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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의 폭력
김신영  |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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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5월 17일 (월) 23:06:45 [조회수 : 2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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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의 폭력

<일급경고>, 최병성 지음, 이상북스, 2020

늦은 밤에 잠들지 않고 깨어 있는 사람이라면 골목을 따라 움직이는 트럭과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해질녘 우리가 골목에 내놓은 쓰레기봉투를 환경미화원은 깊은 밤에 모두 수거한다. 낮에 작업을 하면 교통량이 많아 수거 속도가 늦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등굣길이나 출근길에 만나는 깨끗한 골목길은 이렇게 그들의 수고를 통해 이루어진다. 쓰레기 수거작업은 힘이 많이 들고 위험한 경우도 있다. 작업이 깊은 밤에 이루어지다보니 사고도 잦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작업 도중 다치거나 숨진 환경미화원은 1822명(사망 18명)에 이른다고 한다. 

올해부터는 100리터짜리 종량제 봉투의 사용이 금지되었다. 식당이나 상점에서 주로 사용되는 이 쓰레기봉투의 무게는 대략 30kg~50kg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이것 때문에 많은 환경미화원이 근골격계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고충을 고려하며 쓰레기를 배출하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쓰레기봉투의 용량을 준수하기는커녕 눌러 담고 위로 넘치게 쌓아 테이프로 감아 내놓기도 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쓰레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다. 하지만 우리의 손을 떠난 쓰레기는 더 이상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쓰레기의 여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쓰레기는 우리 손에서 떠나자마자 다른 사람의 손을 거쳐 대기, 토양, 지하수, 바다 등으로 유입되고 결국은 우리에게로 오게 된다. 하지만 그 길고 복잡한 여정과 위험성에 대해 그 누구도 제대로 설명해주거나 경고해주지 않는다. 현대인들의 모든 행위는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쓰레기는 매일 밤 우리가 잠든 사이에 치워지기 때문에 우리의 관심을 받는 일이 매우 적다. 조리 후 남은 음식물은 쓰레기봉투에 담겨 배출되고 우리 눈앞에는 맛있는 요리만 남는다. 

전기도 마찬가지이다. 핵발전소에서는 지금도 사용후핵연료가 축적되고 있고, 화력발전소에서는 석탄재가 나온다.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탄소는 우리가 대기권에 버리는 보이지 않는 쓰레기이다. 결국 쓰레기매립지도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도 하나 둘 포화상태에 이르기 시작했다. 대기 중 탄소는 이미 지구의 시스템을 심각하게 망치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 최병성 목사는 환경운동가, 생태교육가, 기자, 사진작가 등으로 활동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환경운동가 중 한 명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쓰레기 문제의 근원을 파헤치고 드러내며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이미 우리 일상으로 돌아와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멘트 전문가답게 최병성 목사는 건설폐기물에 대한 내용을 가장 깊이 다룬다. 쓰레기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생활쓰레기를 떠올리지만 사실 우리나라 폐기물 발생량의 44.5%를 건설폐기물이 차지하고 있다. 또한 콘크리트는 지구상에서 물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물질로 지난 60년간 플라스틱 생산량이 83억톤임에 반해 시멘트는 연 40억톤 이상이 생산되고 있다. 시멘트 문제는 어떤 면에서 플라스틱보다 심각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 최병성 목사의 책 ‘일급경고’는 쓰레기 대란을 앞두고 있는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지만 지금껏 아무도 말해주지 않고 있던 사실을 직면하게 해준다. 
 
지구는 그동안 우리가 가하는 부담을 말없이 수용해왔다. 반면 인류는 지구에 대한 고려 없이 자원이 마치 무한대로 존재하는 것 마냥 뽑아 사용해왔고, 쓰레기를 하늘, 땅, 바다에 생각 없이 투기해왔다. 이제 지구는 인류의 행위를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것을 가이아의 복수라고 부르던 아니면 지구의 고통이라고 부르던 간에 지구는 이제 우리가 가하는 폭력에 더 민감하고 빠르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제 주변을 둘러보아야 할 때이다. 

우리가 구입한 대부분의 물건들의 종점은 쓰레기이다. 소비와 동시에 쓰레기가 만들어진다. 쓰레기는 우리가 지구에 가하는 폭력이며, 이 폭력은 지구상의 가장 취약한 존재들에게 피해를 입히면서 점점 우리에게 다가오게 된다. 쓰레기의 여정을 고려하는 삶은 소비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현대인들은 자신이 자연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결국 음식과 물과 공기를 통해 우리에게 유입되고 있으며 우리 집과 우리 몸에 스며들고 있다. 쓰레기를 통해 지구에게 가해진 폭력은 결국 잘게 분해되어 우리에게 미세한 폭력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김신영 박사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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