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 성서를 그리다>, 김학철 지음, 대한기독교서회, 2010

그림, 제게는 별로 가깝지 않은 것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림을 붓으로 칠한 시(詩)라고 하던데요, 시가 쉽지 않듯 그림도 그 안에 담아둔 뜻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굳이 핑계를 대자면 어렸을 때 학교 수업 시간 가운데 미술 시간이 제일 싫었습니다. 예술 감각 같은 거창한 말은커녕 그림을 그리는 실력이 형편없었거든요. 집도 나무도 제대로 못 그렸고 사람 얼굴은 아무리 애써도 이상하게 나왔습니다. 밥 로스라는 사람이 ‘그림을 그립시다’라는 방송을 하면서 했던 말 ‘어때요, 참 쉽죠?’ 맨날 그림 그리기 점수가 바닥이었던 저로서는 정말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싶었습니다. 그렇게 그림 그리기도 어려워했으니 그림을 보는 눈도 그림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읽어내는 눈도 제게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여러 목사님들 방에서 같은 그림을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림이 어두워서 가까이 가서 보기 전에는 뭔지도 잘 몰랐는데 여러 곳에서 같은 그림을 보다보니 무슨 그림인지 궁금해지더라구요. 알고 보니 렘브란트가 그린 ‘돌아온 탕자’였습니다. 아, 그래서 목사님들 방에 이 그림이 많았던 거구나 알게 되었죠. 하지만 제목을 알고 보아도 그 그림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기 어려운 건 여전했습니다. 

그러다가 이 책 <렘브란트, 성서를 그리다>를 읽게 되었습니다. 성서학자가 그림을 말한다는데다가 이 책 안에 그동안 궁금했던 ‘돌아온 탕자’를 설명해 준다는 데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렘브란트, 많은 그림 가운데 성서 내용을 담았답니다. 번화한 곳에 큰 집을 가질 만큼 화가로서 성공하기도 했지만 아내가 죽은 뒤에 파산했으며 작은 집으로 이사할 만큼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인기도 사라지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도 성서 내용을 담은 그림을 여전히 그려냈습니다. 그가 그린 ‘마태와 천사’를 풀어낸 글을 보니 렘브란트에게 성서란 ‘손을 대고’ 이해하며 읽어야 하는 책이었다는 겁니다. 바로 그 마음으로 그는 성서를 보았고 그가 성서를 읽으며 이해한 내용을 그림으로 펼쳐 놓은 거죠. ‘설교하는 세례자 요한’과 ‘선한 사마리아인’에는 성서에 나오지 않는 개를 그려 넣으면서 우리가 성서를 읽으면서 더 넓고 깊은 상상력으로 그 시대와 오늘 우리 모습을 이해하도록 돕기도 합니다. 

목사님들 방에 많이 있던 ‘돌아온 탕자’, 왜 그림에 어두움이 많은지 왜 밝은 빛이 비치는 곳이 있는지 그 얼굴과 낯빛 그리고 그 손은 어떤 마음을 담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읽고 다시 그림을 보면서 성서에 쓰여 있는 글로는 다 볼 수 없는 사랑을 보며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했습니다. 

성서, 손을 대고 이해하며 읽고 그 글씨 안에 다 담지 못한 마음을 그림으로 펼쳐낸 화가처럼 더 진지하게 말씀을 읽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온 세상에 펼쳐진 모습들 가운데 담겨있는 하늘 아버지 마음을 찾아보아야겠습니다. 

송주일 목사(신장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