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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지 말 것
숨지 말 것
시대의
일들 앞에서
사랑 속으로
숨지 말 것
또한
사랑 앞에서
시대의 일들 속으로
숨지 말 것
-독일시인 Erick Fried-
8월 31일, 8월의 마지막날이다.
'마지막' 이라는 단어는 늘 나를
소연케한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때가 되면 찾아왔다가
때가 되면 떠나간다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별은 늘 슬픈 것.
오늘 아침
독일 시인 Erick Fried 의 이
시를 읽고 짧은 메모를 가슴속에
남겼다
자기 합리화로
삶에서 도피하지 말것.
두려움 속으로
비겁하게 숨지 말것.
올 8월은 여로모로 잔인한 달이었다.
기록적인 무더위, 코로나바이러스
펜더믹의 재 확산,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라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종식,
그리고 어제 미국 남부 Gulf Coast 를
휨쓸고 간 Catastrophic Hurricane
IDA 가 까지....
나는 잠을 설쳐가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때로는 분노로
News 만 지켜보아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듯이.
이 세상은 도데체 지금,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또, 나는?
내 개인적으로는 8월에
오랫동안 멀리했던 골프를 다시
시작했고, 책꽂이를 지키고 있던
멈지낀 고전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잠자는 시간도 달라지고,
읽어나는 시간도 달라졌으며
나도 그만큼 달라졌다.
이익창출을 위해서 기업의
끊임없는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는
경제학자 슘펜터의 기업경영 이론은
기업에만 적용되는 이론이 아니다.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늙어간다는 것은 내 삶이
녹슬어 가는 것이 아니다
늙어간다는 것은 내 삶이
끊임없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새롭게 성숙해 가는 것이다.
아, 그리고 8월 어느날
55년만에 추억속 한 소녀가
소식을 전해왔다.
고향길에 피어났던 코스모스꽃
한송이가 내 가슴 속에 피어났다.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날 기억해
주워서 고맙다' 는 나의 인사말에
그 소녀는 말했다.
'정말 고마운 일은 이렇게 서로가
살아있다는 기적이지요.'
나는 새삼 깨달았다.
이 세상에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신비한 기적인가를.
독일 시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오늘 아침 그의 시
'어느 날 하느님이 물으실 것입니다' 를
통해 나에게 이렇게 도전해 왔다.
어느 날 하나님이 물으실 것입니다.
너희들은 내가 준 귀한 선물들을
잘 유지하고 있느냐?
너희의 얼굴을 내보이라.
기쁨과 희망이 잘 보존돼 있느냐?
나는 괴테의 질문에 대한 대답대신
나에게 이런 질문울 던졌다.
'너는 8월 한달동안
사랑에 충실했느냐?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했으냐? '
10여년전
독일 언론인 피터 제발트의
베네딕토 몬트로세 수도원 기행문
' 수도원에서 배운 삶의 지혜' 를 읽고난 후
내 삶의 모토로 택했던 지혜다.
'사랑하라
하고 싶은 일을 하라.'
08/31/ 2021 8월의 마지막날
스쳐가는 잡상들
버지니아 숲 속에서
박평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