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가지 죽음

(<13가지 죽음: 어느 법학자의 죽음에 관한 사유> 이준일 지음, 지식프레임, 2015년)

이 책을 교보문고의 한 서가에서 접하게 된 것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았을 때이다. 우리 사회는 꽃 같은 아이들이 수장되는 것을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해 무기력하게 지켜봐야만 했다. 이후 참사의 진실을 밝히려는 시도가 계속해서 벽에 부딪히고 방해를 받으며 왜 아이들이 죽게 되었는가에 대한 대답을 찾지 못했고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고민하던 필자에게 <13가지 죽음: 어느 법학자의 죽음에 관한 사유>라는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그 책을 집어 들고 목록부터 읽어나가기 시작했을 때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열리게 되었는데, 죽음 하면 자연사 혹은 사고사만 생각했던 필자에게 죽음이 이렇게나 다양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서론에서 저자는 ‘모든 죽음은 그 진실이 규명되어야 하며 그것이 인간에 대한 존중’이라고 썼다. 또한 8장 고백적 죽음에서 “건강하지 못한 공동체는 이런 죽음의 맥락을 걷어낸 채 그 의미를 애써 감추거나 축소하려 한다.”고 썼는데, 이를 통해 필자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왜곡하고 감추려는 시도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고, 참사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만 한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사실 인간의 죽음과 가장 가까이 있는 목회자인 필자에게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은 필수불가결 하다. 또한 인간 실존의 다양성이 확대 되고 사회가 복잡다단해짐에 따라 죽음의 외연 또한 날로 확대되고 있으므로 그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 요구된다. 이럴 때 단비와 같은 책이 바로 오늘 소개하는 <13가지 죽음: 어느 법학자의 죽음에 관한 사유>이다.

이 책의 가치는 죽음을 더 이상 개인의 실존 문제에 국한 시키지 않고,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사회구조의 맥락 속에서, 그리고 시대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보다 냉철하게 죽음을 마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있다.

저자는 1.죽음의 의미, 2.죽음의 정의, 3.죽음의 권리, 4.죽음과 복지, 5.죽음과 희생, 6.죽음의 결정, 7.죽음과 사회, 8.죽음과 표현, 9.죽음의 규명, 10.죽음과 범죄, 11.죽음과 대의, 12.죽음과 국가, 13.죽음의 의식, 총 13가지로 죽음을 해석하면서 우리가 마주할 수 대부분의 죽음을 당황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은 또한 죽음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실제적인 지식을 준다. 죽음의 당사자와 유족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그럴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법적으로 무엇이 문제가 되며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 죽음을 자주 대하는 것이 아니기에 알기 힘든 죽음으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들에 대하여 매우 유용하고 실제적이다.

저자는 한 사회가 죽음을 어떻게 규율하는지를 보면 그 사회의 생명 존중 문화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죽음 앞에 물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또한 나 개인은 어떠한가? 13가지 죽음의 유형과 장례, 32가지 법과 제도, 200여 개의 판례와 사건, 예술작품 등을 통해 우리 시대의 죽음에 관해 말하는 어느 법학자의 사유에 비춰보면 어떨까? 

신태하 목사 (보문제일교회)