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들이 겪는 고난

(<점령되지 않는 신앙> Faith Under Occupation: The Plight of Indigenous Christians in the Holy Land. 세계교회협의회(WCC) 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역, 2016)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충돌은 2014년 충돌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유엔과 이집트의 휴전 제안을 수용하여 지난 2021년 5월 21일 휴전에 들어갔지만, 11일간의 충돌은 어린이를 포함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잊을만하면 수시로 되풀이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충돌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갈등을 종교적 갈등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갈등의 근본적인 문제는 땅을 둘러싼 소유권 다툼이다.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불법적으로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 정착촌을 동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역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는 것이 분쟁의 근본적 문제인 것이다. 

『점령되지 않는 신앙』은 세계교회협의회의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에큐메니칼 동역자 프로그램”(Ecumenical Accompaniment Programme in Palestine and Israel, EAPPI)이 팔레스타인에 파송한 21명의 에큐메니칼 동역자들(EAPPI)의 유대인 정착촌이 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21개의 구체적인 사례를 담아 출판한 Faith Under Occupation을 번역한 것이다.

팔레스타인에 파송된 에큐메니칼 동역자들(EAPPI)은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마을의 샘물을 훼손하는 이야기, 학교가 이스라엘 점령군의 불도저에 밀려 사라지는 이야기,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총구로 겨누며 쫓아내려 했던 이야기, 검문소의 위협적인 심문과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당하는 모욕과 인권침해 이야기, 그리고 유대인 정착촌으로 인한 토지 몰수와 폭력 등의 참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사람인 미국 출신의 에큐메니칼 동반자 웨인 스미스(Wayne Smith) 목사는 복음주의 언약교회 목사로 평생 목회를 하면서 예루살렘과 성지에 늘 관심을 가지고 이스라엘 국가 건설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증언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착촌으로 인해 고난 받는 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의 삶을 보고 그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이제 이스라엘 점령지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강제로 이주시키는 이스라엘 정착촌 확장을 신학적으로 지지하는 기독교 시오니즘을 비판하며 고난 받는 팔레스타인들과 함께 정의와 평화의 길을 걷는 순례자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이 책의 또 다른 저자인 한 변호인은 예루살렘에 갈 수 없는 성공회 예루살렘 교구 주교이자 교구장인 수헤일 다와니(Suheil Dawani)주교의 2010년 거주권 갱신 신청이 거부되었다고 증언한다. 이스라엘 당국은 그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연합하여 유대인 소유의 땅을 팔레스타인에게 넘기려 했으며, 유대인의 땅을 교회의 이름으로 등기하도록 협조하였다는 것이다. 다와니 신부는 모든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항의 서신을  이스라엘 내무부에 보내고, 이를 위해 영국 외무장관, 이스라엘 주재 영국 대사, 예루살렘 주재 영국 총영사, 미 국무부도 다와니 주교를 도왔으나 이스라엘 당국은 거주권 갱신을 해주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13개월 뒤 거주권 갱신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이스라엘 당국이 이처럼 예루살렘 거주권에 대한 폭력을 행사하는 이유도 다름 아닌 땅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이 거주권 갱신을 거부당할 경우, 가족과 이별하고 생계를 잃게 되며 교육과 병원 치료의 단절, 예배 드릴 권리가 부정되는 등 인간의 기본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다.

이 책은 유대인 정착촌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그리스도인들의 현실이 얼마나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고, 점령을 종식하고 유대인 정착촌 확장을 반대하여 정의로운 평화를 구현하기 위해 우리가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부록에서 제시하고 있다.

김진양 목사(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사, 세계교회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