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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계절이 주는 고마움!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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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8월 04일 (수) 22:57:44 [조회수 : 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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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계절, 타는 듯한 계절, 내 방안 온도는 30도를 가리키고, 요리라도 할라치면 금세 33도에 이르는 여름이다. 게다가 시골집이라 천장이 낮아 그 열기는 고스란히 내 머리 위에서 밤새 맴돌다 새벽에 잠시 부는 미풍에 사라진다. 그래서 밤새 선풍기를 시간 설정을 해놓고 깨다 자다를 두 시간마다 반복한다. 며칠 전 너무 더워 에어컨을 켰는데 방안 온도가 너무 높아서 그런지 온도가 떨어질 줄 모르고 마냥 더운 바람만 나오는 것 같아 다시 선풍기로 대체했다. 아직 한여름 중이지만 달력을 보니 이번주 토요일이 입추다. 여전히 여름 한가운데에 있고, 이 더위가 지나가려면 한달 이상은 지나야 하지만 가을이라는 단어 하나에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참을 인’을 연거푸 떠올리며 8월에 있는 입추와 말복과 처서를 맞을 생각을 한다. 8월만 지나면 9월이니 좀 참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런 뜨거운 볕 아래 콩밭의 콩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어느새 내 무릎을 넘고 있다. 이주 전에 1차 순지르기를 한 뒤, 콩에 하얀 꽃이 피기 시작했다. 줄기 사이사이마다 돋아나서 피는 꽃들이 어찌나 반갑고 예쁘던지 콩잎들을 제쳐 한참을 구경했다. 잘 자라주어 고맙고, 잘 피어주어 고마웠다. 그런데 볕이 너무 뜨거워 어떤 꽃은 벌써 타들어가 검게 그을려 있어 마음이 심란했다. 엊그제 내린 비로는 해갈이 안 되었나보다. 조금 더 내려주면 좋을듯도 한데 이젠 비소식이 없다. 앞으로 지속되는 이 뜨거운 기온을 잘 견뎌주길 콩들에게 마음을 전한다. 

이 뜨거운 계절에 풀들도 맥을 못춘다. 지난번 깐 부직포는 예초 효과를 확실히 하고 있다. 중간중간 삐져나오는 풀들도 있지만 그것은 다가가서 손을 잡아당기면 금방 뽑혀 나온다. 부직포가 깔리지 않는 곳의 풀들도 습이 말라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하여 내 손이 가는 즉시 뽑혀 나온다. 습이 있었다면 어떻하든지 안나오려고 발버둥을 치다가 뿌리는 남기고 몸통만 뽑혔을텐데, 요즘 같이 바짝 마른 땅에서는 풀도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가능하면 체내 수분을 빼앗지 않으려고 지면에 바짝 붙어 있는 사는데 그 모습이 다리를 길게 뻗어놓은 문어와 같다. 몸통을 잡고 흔들어 빼면 뿌리까지 쏙 빠지는 것이 기분이 좋아 잠시 앉아 뽑고 있으면 1분도 채 안되어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이런 날은 풀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한다해도 상처뿐인 승리라 그다지 권하는 싸움은 아니다. 이런 것을 보면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맞다. 모든 것에 좋을 것도, 모든 것에 나쁜 것도 없는 것이니 주어진 일에 충실하면 될 것이다. 

이 뜨거운 볕 아래 드디어 거둬들이는 열매들이 있다. 붉은 볕만큼이나 붉은 빛을 내는 열매들이니 그중에 토마토와 고추가 그렇다. 지난 5월에 고추 모종 140여 주를 사다 심었는데 그때는 비가 적절하게 내린 덕분에 진딧물의 방해없이 잘 자라주었다. 특별한 병충해 없이 이주 전부터 하나씩 붉게 물들어가더니 지난주는 제법 고추밭다워지고 있었다. 멀리서 봐도 빨갛게 익은 열매를 알아볼 수 있었다. 붉은 볕 아래 빨간 고추가 제법 잘 어울렸다. 아니, 초록 물결 사이의 빨간 고추가 보색으로 눈에 확 띄어 입가에는 미소를, 눈은 맑게 해주었다. 그런 고추를 작은 소쿠리에 얼기설기 두 번 채웠다. 그리고 어제는 이틀 동안의 비와 뙤약볕 속에 소쿠리 한가득 땄다. 고추는 첫 물, 두물 … 이런식으로 하여 일곱 번 정도 딴다고 한다. 고추를 살 줄 아는 사람은 거의 둘에서 서넛물에 딴 것을 주문하는데 그때가 가장 실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처음보다는 조금씩 더 늘어가는 소쿠리에 기분이 좋아진다. 고추를 하나씩 딸 때마다 고추에게 고마운 인사를 한다. 잘 자라주어 고맙고, 잘 익어주어 고맙다고. 

붉은 토마토는 몇 번 따서 윗집, 아랫집, 옆집, 놀러온 지인에게 조금씩 나눠주었고 나도 몇 번 주스로 갈아 마셨다. 비에 취약하다는 토마토라지만 때마침 뜨거운 볕의 연속으로 올해의 노지 토마토는 성공한 셈이다. 아침에 일어나 멀리서 밭을 바라보면 밤새 붉어진 토마토가 눈에 들어온다. 닭들의 밀애 장소로 토마토 밭이 인기인 바람에 조금이라도 붉게 타올라치면 잽싸게 가서 딴다. 이리저리 노닐다 목이 마르면 붉디 붉은 토마토로 목을 추이는 통에 처음에는 닭들에게 양보를 하였다. 지금은 닭들보다 높이 매달려 있기 때문에 그것들은 모두 나의 소쿠리로 퐁당이다. 적은 양이라도 이렇게 따서 먹는 기쁨과 나눠주는 기쁨은 크다. 토마토 본연의 맛인 새콤달콤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직접 지은 텃밭의 열매는 우리의 입맛을 고급으로 향상시켜준다. 잊었던 옛 맛을 소환시켜 느끼게 해주고, 먼 기억속의 엄마의 요리를 생각나게 한다. 요리라고 해봤자 설탕에 재워 냉장고에 넣어놓고 열기가 한뜸 떨어지고 저녁상을 물리고 나면 후식으로 내오는 것이 전부였지만 지금도 그 맛과 전통(?)은 이어지고 있다. 맛과 기억과 나눔을 동시에 가질 수 있게 하니 붉은 토마토를 따면서 고마운 인사를 안 할 수 없다. 

뜨거운 계절, 불볕 더위 속에서도 익어가는 것들이 있다. 나는 “덥다 덥다”하며 궁시렁거리지만 나의 궁시렁거림 속에서 고추와 토마토는 붉게 익어 내 입을 진정시켜주는 고마운 역할을 하고 있다. 뜨거운 계절이지만 고추와 토마토는 내게 뜨거운 마음을 되살려주고 있다. 그래서 생명을 가꾸는 일이 이렇게 중요한가 보다. 그것이 사람이든 작물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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