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

나는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

넘어지거나 불에 델까

두려워하며 살지는 않으리라

나는 나의 날들을 살기로 선택할 것이다.

내 삶이 나를 더 많이 열게 하고,

스스로 덜 두려워하고

더 다가가기 쉽게 할 것이다.

날개가 되고

빛이 되고 약속이 될 때까지

가슴을 자유롭게 하리라.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하지 않으리라.

씨앗으로 내게 온 것은

꽃이 되어 다음 사람에게로 가고

꽃으로 내게 온 것은  열매로 나아가는

그런 삶을 선택하리라.

-미국 여류시인 Dawna Markova 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날 새벽 3시에 쓴 시-

3월 첫 날 읽은 시다.

피카소는 그의 그림을 쳐다보며  "이 그림의 의미이 무엇입니까?"

하고 묻는 한 팬의 질문에 "나는 꽃에게 왜 피어나느냐? 고 물어 본 적이 없습니다.

바람에게도 왜 부느냐? 고 물어 본 적이 없습니다. 

내 그림에도 꽃이나 바람처럼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내 삶도 특별한 이유가 있을 수 없다.

이 시를 읽으며 '죽음은 삶의 위대한 스승이다.' 는 말이

뇌리를 스쳐갔다. 그래서 티벳트 구도자들은 공동묘지에서의

몇개월간 명상으로 구도를 시작한다고 한다.

나는 죽음을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다만 주위 지인들이

죽어갈 때마다 그들의 삶을 반추해 보며 내 삶에 대한 의미를

배우곤 한다.

오래전에 내가 존경하던 85세의 고등학교 대학선배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선배님, 그 나이에 혹씨 후회되는 일은 없으십니까?" 하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는 미국 명문대학 의대교수이자, 교회 장로로 여러가지 면에서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과

존경의 대상인 분이다. 부인도 의사이고, 두 자녀들은 미국 명문대를 졸업한 후

미국 일류회사 고위직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부인이 몇년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는 했지만.

"글쎄, 딱히 후회되는 것은 없는 것 같아. 그런데 남들이 하는 일은

다 해보고 싶었었는데 못해본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죽음이 가까워오면  인간들은 자신이 했던일들 보다는

하지 않거나, 또는 하지 못하고 남겨둔 일들에 대해서

더 많은 후회를 한다. 삶은 완성을 향한 한 과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모닥불은 완전히 타고나면 하얀 재만 남긴다.

삶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순간 순간을 100 % 불꽃으로 살게되면

어떠한 후회나 미련, 업을 남기지 않는다.

하얀 재로 사라진다.

영국의 작가 Lewis Thompson 은  33세로 생을 마감한 예수의

삶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최고의 시인인 예수 그리스도는 너무나 열정적으로

진리와 함께 살았다. 그래서 순수한 행동인 동시에 완벽한

상징이기도 했던 그의 몸짓 하나하나는 초월적인 진리를

체험하고 있었다."

03/05/2021 밤

버지니아 숲 속에서

박평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