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물리학의 최전선

<LHC, 현대물리학의 최전선, 신의 입자를 찾는 사람들>, 이강영 지음, 사이언스북스, 2014

인간이 철학 혹은 신학을 시작할 때부터 물어왔던 질문은 “진리란 무엇인가”이다. 그런데 물리학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물리학이 철학 및 신학을 대신하여 그 대답을 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철학 혹은 신학은 ‘진리’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물리학은 ‘보편적 원리와 법칙’이라는 말을 사용할 뿐이다.

물리학으로 대변되는 자연과학의 역사는 무수한 자연 현상 속에서 보편적인 법칙 혹은 원리를 찾아내는 일의 역사다. 만일 보편적인 자연 법칙이 없다면 그래서 모든 일이 아무 규칙 없이 제멋대로 일어난다면 과학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을 테고 우주가 이런 모습일리도 없으며 사실 우리가 생명을 유지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보이고 느껴지는 현상의 배후에 어떤 보편적인 원리와 법칙이 있고 단순한 법칙 뒤에 보다 더 보편적이고 심오한 원리가 있다는 생각이 물리학의 근저에 깔려 있는 사고방식이다. 그래서 물리학을 단순화해서 정의하자면 더 많은 자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더 보편적이고 더 근본적인 법칙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물질의 본질을 더 보편적으로 더 근본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역사적으로 고찰하며 최초의 원자론자인 데모크리토스를 주목한다. 저자는 데모크리토스로부터 태동한 일련의 사람들이 모든 자연만물은 아주 단순한 기본 물질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니게 되었고, 그들의 이론이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근,헌대에 이르러 주목 받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원자론자들이 주목 받게 된 이유는 아이작 뉴턴의 기념비적 저서 <프린키피아> 이전의 과학적 사고의 유산들과 이후 확립된 물리학 방법론으로부터 축적된 과학적 방법론에 기인함을 길게 서술한다. 그리고는 마침내 영국의 화학자 존 돌턴에 이르러 비로소 데모크리토스에게는 상상적 존재였던 ‘원자’가 과학 개념으로 새롭게 부활하게 된다.

저자는 존 돌턴 이후 원자를 둘러싸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밝히면서 물질의 구조에 대한 인간의 이해가 어떻게 깊어지는지, 그리고 원자 단위 이하의 세계를 관측하기 위한 노력이 어떠했는지, 그래서 결국 어떻게 LHC(Large Hadron Collider)라 불리는 ‘대형강입자충돌기’를 계발하기에 이르렀는지를 서술한다.

‘LHC’, 즉 ‘대형강입자충돌기’는 원자 이하의 세계를 탐구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의 결정판이다. 이 장치의 원리는 간단하게 말하면 거대한 튜브 속에 양성자를 넣고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킨 다음, 양성자끼리 충돌시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는 실험 장치다. 이를 위해 거대한 장치가 필요하기에 ‘대형강입자충돌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왜 이렇게 거대한 실험을 하는 걸까? LHC가 만들어 내는 고에너지 상태는 우주가 만들어진 대폭발 직후 1조분의 1초의 상태를 재현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이용해 우주가 생겨나는 순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불질과 시공간의 모습은 어땠는지, 그리고 이 우주의 궁극적인 원리는 무엇인지 탐구하려는 것이다.

세계와 인간의 근원에 관한 진리, 혹은 보편적 원리나 법칙에 대한 의문은 결국 신의 존재, 혹은 신에 관한 근원적인 물음으로 향하게 되는데, 신의 입자를 찾아가는 한 물리학자의 과학과 역사를 아우르는 폭넓은 시야를 통해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과학의 가장 극단적인 희망은 보편 법칙과 원리와 역사적 우연성들을 모두 포함해 자연 현상 전체를 설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종교적으로 보면 신만이 가능한 일을 인간의 과학이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근원적인 물음은 사유로만 접근 가능했는데, 이를 실증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저자의 주장은 종교인인 필자에게 매우 흥미진진하다.

신태하 목사 (보문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