
내 파트너 나이트닝은 나이가 18세, 하햔 털에
보라색 점박이가 있는 1,100 파운드(?) 정도의
아름다운 말이었다.
말들의 평균수명이 25-30세로 치면
나이트닝은 이미 죽음을 눈 앞에 둔
고령의 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말에 오르자마자 우선 내 이름을 밝히고,
' 나이트닝 반갑다. 너는 강하고 용감한
말이라는 걸 알고 있다. 오늘 잘 부탁한댜.' 하고
인사를 건냈다.
나는 오랜 숲속생활을 통해 동물들뿐만
아니라 꽃, 나무, 풀, 곤충, 벌래, 심지어
무생물들까지도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채험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다.
자연은 내가 그들에게 다가가는 모습
그대로 나에게 다가온다.
자연의 가슴은 늘 열려있다.
자기 자신의 가슴만 열면 누구나 자연과
대화를 나누었던 '성 프란치스코'가
될 가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이 세상은 너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울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 김춘수 시인의 시 '꽃' 일부-
한시간 정도 말을 타며 나는 계속해서
나이트닝에게 말을 건냈다. 나이트닝도
시종 몸짓으로, 때로는 '푸우 푸우 '하는
목소리로 나의 말에 대답을 했다.
나는 거의 말 고삐를 잡아당기거나
발꿈치로 나이트닝을 차며 나이트닝을
괴롭히는 일이 없었다. 나이트닝이
알아서 했다.
나와 나이트닝의 만남은 윤회 속에서
수만번 마주쳤던 연인관계일지도 모른다.
고맙다. 그리고 반가웠다.
난 나에트닝 너를 두고 두고
그리워할 것이다.
나의 연인 나이트닝!
09/19/2021 아침 메모
나의 연인 나이트닝을 그리며
버지니아 숲 속에서
박평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