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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계절!
황은경  |  hallofreu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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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년 04월 07일 (수) 01:55:25 [조회수 : 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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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계절이다. 온 천지가 그 기쁨을 누리고 있다. 여기저기 만개한 꽃들이 그 증거다. 탁자 위에 꽃 한송이 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된다는 앞집 권사님, 우리집 담장 곁으로 달려와 우리 밭 입구의 벚꽃이 활짝 피었다고 좋아하며 알려주는 이웃집 아이들, 찬란한 봄햇살에 환히 웃고 가는 목련과 꿀벌 잉잉대는 앵두꽃을 핸드폰에 담으며 올봄도 기억하고자 하는 나의 마음 등이 새 생명의 부활을 맞이하는 기쁨의 표현이다. 

이제 이 기운을 담아 농사를 시작한다. 누차 말했지만 올해의 농사 작물은 집중과 선택으로 메주콩과 참깨와 들깨로 정했다. 그러기 위해선 밭정리가 필요하였다. 먼저 그간 밭 구석탱이에 쌓아놓고 세월아 네월아 했던 각종 농자재 부산물을 끄집어내어 분리수거를 했다. 비닐은 비닐대로,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대로, 철 종류는 철대로, 스티로폼, 모종판 그리고 이외 태울만한 잡다한 것들을 하나씩 분류하여 놓았더니 세상에! 엄청난 양이 정리되면서 주위가 환해졌다. 농사를 지으면서 나오는 부산물은 나오는대로 그 자리에서 그 즉시 해야 하는데 그런 신박한 정리는 매번 저장 강박이 충만한 뒤에 따라오는 실행이다. 사서 고생하는 습관이기도 하다. 늦긴해도 이렇게 치우고 나면 기분은 한결 등업되고, 결심은 다시 단호해진다. 올해는 정리의 달인이 되어보리라고. 

토요일과 주일은 농사에 전념키로 계획했는데 근래의 토요일과 주일엔 비가 잦았다. 봄비 같지 않은 비라서 괜히 걱정이 앞선다. 혹 작년처럼 우기가 덮치지 않을까, 작년 4월처럼 생각지 않은  눈과 추위로 수정이 안되는 것은 아닐까. 농부의 게으름으로 인한 농사 망침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으나, 농부의 손을 떠난 하늘의 기상 이변은 초보 딱지를 못뗀 농부로서는 여전히 불안과 두려움의 대상이다. 웬만한 기후는 그럭저럭 받아들였는데, 작년 여름은 아직도 나의 머리와 마음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밭을 오고 갈때마다 수마가 할퀴고 간 현장을 마주하는 내 심정은 늘 심란하다. 터진 비탈을 보수는 했어도 워낙 가파른 비탈이라 계속해서 예의주시하며 지켜봐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가 나를 짓누르는것 같다. 

그 짓눌림에서 벗어나기 위한 나의 노력은 가상하다. 원래는 큰나무를 심기로 했다. 목련과 벚꽃으로 봄향기를 널리 퍼트리기로 한 초기 계획을 수정하고,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개나리로 바꿨다. 목련과 벚꽃은 비탈을 파고 덮는 수고가 클 것이요 다량으로 구입하면 묘목값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나의 헤아림이다. 그래서 짜낸 묘안이 마을 집집마다 흔하디 흔하며 땅에 가지를 박아놓기만 해도 그해에 뿌리를 잘 내리고 순식간에 번지는 개나리를 선택한 것이다. 게다가 돈 한푼 들이지 않고 흙쓸림을 방지해주니 금상첨화에 얼마나 고마운 꽃인가. 

비가 온다는 소식에 아침부터 서둘렀다. 마침 이웃이 산딸기 묘목을 정리하면서 나에게 주기로 하여 수레 한가득 얻어서 작년에 무너진 저온창고와 냇가 옆 공터에 줄을 지어 심었다. 산딸기 또한 번식력이 굉장하다고 하니 이번비에 흠뻑 샤워를 하고 나면 내년엔 새콤달콤한 딸기를 입안 가득 털어놓고 오물거리며 다시 맞은 부활의 기쁨을 누릴 것이다. 나 뿐이랴. 벌써 그곳을 지나간 사람들이 우리가 심은 산딸기에 발걸음을 멈추고 신기한 듯 시선을 고정시켰다 한다. 내년 이맘 때엔 이런 팻말을 붙여야 하리라. 함께 먹는 산딸기, 혼자만 독식하지 마시구려!

심다가 남은 것은 공동체의 집 비탈에도 심었다. 여기에는 무성히 자란 풀 속에 개나리 가지도 여러개 꽂아 놓았다. 꽃이 지고 봄이 간 뒤엔 더 많은 가지를 베어다가 무수히 박아 놓을 것이다. 중간중간 라일락도 심어놓으리라. 노란 개나리 꽃다발 속에 보라색 라일락이 어울려 봄을 수놓을 것이다.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내년 봄이다. 그 봄을 생각하며 이 봄을 누린다. 생명을 소생케하는 부활의 신비! 봄은 그 신비를 누리기에 충분한 계절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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