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평화의 오랜 지혜를 되살리는 법

<종교가 사악해질 때>, 찰스 킴볼 저, 김승욱 역, 현암사, 2020

종교는 인류역사에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종교는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종교로 인하여 인류역사는 최악의 비극을 빗기도 했다.

<종교가 사악해질 때, 타락한 종교의 다섯 가지>의 저자 찰스 킴볼(Charles Kimball)은 침례교 목사이며, 하버드 대학에서 비교종교학을 공부했고, 오클라호마 대학교 종교학과 교수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인간이 저지른 최악의 행동들이 종교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경우가 많음을 지적하면서, 종교가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타락했을 때 그 어떤 것보다 인류 역사에 가장 위험했음을 말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종교의 이름으로 세계 곳곳에서 학대, 살인, 테러, 전쟁 등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인류역사를 비극과 파괴로 이끌은 타락하고 왜곡된 종교의 징후는 무엇인가? 그는 종교와 정치에 대한 전문가로서 이 책에서 타락한 종교의 다섯가지 징후를 말하면서, 다시 종교가 제 기능을 회복하여 이 땅에 정의와 평화를 만들어 줄 것을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은 다음 목차를 통해 변질된 종교의 모습과 회복되어야 할 종교의 참된 모습을 말하고 있다.
1. 종교 그 자체가 문제인가?: 아니기도 하고 그렇기도 하다. 종교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생명, 정의, 평화를 이루어 왔다. 그러나 동시에 종교를 이끌어온 이들은 배타성과 폭력성을 조장하여 그로 말미암아 인류 역사를 증오와 파괴와 죽음으로 내몰기도 했다. 이로 인한 잘못되고 위험한 종교의 증후는 무엇인가?

2. 자기들만 절대적인 진리를 알고 있다?: 첫 번째 위험신호는 자기들만이 절대적인 진리를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경전의 오용과 악용이 빈번히 일어난다. 경전에서 자신들이 이용할 만한 일부 구절만 가려 뽑아 그것을 절대 진리라 주장하면, 그 종교는 타락할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악이 고개를 들 수 있는 징후다.

3. 맹목적인 복종: 둘째, 맹목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현상이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려는 노력을 멈출 때, 종교 지도자가 사람들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의문을 억누를 때, 맹목적인 복종을 요구할 때 그 종교는 타락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4. ‘이상적인’ 시대의 확립: 셋째, ‘이상적인’ 시대를 확립하려는 태도다. 희망적인 미래에 대한 욕구 자체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특히 모든 종교는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이상적인’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을 특정 종교의 세계관과 연결하고, 이상적인 사회를 편협하게 정의하고, 그 비전을 실행하려는 강한 의지가 있다면 그것은 편협한 신념으로 사회를 잘못 이끌어가게 된다. 

5. 목적은 모든 수단을 정당화한다?: 넷째,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정당한 방법으로 종교적 목표를 실현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숭고한 목적이라는 미명하에 모든 수단을 정당화한다면 이미 타락한 종교가 된 것이다. 

6. 성전 선포: 마지막으로, 종교의 이름으로 전쟁을 선포하는 현상이다. 세상 만물의 평화로운 공존에 대한 종교의 가르침을 실천하기는커녕, 이기적인 명분으로 전쟁을 ‘거룩하다’고 선포하는 것은 종교가 타락했다는 명백한 징후다. 진정한 종교의 핵심에는 항상 평화가 있다. 신자들의 내적인 평화에 대한 약속, 그리고 다른 창조물들과 평화로운 공존을 꾀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7 전통에 뿌리를 둔 포용적인 믿음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 종교의 자유는 좋은 것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종교를 강요하려는 사람들에게서 자유로울 수 있는 종교로부터의 자유 역시 마찬가지다.

- 신앙의 체계도 중요하지만, 결국 더 중시되는 것은 정통 교리보다 바른 행동이다.

- 불변의 진리는 없다. 매일 공부와 교육에 시간을 바치는 사람들조차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성직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번 던져보라. 2년 전, 5년 전, 혹은 10년 전에 했던 설교를 꺼내 다시 읽어본 적이 있는가? 당신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거룩한 안식일이란 그 자체로서 목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쉽게 종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수단이라는 뜻이다. 예수는 사람에게 이로운 것을 가장 먼저 생각했다.

- 요즘 많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WWJD라는 글자가 눈에 잘 띄게 새겨져 있는 천 팔찌를 차고 다닌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What Would Jesus Do’의 약자인 이 글자는 예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자신의 행동을 끊임없이 되돌아봐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예수님을 따르는 모든 사람이 잠시 자신을 돌아보면서 이 간단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면, 너무나 중요하다고 여겨졌던 목적들 상당수가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 기독교인과 무슬림 모두 자기들 종교의 핵심이 평화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각자 거룩하다고 선포된 대의를 위해 파란만장한 싸움을 벌여온 오랜 역사가 있다.

- 공동의 선을 위한 협동은 앞으로 종교 간의 대화에서 반드시 중요한 초점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손에 손을 잡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거나 공평한 교육 기회와 마약 같은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신학적인 합의에 도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 한국 사회는 종교 박물관이라 할 정도라 샤마니즘, 유교, 불교, 천주교,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들이 공존한다. 그런데 이 많은 종교들로 인하여 정의와 평화와 사랑이 넘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사회 분열과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기독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기독교인들은 좀 더 냉철한 눈으로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우리 자신을 냉철하게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홍기석 목사(로마연합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