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01년 미국에 이민 와서 2006년 8월 교회를 개척하고 지금까지 섬기고 있는 미주자치연회에 소속된 교역자입니다. 저는 미국의 시민권자로 살고 있지만, 미국의 법이나 제가 사는 워싱턴주의 법이 모두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백인이 주류인 미국 사회에서 주류사회가 만들어 놓은 법 때문에 때론 억울한 피해를 겪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저만 겪는 일이 아니고 소수 민족 출신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은 겪는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사는 미국의 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 법을 무시하며 살지는 않습니다. 저는 법치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무기력하게 잘못된 법에 순응하며 살지는 않습니다. 선거 때마다, 더 나은 법과 제도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투표합니다. 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도 참여하고 때론 교인들에게도 관심 가져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최근 제가 속한 미주자치연회는 지난 1월 25일 온라인으로 입법의회를 열어 자치법을 개정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전 자치법도 불합리하다고 여겼지만 개정된 자치법은 더욱 불합리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미주연회 회원들 일부가 감독회장에게 보내는 청원서에 서명했습니다. 물론 청원서의 모든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문제 제기는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연회를 앞두고 연회에서 공문이 왔습니다. 감독회장에 보내는 청원서에 서명한 회원들은 서명을 철회한다는 사실을 연회에 공지하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연회 공천 배제 및 감리사 피선거권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청원이 뭐라고! 

미국에선 백악관에, 한국에선 청와대에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청원이 있습니다. 저 역시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백악관 청원도 하고, 청와대 청원에도 동참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제가 했던 청원 때문에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았습니다. 청원을 철회하라는 연락을 받은 적 또한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저는 입법의회 회원도 아니어서 자치법 개정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개정된 자치법이 부당하다고 여겨 청원에 동참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청원의 권리마저 위협하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연회가 보낸 살벌한(?) 공문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청원 철회를 하지 않았습니다. 

연회를 며칠 앞둔 지난 5월 1일 연회에서 또다시 공문이 왔습니다. 연회 실행부 회의 결의에 따라 감독회장에게 보낸 청원서에 동의를 철회하지 않은 회원들에 대해 연회 감리사 피선거권을 제한하기로 결의했다는 공문이었습니다.(기감미연 제28-108호) 청원서에 동의를 철회하지 않은 회원은 자치법이 정하는 감리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연회 실행부 위원회의 판단과 결의라는 것입니다. 연회실행부 위원회가 회원의 기본권이 피선거권을 함부로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드디어 연회가 개최되었고 청원을 이유로 감리사 피선권을 제한하는 것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이라는 한계로 제대로 된 토의는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결국, 감리사 선거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속한 미서북부지방은 치열한 토론 끝에 청원을 이유로 감리사의 피선거권을 제한한다는 연회의 행정명령을 거부하기로 했습니다. 

결국, 청원서 서명과 상관없이 교리와 장정 그리고 미주자치법이 규정한 감리자의 자격에 해당하는 회원을 추천받아 투표로 감리사 선출하였습니다. 투표로 감리사에 선출된 회원은 청원서에 서명한 교역자였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계속된 연회에서 제가 속한 지방이 선출한 감리사를 임명하지 않고 우리 지방을 사고 지방으로 선언했습니다.

감독의 임명거부에도 불구하고 제가 속한 지방회원 대부분은 연회에서 선출한 감리사를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감독의 임명을 받지 못한 감리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치적 이유로 갈라졌던 지방이 드디어 하나가 되었는데 또다시 갈등과 분열을 지속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여겨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온라인으로 지방 교역자 간담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간담회가 개최되기 하루 전 연회에서 공문(기감미연 제29-011호)이 왔습니다. 내용인즉, 불법적으로 조직지방회를 소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불법 조직지방회를 소집한 감리사는 물론 여기에 참여하고 동조하는 회원들은 자치법에 따라 조치한다는 것입니다. 저의 지방이 열기로 한 것은 교역자 간담회이지 조직지방회가 아니었기에 연회의 공문은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연회는 이전에 보낸 공문(기감미연 제29-011)의 행정명령을 취소한다는 또 다른 공문(기감미연 제29-012)을 보냈습니다. 지방 교역자 간담회에 참가하면서 참담한 마음을 가눌 길 없었습니다. 비록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연회가 공문을 보내며 단 한 번의 확인 절차도 없이 그저 소문만 듣고는 살벌한(?) 행정명령이 포함된 공문을 보내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모든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도 이 일이 왜 이렇게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청원은 제가 사는 미국이나 기독교 대한 감리회 본부가 속한 한국에서도 모든 국민이 마땅히 가지는 권리입니다. 저는 우리 교단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법은 마땅히 지키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그 법에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면 누구라도 마땅히 청원하여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청원이 뭐라고 청원을 했다는 이유로 연회 실행부 위원회가 지금까지 모든 의무를 다한 회원의 기본 권리인 피선거권을 금지할 수 있는 것인지요? 도대체 청원이 뭐라고 지방회가 투표로 선출한 감리사의 임명을 거부하고 그 지방을 사고 지방으로 선언할 수 있는 것인지요? 제가 아둔해서인지는 모르지만 제가 가진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이유는 도대체 청원이 뭐라고 청원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저와 우리 지방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고 답답하기 때문입니다. 연회는 부당하다고 여기면 행정 소송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일로 행정소송을 할 돈도 없고 능력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여 많은 사람이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 봄으로 더는 이런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미주자치연회 미서북부지방 자유교회 이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