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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철학의 자연주의 방랑식객 故 임지호 셰프
임석한  |  skygrac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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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6월 15일 (화) 19:59:04
최종편집 : 2021년 06월 15일 (화) 20:00:39 [조회수 : 3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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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5일(토) 세계적으로 이름난 자연친화적인 요리사인 임지호 셰프가 65세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여러 방송에서 연예인들에게 철학이 있는 따뜻한 밥상을 내주며 깊은 이야기를 나눴고 보는 이들에게 위로와 힐링과 감동을 안겨주었던 모습을 보고 참 인상적이었는데 이렇게 일찍 삶을 마치게 되다니 아쉬움이 밀려온다. 

“음식은 종합예술이고 약이며 과학이다!” “음식은 자연과 대지의 에너지를 스스로의 감성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심장의 울림과 손의 에너지로 완성한 음식이 생명을 살린다” 그가 한 말들이다. 생명과 자연에 대한 철학이 있는 요리사 임지호셰프는 안정보다는 길 위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해 왔다. 방랑식객 임지호는 음식과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갔다. 그는 일반적인 요리사들과 달리 바다와 산과 들과 강에서 얻는 다양한 자연의 재료를 활용했다. 식물을 ‘대지의 축복’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자연의 모든 재료가 생명을 살리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고 일러준 한의사 아버지의 영향이었다. 

1955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임지호는 한의사 집의 서자(庶子)로 상처투성이였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린 시절 “주워온 아이”라는 주변의 수군거림과 차별을 겪으며 자랐다. 그의 본가(本家) 양어머니는 그가 태어나기 몇 해 전 친아들을 홍역으로 잃었다. 아버지가 대를 잇기 위해 씨받이로 새로 여자를 들였는데 바로 임지호의 친모이다. 친모는 아이를 임신한지 모르고 이런 저런 이유로 집을 나갔다. 혼자서 아이를 낳아 키우던 친모는 아이가 세 살 되던 때 그를 아버지 집으로 보냈다. 그가 집안의 대(代)를 잇는 독자(獨子)가 된 것이다. 자신을 아버지 집에 맡기고 돌아가는 길에 친모가 교통사고를 당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그의 나이 16살 때 처음으로 전해 듣게 되었다고 한다. 집에 계신 어머니가 친어머니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된 후에 전국을 떠돌면서 생모의 흔적을 찾아다녔다. 방랑식객이 된 그의 삶은 그리운 생모의 흔적을 찾겠다는 마음때문이었다. 

재주가 많은 그는 그 모든 것을 독학으로 깨우쳤다. 12살에 가출해서 그는 식당에 취업했다. “의식주가 해결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10대 남자아이가 할 수 있는 건 설거지와 청소 그리고 배달이었다. 그 어린 시절 17-18세기 철학서와 인문서에서 위안을 찾았다고 한다. 요리에 열정을 갖고 있던 그는 음식점 주방을 눈여겨 보기 위해서 한동안은 서울 소공동, 북창동 일대 식당에 연탄을 배달했다. 밤이 되면 낮에 보았던 주방에서 만들던 음식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음식 만들기에 몰두했다. 20살 때 그는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음식을 만들다 보면 마음이 편해졌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가 요리사라는 직업을 갖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한 거지의 조언’에 있다고 밝혔다. 전국을 떠돌던 시절에 그는 수많은 거지들을 만났다. 그 중의 나이 많은 거지 한 사람에게 소주를 대접하며 물었다. “당신처럼 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거지는 답했다. “기술이 한 가지 있다면 기술은 너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임지호셰프의 삶을 담은 ‘밥정’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았다. 2020년 10월에 개봉된 영화다. 영화를 보며 내가 느낀 임지호셰프는 참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고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그의 삶 전체를 끌고가는 무언가는 ‘세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자신을 낳았지만 생이별해 얼굴조차 모르는 친어머니, 그런 친모를 찾겠다고 집을 나선 어린 ‘임지호’를 항상 걱정하면서 가슴으로 기르신 양어머니, 그리고 지리산 길 위에서 만나 인연을 맺어 10년을 모신 그의 세 번째 어머니 ‘김순규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갑작스레 찾아온 김순규 할머니의 슬픈 소식을 듣고 그는 또 한번 임종을 지키지 못했음에 눈물을 흘리고 전국을 다니며 그만의 식재료를 모으기 시작한다. 낳아주고 길러주고 마음을 준 세 분의 어머니를 위한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그는 3일간 쪽잠을 자며 108가지의 음식을 그리움과 진심을 눌러담아 준비한다. 그렇게 밤을 새워 만들어 마루에 쭉 펼친 각종 요리들은 그가 세 분의 어머니에게 얼마나 감사하고 미안하고 또 그리워하는지 느끼게 한다. 

이제는 고인이 되었기에 그를 더 볼 수 없지만 그에 대한 방송들을 한번 보면 좋겠다. 자신의 요리에 자연과 생명에 대한 철학과 의미를 담는 모습과 자신에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 그리고 한 사람을 위해 자신의 최선을 다해 밥상을 준비하는 모습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존중은 목회자들이 목회를 할 때 배우고 적용해야 할 덕목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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