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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를 날려줄 청량한 여름 음식 물회
임석한  |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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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7월 28일 (수) 00:40:31 [조회수 : 3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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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 자동차의 온도계를 보니 밖의 온도가 35도이다. 실제 체감온도는 38도란다. 에어컨이 없으면 일상을 유지하기 힘든 이런 날씨에는 집안에서 음식을 끓이고 만들어먹기가 참 부담스럽다. 이럴 때 떠오르는 여름 음식이 바로 시원한 물회이다.

물회는 1940년대 이후 어부들이 배 위에서 빨리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잡은 생선 중에 크기가 작아서 팔기 어려운 작은 고기들을 회 떠서 고추장이나 된장에 무친 뒤 물을 부어 마시듯이 먹었던 것에서 유래하였다. 어부들의 음식이었던 물회가 외식의 메뉴로 시작된 것은 1960년대 이후였다. 물회는 재료의 특성상 주로 바다 가까운 지역에서 발달하였고 각 지역의 특산 해산물을 넣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도에는 자리돔냉국이라는 이름으로 옥돔보다 흔하고 값싼 자리돔을 잘게 썰어 물회를 만들어 먹었다. 전통적인 제주도 자리물회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된장을 풀어서 만든 누런 국물과 고수처럼 특유의 매운향이 나는 향신료인 제피나무 잎과 자리돔의 뼈를 연하게 하려고 넣은 빙초산 한 두방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추장 물회국물과는 차이가 있다. 제주 사람들은 된장국에 밥 말아 먹듯이 자리물회에 보리밥을 말아서 먹었다.

경상북도에서의 물회는 된장이 아닌 고추장으로 비벼먹었던 것이 특징이다. 경북의 어부들이 새벽에 바다에 나가 잡아온 생선이 작아서 팔지 못하면 그 잡어들을 대충 썰어 고추장에 비벼 먹었다. 고추장에 비비면 회무침이 됐고 밥에 비비면 회덮밥이 됐고 물을 넣으면 물회가 됐다. 광어, 우럭, 도다리, 가자미, 노래미, 오징어, 꽁치 등등 내다 팔지 못하고 남은 생선들이 물회의 재료가 됐다. 

물회 대중화의 본고장은 경북 포항이다. 고(故) 허복수씨가 1960년대 ‘영남물회’를 열고 물회를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한 것이 원조로 알려져 있다. 경북지역 포항의 전통물회는 육수에 말아 먹지 않는다. 그냥 회와 밥, 채소, 양념장만 나오고 취향에 따라 비벼먹다가 물과 국수를 넣어 물회로 먹었다.  

물회는 강원도 동해안의 대표 음식메뉴이다. 현재 동해안 바닷가에는 대부분 물회를 판다. 하지만 강원도의 토박이들은 물회를 즐겨 먹지 않았다고 한다. 어부들이 즐겼을지 모르지만 갯마을까지 전파된 음식은 아니었다. 동해안의 횟집들에 물회가 메뉴로 올라간 시기는 1990년대부터이다. 1980년도 동해가 바캉스 여행지로 개발되면서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횟집들이 생겼고 1990년대부터 물회가 대중적인 메뉴가 되었다. 강원도 물회는 관광지인 동해안을 찾아오는 외지관광객들에게 맞춤형으로 진화한 음식이다. 고추장을 기본양념으로 한 새콤달콤매콤한 슬러시 같은 국물에 각종 해산물을 수북히 올려 한그릇에 온갖 생선들을 맛볼 수 있는 모듬물회의 형식이 그렇게 진화된 음식이다.

현재 속초의 3대 물회집은 ‘봉포머구리’ ‘청초수물회’ ‘속초항아리물회’집이다. 내가 가본 집은 ‘봉포머구리‘ 물회집이다. 머구리는 남자 잠수부를 말한다. 물회로 돈을 많이 벌었는지 현대식 4층 빌딩에 주차장도 넓게 확보했다. 식당이라기보다는 거대기업에 가깝다. 요즘같은 여름철엔 대기표를 받고 한시간은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 다행히 내가 갔을때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아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음식을 식탁에서 주문하고 서빙로봇이 음식을 가져다준다. 우리 가족 3명이 가서 모듬물회 2인분과 오징어순대1인분을 시켜 먹었는데 충분한 양이었다. 유명한 집은 역시 이유가 있었다. 분위기도 깨끗하고 바다전망을 감상하며 물회를 즐길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각종 싱싱한 해산물이 넉넉히 올려진 모듬물회는 16000원, 모듬물회위에 전복이나 해삼이 올려진 메뉴는 20,000원, 오징어순대는 15000원이었다. 특별히 전복이나 해삼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모듬물회만으로도 충분하다. 새콤, 달콤, 매콤하고 얼음이 동동 떠있는 시원한 국물은 더위를 식혀주기 충분한 맛이 있었고 오징어 순대도 함께 먹기 딱 좋은 궁합이었다. 밑반찬중에 팥죽과 두부는 아주 괜찮았다. 식사를 마친 나와 가족들은 아주 만족스러워 했다. 

그러나 속초 토박이들은 대형 관광식당 대신 작은 횟집에서 물회를 즐긴다고 한다. 장사항 해안에 위치한 ‘이모회집’이나 동명항 외곽에 있는 ‘구구집’이 토박이들이 자주 들른다는 집이다. 속초 아래 양양에서는 수산항에 위치한 ‘동쪽바다세꼬시’집이 물회로 이름난 집이다. 해안선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서 강릉 사천항 앞에 사천지리에 가면 물회마을이 있다. 이곳의 육수는 말지 않고 별도로 나온다. 

무더위를 날려줄 청량한 여름 음식 물회가 당기지 않는가? 혹시 시간을 내어 동해안 쪽으로 여행갈 일이 생긴다면 위에 소개한 물회집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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