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경 목사의 영화일기

2014년 4월 16일 직후였던 2014년의 4월 20일 주일은 공교롭게도 부활절이었다. 죽음으로부터의 생명을 기뻐해야 마땅한 자리가 생명으로부터의 죽음을 목도하는 주일이 되었던 기억이, 그 이질감과 낯섬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전원 구조의 오보, 설마 못 구하겠나 싶었던 끔찍한 낙관, 대대적인 구조가 벌어지고 있다는 거짓말도 모두 기억에 또렷하다. 하지만 거의 모두를 살릴 수 있었던 충분한 시간을 왜 헛되이 버렸나에 대한 설명과 대답은 아직까지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7년이 흘렀다.

왜 구조하지 않았나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에게 빠르게 정치적 프레임이 씌워졌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곡기를 끊고 대답을 기다리는 유가족들을 폭식으로 조롱했던 야만도 우리는 기억한다. 누군가는 ‘교통사고’에 불과한 일을 가지고 왜 나라에 대고 난리냐며 비난했다. 그의 말처럼 세월호의 시작은 빗길에 쓰러진 수학여행 버스 사고 같은 교통사고에 비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유컨대 쓰러진 버스에 서서히 불이 붙기 시작했고 안에 갇힌 학생들을 모두 구할 수 있었던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자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서둘러 아이들을 구하지 않은 셈이었다. 그리고 모든 미디어들은 한결같이 대대적인 구조가 일어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 셈이었다. 그렇게 ‘사고’는 ‘사건’이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에 대한 ‘왜?’에는 아직까지 아무런 해답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7년이 지난 2021년 4월, 세월호 사건에 관한 또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 《당신의 사월》이 개봉되었다. 하지만 《당신의 사월》은 세월호 사건을 재구성하거나 숨겨진 비밀을 드러내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세월호 사건 자체가 아니라 이 사건이 남긴 트라우마를 추적한다. 영화는 그 시작에 주디스 허먼이 자신의 책 『트라우마』 서론에서 언급한 심리적 외상, 즉 트라우마에 대한 다음의 정의를 보여줌으로써 이 점을 분명히 한다. “‘트라우마’란 과도한 위험과 공포,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심각한 심리적 충격을 일컫는다. 타인이 죽음이나 상해의 위험에 놓이는 사건을 목격했을 때에도 사람들은 트라우마를 겪는다.” 영화는 세월호를 통해 얻은 심리적 충격이 세월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피해당사자들의 트라우마를 다루지 않는다. 만일 그랬었다면 영화를 본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뜻밖에도 영화는 피해당사자가 아니라 이 사건을 대면했던 평범한 일반 시민들의 트라우마를 다룬다. 카페 주인, 어부, 중학교 선생님, 고3 수험생 등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사람들이 세월호를 통하여 받았던 충격, 그 충격이 그들의 마음에 남긴 상흔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당신의 사월, 즉 우리의 사월을 이야기한다. 엄청난 말들이 아니라 소소한 말들이 그 평범한 사람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다. 영화는 그래서 더 가깝고, 그래서 더 슬프다.

그러므로 영화를 보는 시간은 세월호 사건을 통해 우리가 받은 트라우마를 살펴보는 시간이 된다. 왜 이 사건은 이렇게 여전히 생생한 걸까? 영혼에 남겨진 상흔은 왜 이다지도 긴 것일까? 어쩌면 그 이유는 이 일의 매듭이 올바르게 지어지지 않아서일 것이다. 끝맺음이 있어야 애도가 있고, 애도가 있어야 지나감이 있을 터인데, 바다 위의 세월호는 아직도 기울어진 채 우리 마음속에 멈춰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