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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불쾌감을 참아내는 용기
김화순  |  givy4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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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5월 23일 (일) 23:44:53 [조회수 : 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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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라는 넓은 바다를 헤쳐 그 끝자락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대중 앞에서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일에는 무거운 부담감을 느낀다. 부득이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녹화된 강의나 설교 영상을 보고 있자면 허름하기 짝이 없는 내 모습에 화면을 닫아버리곤 한다. 얄팍한 지식을 내보이려거나 위선적이거나 이중적인 태도를 반영해 주는 화면은 당황을 넘어 걱정을 자아낸다. 말과 글이 가진 힘과 영향력을 생각할 때 조심스럽고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이지만, 약점과 부끄러움을 털어낼 곳이 마땅치 않으면서 여전히 글을 쓰거나 생각을 말해야 하는 나 같은 사람의 한계일 수도 있겠다.

인생에 대한 요령은 늘어가지만, 이러 저러한 걱정과 염려로 숨고 싶어 하는 내 안의 어린 아이를 종종 만나게 된다. 누군가를 이끄는 일, 내가 가진 지식을 나누는 일, 힘들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과 같은 역할은 그만두고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만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럼에도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와 그것을 붙잡으려는 갈등은 아마도 끝나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다. 자신의 한계에 대한 인식과 그 한계를 넘어 보다 성숙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소망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간절한 욕망이 아닐까 싶다.

분석심리학 관점에서 콤플렉스는 일종의 감정덩어리다. 콤플렉스는 정상적인 사고의 흐름을 방해하고 당황시키며 화나게 하는 현상들이다. 콤플렉스를 의식하지 못하고 무의식에 그냥 내버려 두면 의식의 질서가 깨지고 강박적인 사고를 하게 되고 생각이나 행동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콤플렉스를 의식화하는 것은 인격성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작업인데 이를 깨닫기 위해서는 고통을 참아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의사이며 분석심리학자인 이나미 교수는 구약성경 요나의 이야기에서 큰 바다에서 위험하고도 엄청난 힘을 가진 물고기에게 잡아먹힌다는 비유는, 무엇이든 뱃속에 품으려 하거나, 혹은 삼켜서 파괴시키는 인간 안에 내재되어 있는 모성 콤플렉스의 비유일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모성 콤플렉스에 사로잡히면 퇴행해서 거대한 고래 같은 어머니의 품으로 도망가려 할 수도 있다.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따뜻한 모성으로 회귀할 수도 있지만 부정적으로 작용하면 개인의 독립과 성장을 방해하는 파괴적인 힘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요나 이야기는 이 같은 모성 콤플렉스를 극복하여 우리가 어른이 되는 고통스러운 과정의 상징이라고 본다. 

우리 각자에게는 인생의 이야기가 있다. 그 인생이라는 이야기 속에 어둠과 고통, 슬픔이 없다면, 밋밋한 이야기 구조 속에서 그 어떤 것도 상상해 볼 수 없을 것이다. 어떤 고난이나 시련을 겪지 않고 늘 밝고 행복하기만 하다면,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운 사건들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한 폭의 인생 그림도 완성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살아가는 인생에 대한 안목이 넓어지고 콤플렉스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의식의 내용을 통합하는 것이다. 우리가 감추고 싶고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인식하고 싶지 않은 무의식의 내용을 통합해 갈수록 이전에는 수용할 수 없었던 삶의 문제들을 받아들이게 되고 좀 더 원만한 인격을 갖게 된다. 

삶의 작은 갈등을 극복해 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크고 무거운 문제들을 견디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야말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길이요 성숙과 자아실현을 이루는 통합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주저앉으려는 나와 주저앉지 않으려는 나 사이의 갈등이 인생이라는 배를 나아가게 하는 엔진이 아니겠는가.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고, 다 놓아버리고 싶을 때도 있지만 끝내 희망을 붙잡고 거친 파도를 넘다 보면 비록 바다 한가운데라 할지라도 그곳에서 다시 하늘이 보이고 짙푸른 바다색도 들어오고 자애로우신 하나님도 다시 느끼지 않을까.

김화순∥중앙연회부설 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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