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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를 맞으며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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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7월 07일 (수) 23:22:11 [조회수 : 3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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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6월 중순부터 시작한 장마가 예년에 비해 늦었다. 농부는 장마가 시작되기 전 그 어느 때보다 손놀림이 빠르다. 캐어야 할 것과 심어야 할 작물들이 비 피해를 입지 않게 하려고 이맘때는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 6월 한 달은 뻐꾸기도 덩달아 청아한 소리를 낸다. 뻐꾸기가 부산스럽게 “뻐꾹뻐국” 울때면 6월 작물을 심으라는 신호탄이다. 어떤 때는 뻐꾸기 소리가 나지 않을 때 혹 내가 작물 심는 시기를 놓친 것은 아닌지 찬찬히 귀를 기울여보기도 한다. 그러면 들리지 않았던 뻐꾸기 소리가 산으로부터 전해올 때 괜히 마음이 놓이는 경우도 있다. 고마운 소리다. 

대표적으로 캐야 할 것이 감자다. 3월 중순 경에 심은 감자는 주마다 내린 비 덕분에 봄 가뭄을 면했다. 그래서 이번 해는 거의 알이 굵고 큰 감자를 수확하였다. 훈련원의 밭을 빌려 처음 농사를 지은 서울 사람들도 생각지 않은 감자 풍년에 몸둘 바를 모르는 눈치다. 5킬로씩 담아 지인들에게 판매 공지를 돌렸더니 완판이란다. 이렇게 첫 해 농사가 잘되면 그 다음해도 기대를 갖고 농사를 지을 힘이 난다. 초보 농사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이번이 호재인 셈이다. 지난 주일 교회 간식으로 사모님은 햇감자를 으깨어 식빵에 넣어 선물해줬다. 받은 즉시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해치웠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포실포실하고 단 감자가 부드러웠다. 햇감자의 매력이다. 

두 번째 수확은 마늘이다. 작년 10월 중하순 경에 심은 마늘은 겨우내 땅의 깊음 속에 있다가 봄이 되어 파릇파릇 새싹을 돋는다. 파릇한 새싹은 봄의 따뜻한 기운을 받아 무럭무럭 자라나 사람에게 마늘쫑을 선사한다. 그것을 뽑아다 무쳐 먹기도 하고, 볶아 먹기도 하고, 장아찌로 담가 일년 내내 입맛 없을 때 반찬으로 먹기도 한다. 봄은 지천에 널린 것들이 반찬이라 하는데 마늘쫑도 마찬가지다. 나도 이번에 이웃이 준 마늘쫑으로 한달내내 반찬 걱정없이 지냈다. 그리고 줄기차게 내린 비로 이번 마늘도 풍년이란다. 감자마냥 알이 굵고 크다. 소속 교회 목사님 내외는 감자, 마늘을 심고 수확하여 6월이면 교인들에게 선물로 내준다. 덕분에 나도 그 기차에 올라타 매년 감자와 마늘을 얻어먹는다. 목사님네 마늘은 유기농 마늘이라 그늘에 잘 걸어놓으면 그 해 겨울을 맞기까지 알이 부서짐없이 튼튼하게 걸려있다. 중간에 반찬에 필요한 마늘다짐으로, 겨울 시작 전엔 김장에 넣을 마늘로 요긴하게 쓰인다. 매년 고마운 일이다. 

이제 6월 장마가 시작되기 전 바쁘게 심어야 할 것이 있다. 하나가 콩이다. 6월 초순부터 6월 말, 어떤 지역은 7월 초순까지 심는다고 하는데 6월 중순이 가장 괜찮다고 하는 것이 주변의 말이다. 너무 일찍 심으면 콩이 무성하기만 하여 손이 많이 가고, 너무 늦게 심으면 콩이 덜 여문다는 얘기가 있다. 뭐든 제 때에 해야 된다는 말이다. 나도 6월 바삐 심어 중간에 올라오지 않은 자리에는 다시 심고, 비닐을 뚫고 나오다 힘이 없어 주저앉는 콩들을 일으켜 세우는 일을 며칠 걸려 하였다. 그러고 나니 지금은 제법 잘 자라 콩밭다운 밭이 되었다. 중간에 산새들이 달려들어 쪼아 먹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훠이 하고 손뼉을 쳐서 경고를 한다. 그나마 천만다행인 것은 고라니가 내려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라니는 모든 작물의 최대 피의자이기 때문에 몇 년 전 이웃의 젊은 내외는 고추와 콩이 남아나지 않았다. 게다가 딱히 먹지 않는다던 참깨와 들깨 순까지 먹어치운 바람에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들깨다. 콩과 들깨는 뿌리만 활착되면 어디든지 잘 자란다는 이점이 있다. 들깨는 더욱 그렇다. 들깨 모종을 키우고 심는 것이 번거롭다고 생각해서 이번에는 바로 직파를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 올라오지 않아 번거로운 일을 새삼 거쳐야했다. 내가 키운 모종은 맨 흙을 가지고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여 키워서 그런지 자람새가 통 여의치 않았다. 그래도 튼튼한 맛은 있어서 군데군데 보식을 했다. 그리고 또 목사님네 들깨 모종을 얻어다가 비어져 있는 구멍에 모두 심었다. 마지막 구멍에 모종을 넣고 흙을 덮을 때에 하늘에서 후두둑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 어쩜 이리도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인가. 덕분에 지금은 그 들깨들도 땅에 뿌리를 잘 내리고 있다. 

고추와 토마토도 장대비에 쓰러지지 않도록 지주대를 잘 매어주었다. 주위에 풀들도 조금 정돈했다. 이렇게 해놓고 보니 마음이 놓인다. 6월 한 달은 그렇게 보낸 듯 싶다. 아직 해야할 일, 3차 4차 풀과의 전쟁이 남았지만 그것은 잠시 보류다. 농부에게는 농사를 짓는 한 해 동안 딱 세 번의 여유가 있단다. 三餘! 첫 번째 여유는 겨울날 눈 내리는 때이고, 두 번째 여유는 하루 농사를 마치고 돌아온 저녁때이며, 마지막 여유는 여름날 비가 오는 때란다. 이렇게 세 번의 여유 시간을 통해 몸과 마음을 쉬게 하여 재충전을 갖는 것이다. 나는 지금 세 번째 여유, 장마 때를 맞고 있다. 장마 전 부지런히 손을 놀려 해야 할 것들을 해 놓으면, 비가 내려도 쉬어도 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을 것이요, 장마가 그치면 그때는 다시 해야 할 것들을 하면 될 것이다. 올해는 그래도 때를 따라 농사를 짓고, 여유도 맞고 있으니 조금씩 농부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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