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것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입은 옷의 크기도

몸무게와 색깔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두 뺨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당신은 아침의 잠긴 목소리이고

당신의 미쳐 감추지 못한 미소다.

당신은 당신의 웃음 속 사랑스러움이고

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이다.

당신이 철저하게 혼자라는 걸 알 때

당신이 목청껏 부르는 노래

당신이 여행한 장소들

당신이 안식처라고 부르는 곳이 당신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 방에 걸린 사진들이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이 잊고 있는 것 같다.

당신이 아닌 그 모든 것들로

당신을 정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

-1995년생 호주 출신 시인 에린 핼슨-

머리는 육체의 일부이고 가슴은 영혼의 일부다.

그래서 머리는  늙어가지만 가슴은 나이를 모른다.

가슴은 항상 싱싱하고 새롭다.

모든 위대한 예술작품들이 다 그렇지만,  특히 시는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나온다. 시는 가슴 속에 흘러넘치고

있는 사랑의 율동이고  생명력의 떨림이다.  문자는 표현의 도구에

불과하다.

시는  논리적이지도 않고, 의도적이지도 않다. 시는 즉흥적이다

시는 잠시 스처가는  산들바람이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한, 대부분의 위대한 시들은

젊은 시인들이 남긴 작품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이가 들면 시를 쓸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예수가 말했던 '어린애들' 같이 순수한 시인의 가슴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비록 소수인긴 하지만 많다.

서양철학은 '너 자신을 알라!' 는 그리스 신전 Delphi 에

세겨져있는 문장에서 시작됐다.

'내가 누구인가?' 를 두고 평생동안 고민하고 사유했던 그리스 철인

쏘크라테스는 독배를 마시고 죽어가면서

"내가 분명하게  알고 있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라고 고백했다.

그 '나' 를 깨닫기 위해서 29세부터 82세까지 수행의 길을 걸었던

붓다는 임종직전 그를 40여년간 곁에서 보필하며 따라다녔던

수제자 아난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너 가슴 속에 들불을 켜고 살다보면 네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내가 누구인가?' 를 깨닫는다.' 는  것은 그만큼 풀기 어려운

인류 공통의 수수께끼다.

만약 나에게 Delphi 신전에 새로 세길 문구를 하나 부탁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네 자신을 살라?" 고 쓸 것이다.

나는  하늘의 존재에 대해서 의심해 본 적이 없다.

바다가 왜 파란지, 나무가 왜 프른지, 꽃이 왜 피고, 바람이 왜 부는지에 대해서도

따져본 적이 없었다.

'있는 그대로를 그대로 수용하고 즐기는 How? (어떻게?) 에만

관심이 있다.

예수는  그가 누군인지 물어보고 오라고 보낸 세례요한의

제자들에게 " 니네들이 보고 듣고 있는 나, 말하고, 행동하고,

일하고,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바로 나다." 고 했다고 한다.

나는 예수의  그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나는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이다. 내 앞에 붙어있는 타이틀,

지위, 직업, 명예, 내가 받아온 교육, 학력, 지식, 희망, 타인에게

잘보이기 위해서 쓰고 있는 가면, 삶의 연기.... 등은 나의 진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13여년전  한참  한국기독교 인테넷 신문에 잡필을 기고하고 있을

때에 경험했던 에피소드다.

내가 기고하는 잡필마다 성경구절과 신학을 인용해서 '이단이다.

다원주의다.... " 등등 비난하는  한 분이 있었다.

솔직히 나는 신학에 대해서 관심이 별로 없고, '신앙은

자기 자신과 신과의 은밀한 사적인 관계다.' 라고 믿고 있는

사람이라서 대응을 자제했다. 타인에 대한 비난과 비평을

즐기는 사람들은 이 사람이 아니면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고,

다른 사람이 없으면 자신이라고 비난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은

심리학의 기본상식이다. 예수가 말했지만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것들이 중요하다.  아니나다를까,

그분은 다른 목사 논객들에게도 비난과 비판을 쏟아부었다.

그래서 그분에게 " 선생님, 저는 선생님의 신학이나 성경해석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당신이 지금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를

직접 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느끼고  싶습니다. 그 전에 만약

선생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선생님께서 우리집에서 몇달이고 나와

함께 지냈시며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에 필요한 왕복 비헹기표를 포함한 일체의 경비를 내가 부담하겠습니다.

그리고나서  저에게도 선생님과 일주일만 지낼 수 있는 기회를

수셨으면 합니다. 그에 대한 모든 경비는 내가 부담하겠습니다." 는 초청장을  그분에게 보냈다.

그분으로부터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지만.

2

드디어 오늘 아침에 코로나바러스 Vaccine 일차 접종을

받았다. 매년 겨울초에 맞는 Flue 예방접종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절차와 과정이 예상 밖으로 까다롭고 번거로웠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Vaccine 을 위해서 동원된 인원과 Operation

규모였다. 그럴만도 했다. 카운티 일백 이십만 주민들을 단기에

접종시킨다는 것이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닐 것이다.

Vaccine 을 끝내고 후유증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서 마련된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Vaccine 접종자들을 지켜보고 있는

Paul Selent 에게 내가 물었다.

" 이 많은 메디칼 인원들을 어떻게 동원할 수가 있니?

정말 대단하다."

"모두가 무료 자원봉자자들이야. 내가 속해있는 Fairfax County

Medical Rerserve Corps 무료봉사 멥버들의 숫자가 1,700 명이야.

버니지아주 MRC  멤버는 21,000 명이고."

'너는 Medical 분야에 경험이 있니?"

'아니야. Exxon 본사에서 Engineer 로 일하다가 4년전 62세로

은퇴했어. Medical 분야에 경험이 없어도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가 있어. 할 수 있는 일들이 다양하니까."

"고맙다. 나는 미국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위대한 힘은 그런

미국인들의 봉사정신에서  나온다고 확신하고 있어."

" 나는 아직 부동산감정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깊히 고려해 볼께..."

내가 일주일에 서너차례 산책을 즐기는 20 Miles 정도 길이의

Occoquan River 산책로만 해도 그렇다. 그 길을 보수관리는

 카운티 정부가 아니라 2천여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들 맡고있다. 홍수나 선더스톰,

폭설이 스쳐가고나면 수 십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나타나 자비로 산책로를 보수하고, 수로를 만들고, 새로운 다리들을

건설한다. 또 산책로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돌아가면서 청소한다.

13여년전에 산책로에서  만나 친구로 지냈던 그 봉사모임 회장

David 은 미국 연방정부에서 근무하다가 은퇴한 73세의

독신남니었다.  그는 일주일에 서너차례 집에서  45분 정도 운전을 하고 나나타 60 파운드 정도나 되는

무거운 툴가방을 등에 매고 길을 보수한곤 했었다.

몇년전부터 David 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아

여러 사람들에게 그의 안부를 물어보았으나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아마 이미 사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뿐만이 아니다. 페어펙스 카운티의  소방서,  골프코스, 도서관, 

공항 관광 안내자..  등 수많은 일들이 자원봉사들의 희생과 수고로 유지되고 있다.

그런 내 친구들도 여러명 있다.

그들에게  굳이 "당신은 누구입니까?'  하는 질문이 필요할까?

그들이 살아가는 삶 그 자체가 곧 그들이 아니겠는가.

항상 감사해 하고,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선뜻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 그게 바로 나다.

코로나바이러스 일차 Vaccine 을 마치고

버지니아 숲 속에서

박평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