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는 식사에서 시작되었다

<사회적 실험 그리고 초기 기독교적 정체성>, 할 타우직 지음, 조익표 조영희 장영진 이난희 옮김, 동연, 2018

기독교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요한복음 저자의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는 증언처럼 기독교의 시작은 말씀에 기초했다. 지금까지 기독교의 기원을 연구하는 문헌들은 초기 기독교의 형태를 말씀과 논쟁 속에서 탄생한 새로운 유대교의 형태로 이해했다. 그러나 기독교는 식사에서 시작되었다는 저자의 주장은 기독교의 기원을 말씀이 아니라 예전으로 본다는 의미에서 초기 기독교 이해에 대한 새로운 차원과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한다.

유니온 신학교 교수였던 저자 할 타우직(Hal Taussig)은 헬레니즘 식사는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정체성 형성에 기여했다고 주장한다. 초기 기독교의 식사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헬레니즘 세계의 모든 지역에 퍼져 있는-부자, 가난한 자, 정치가와 군인, 상인과 노동자, 노예와 여성 모두 기대어 누워-축제적인 식사를 함께 즐겼다는 것이다. 또한 식사 모임은 서로 함께 노래하고 논쟁하며 화해하는 자리였다. 즉, 식사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 이상의 공동체 활동이었던 것이다.

초기 기독교의 식사는 가난한 사람들, 다리 저는 사람들, 눈먼 사람들, 여성들, 세리들, 유대인들, 이방인들 등을 포함하였다. 식사 참가자 구성원과 관련하여 예수에 대한 비난은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먹었다는 것이다. 이는 예수가 먹는 것을 탐하는 자요 포도주를 즐기는 자라는 주장과 직접적으로 평행한다. 여성이 식사에 참석하는 것은 예수께 기름을 부은 여성에 대한  이야기들에 나와 있고(마태 26:6-13; 마가 14:3-9; 누가 7:36-50; 요한 12:1-8), 시몬 장모의 식탁 섬김과 (마가 1:31; 마태 8;15; 누가 4:39), 수 천명을 먹이시는 예수의 기적 이야기는 사 복음서에 기록될 만큼 식사와 식사에 초대된 구성원은 분명히 초기 기독교의 모습을 드러낸다. 

초기 기독교는 식사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였다(누가 14:15). 예수는 하나님 나라를 큰 잔치에 비유하면서, 가난한 사람들, 장애인들, 눈먼 사람들과 다리 저는 사람들 같은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을 강권하여 데려오라고 한다. 초기 기독교는 식사에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을 잔치에 초대하기 위해 헬레니즘의 축제적 식사를 수용함으로써 전통적인 유대교와 구별된 새로운 형태의 유대교로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책은 식사가 단순히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로마 제국에 저항하는 초기 기독교의 행위라고 주장한다. 리차드 호슬리가 십자가형이 갖는 반 로마적인 의미를 주장하듯이, 초기 기독교인들이 식사에서 “예수는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이라고 노래하는 것은 로마 제국에 대한 저항을 드러내는 예전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초기 기독교의 식사 모임을 사회참여와 예전적 형태는 오늘날 기독교 예배의 설교 중심적인 모습을 성찰하게 한다고 한다. 하지만 로마 제국에 저항한 초기 기독교의 식사 모임이 오늘날 예배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제시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김진양 목사(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사, 세계교회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